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신선 맛 2탄… 육류 이어 수산물-밀키트 선보일 것”

신희철 기자

입력 2020-06-05 03:00 수정 2020-06-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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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개척하는 청년창업가들]
<14> 정육각 김재연 대표




“초신선 돼지고기·쇠고기에 이에 6월 말 밀키트, 7월 말 초신선 수산물까지 선보일 계획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신선식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심리적 장벽이 낮아진 만큼 더욱 큰 기회가 열렸다고 본다.”

최근 만난 정육각의 김재연 대표(29)는 육류에 이어 수산물과 밀키트 시장에서도 ‘초신선’을 무기로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돼지고기를 도축한 지 4일 안에 소비자에게 배송하고 5일째부턴 모두 폐기하는 ‘초신선 돼지고기’를 2016년 처음 선보였다.

일반적으로 돼지고기는 도축 후 45일까지 시중에 유통된다. 일부 업자는 이 기간 내 돼지고기 가격이 가장 쌀 때 구입해 가장 비쌀 때 판매해 왔다. 김 대표는 이런 관행을 깨뜨리고 돼지고기가 가장 비쌀 때든 쌀 때든 가격과 상관없이 매입해 소비자가 가장 신선한 고기를 구입할 수 있게 했다. 정육각은 창업 후 5년째인 올해 연매출 250억 원을 목표로 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김 대표는 ‘초신선 돼지고기’를 사업화하기 위해 고객 데이터에 기반한 자동 발주 시스템을 개발했다. 도축 후 4일 이내에 판매하고 5일 이후 폐기하는 엄격한 기준을 지키면서도 ‘망하지 않으려면’ 재고가 남지 않아야 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머신러닝(인공지능 기계학습) 기술로 고객 데이터를 축적했다”면서 “온라인으로만 주문을 받으니 고객 데이터가 비교적 빠르게 쌓였고, 컴퓨터가 요일·계절·고객 성향 등의 변수에 스스로 가중치를 두고 그날그날 자동 발주하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자동 발주뿐만 아니라 ‘스마트공장’을 만들어 고기를 g 단위로 입출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개발했다. 경기 성남시에 있는 공장은 하나의 큰 저울과도 같다. 덩어리째 들어오는 고기가 정확히 몇 g이고 얼마나 나갔는지 파악할 수 있다. 스마트공장 덕분에 추가 발주 시 남은 고기의 양을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게 됐다. 김 대표는 “이 같은 효율화를 바탕으로 초신선 고기임에도 소비자에게 비슷한 콘셉트의 타사 제품 대비 20%가량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며 “고기를 주문 받은 후 실제 제품 포장 단계에서 확인한 무게를 기반으로 결제하는 ‘신선페이’도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정육각은 고기를 파는 회사지만 웬만한 테크 기업 못지않은 기술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한국과학영재학교, KAIST 수리과학과를 거쳐 미국 국무부 장학생으로 선발된 김 대표는 응용수학을 공부해 교수가 되려고 했다. 이런 그가 유학을 포기하고 정육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의 시선은 차가웠다. 대학 시절 네이버 지식인과 비슷한 모바일 질의응답 플랫폼 ‘앤써&썰’을 창업했다가 수익성이 없어 사업을 접은 경험도 있다. 김 대표는 “정말 좋아하는 것과 일을 연계해 보자는 마음에서 정육 사업을 하게 됐다”면서 “어렸을 때부터 너무 좋아했던 돼지고기를 유학 전에 실컷 먹고, 좋은 고기를 떼다가 지인들에게 팔던 경험이 여기까지 오게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온라인 신선 식품 시장에 뛰어든 플레이어가 많아졌지만 여전히 시장 성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 소비가 늘면서 50대 이상 소비자도 온라인에서 신선 식품을 사는 사례가 급격히 늘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정육각의 고객 데이터 분석 능력을 높여 장기적으로 ‘식재료 비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고객의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장바구니에 알아서 담게 하고, 밀키트 등 다양한 제품을 활용해 식문화까지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육각은 6월 말 초신선 돼지고기를 활용한 돈가스 밀키트 제품을 출시하고 향후 치즈돈가스, 해신탕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7월 말부터는 당일 조업한 고등어 갈치 전복 붕장어(아나고) 등도 판매한다. 초신선 돼지고기에 이어 초신선 수산물까지 영역을 넓히는 것이다. 김 대표는 “중국, 인도, 베트남 등 신선 먹거리에 대한 불신이 높은 국가로의 수출이나 조인트벤처 설립 등도 장기적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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