K팝 소개하고 ASMR 콘텐츠 띄우고… 요즘 기업홍보 유튜브엔 ‘홍보’가 없다

김은지 기자

입력 2020-06-08 03:00 수정 2020-06-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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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유행 콘텐츠로 MZ세대 잡기

G마켓 글로벌샵의 ‘인싸오빠’ 유튜브. 아모레퍼시픽의 ‘뷰티포인트’ 유튜브. 빙그레의 인스타그램용 캐릭터 ‘빙그레우스’(위 사진부터). 자료: 각 사
“오늘은 197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대한민국 패션스타일, 헤어, 의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유튜브 채널 ‘인싸오빠(INSSAOPPA G)’에 4월 12일 올라온 ‘패션으로 1970∼2010년대 타임머신을 타보자’ 영상.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101’ 출신 배우 윤용빈(25)이 출연해 연도별 유행 패션을 재현한 이 영상의 조회수는 7일 오후 기준 493만 회가 넘었다.

‘인싸오빠’는 G마켓 글로벌샵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다. K팝, K패션, K뷰티 등 한국 문화를 소개한다. 언뜻 보면 G마켓이 운영하는 채널인지 모를 만큼 홍보색이 옅다. 15분 21초짜리 이 영상에는 G마켓에 대한 내용이 전혀 담겨 있지 않다.

이 채널은 해외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얻어 최근 유튜브 본사로부터 구독자가 10만 명을 넘었다는 인증인 ‘실버버튼’을 획득했다. 기업 유튜브로서는 이례적인 성과다. G마켓 관계자는 “브랜드를 앞세우지 않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선보인 것이 주효했다”며 “앞으로도 ‘홍보 최소화’ 기조를 이어가되 하반기부터는 특정 제품을 노출하는 등 G마켓 글로벌샵도 함께 브랜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떠오르는 소비층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해외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유튜브를 통한 소통에 나선 곳이 많다. SNS와 유튜브는 MZ세대에게 익숙한 채널이자 글로벌 툴이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 소비자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과거에는 이들 채널을 단순히 제품 광고를 노출할 의도로 활용했지만 이런 방식은 소비자들로부터 더 이상 주목을 받지 못하고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기업 채널에 홍보색을 지우고 ‘B급 감성 캐릭터’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콘텐츠’ 등 MZ세대의 취향과 유행을 반영한 콘텐츠를 선보여 소비자의 관심을 받는 곳들이 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뷰티포인트’ 유튜브 채널도 전통적인 광고성 콘텐츠보다 재미, 유행 등 젊은 고객들이 선호하는 콘텐츠로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채널에 게시된 영상은 9개밖에 되지 않지만 누적 조회수는 2800만 회가 넘는다. 립스틱, 아이섀도 등 자사 화장품을 부수고 뭉개는 장면을 생생한 소리와 함께 보여주는 ‘힐링타임즈’ 콘텐츠가 특히 인기다. 화장품을 부수고 뭉개기만 했을 뿐인데도 7일 오후 기준 이 채널의 구독자 수는 39만2000여 명, 영상 한 편당 댓글은 7000여 개에 이른다. 해외 구독자의 비율도 절반을 넘어섰다.

기존 이미지를 벗기 위해 SNS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올해로 창립 53주년을 맞은 식품업체 빙그레는 기업 이미지를 좀 더 젊게 바꾸기 위해 올 2월 ‘빙그레우스’ 캐릭터를 만들어 인스타그램에 공개했다. 빙그레우스는 빙그레 나라 왕인 아버지로부터 왕명을 받고 빙그레의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게 된 왕위 계승자로 설정됐다. 이 캐릭터는 ‘바나나맛우유’ 왕관과 ‘비비빅’ 벨트, ‘꽃게랑’ 장식의 ‘메로나’ 봉 등 빙그레의 주요 제품으로 치장돼 있다.

빙그레우스의 코믹한 설정이 MZ세대의 호응을 얻으면서 빙그레 인스타그램 계정의 팔로어 수는 4개월 만에 4만 명 늘었다. 전체 팔로어 수는 약 13만6000명으로 동종 업계 최고 수준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앞으로도 재미있는 콘텐츠로 고객들과 소통하면서 젊고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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