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전면전 조짐…불안감 커지는 외환시장

뉴시스

입력 2020-05-31 08:53 수정 2020-05-31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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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홍콩 보안법 처리 두고 고조
홍콩발 금융시장 불안에 동조화 우려도



미중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닫는 양상을 보이면서 외환시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원화 약세로 1200원대로 올라있는 원·달러 환율이 더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31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5일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244.2원으로 두 달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미중 갈등이 다시 불붙자 중국 위안화 가치가 급락했고 원화가 동조화되면서 약세를 보인 것이다. 26일에는 다시 10원 가까이 급락했지만, 28일에는 1240원 턱밑까지 오르는 등 냉온탕을 오가며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의 위안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원화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위안화 환율은 심리적 경계선으로 여겨지던 ‘포치(달러당 7위안)’를 깬 뒤 ‘1달러=7.2위안’에 다다랐다. 2008년 이후 약 12년 만에 위안화 가치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위안화 환율이 7.4위안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홍콩 국가보안법 개정 결정과 미국의 홍콩 특별지위권 박탈 가능성에 위안화와 원화가 약세 압력을 받고 있다”며 “홍콩의 달러 페그제 지속 여부에 대한 우려까지 높아지게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책임론에서 비롯된 미중 갈등은 홍콩 국가보안법(보안법) 처리를 두고 극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의 홍콩 보안법 강행 처리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이 홍콩에 대한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약속을 ’일국일제‘(한 국가 한 체제)로 대체했다”며 날을 세웠다.

트럼프의 발표 이후 홍콩 경제계와 금융시장 내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다. 특히 홍콩의 특별지위가 박탈되면 외국 자본 이탈로 ’글로벌 금융 허브‘로서의 지위는 크게 흔들리게 된다. ’달러 페그제(통화 가치를 미 달러화 대비 일정 범위 안에서 움직이도록 묶어두는 제도)‘가 아예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홍콩 페그제 폐지 우려가 확산될 경우 홍콩발(發)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한국 금융시장 동조화가 불가피하다”며 “2016년초 페그제 폐지 우려가 본격화됐던 2016년초 홍콩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원·달러 환율 역시 자본유출 확대와 함께 동조화 흐름을 보였다”고 말했다.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탈을 지금보다 더 부추길 수 있다.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들이 대거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원화 약세는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측면도 있지만, 높아진 환율 변동성이 지속되면 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정부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29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원·달러 환율이 미중 긴장으로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는건 적절치 않은 상황으로 보고 있다”며 “환율의 일방향 쏠림 현상이 과도하다고 판단되면 정부가 갖춘 여러가지 시장 안정조치를 단호히 작동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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