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조-기품의 송연묵향, 수백년 넘게 퍼져가길”

성남=박선희 기자

입력 2020-05-28 03:00 수정 2020-05-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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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00주년 향수 만든 홍연주 코스맥스 향료랩장

소나무의 관솔을 태워 만든 한국 전통의 송연묵. 활자매체로 100년 전통을 이어온 동아일보를 상징하는 향으로 송연묵향을 택한 홍연주 코스맥스 향료랩(lab)장은 “동아일보가 앞으로도 수백 년을 힘 있게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성남=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을 기념하는 향기를 개발하게 됐을 때 홍연주 코스맥스 향료랩(lab)장(47·이사)은 연구원들과 함께 1920년 당시를 고증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홍 랩장은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묵묵히 걸어온 동아일보 100년의 향기는 어떤 것일까 상상하며 당시 일들을 찾아보고 연구했다”고 말했다. 임시정부의 상징이던 오얏꽃의 향기, 여러 서원에 가득했던 목백일홍 등이 떠올랐다.

하지만 ‘먹의 향기’야말로 인쇄물로 태어난 동아일보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향료 같았다. 소나무향이 은은히 밴 송연묵향(松煙墨香)의 기품으로 동아일보 100주년을 표현해 낸 향수 ‘1920℃’의 출발이었다. 송연묵향 향수 ‘1920℃’는 소나무향과 먹향이 결합한, 지금까지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독창적인 향이면서도 연령대나 성별 상관없이 편안함을 준다. 유서 깊은 우리 전통을 한국적 향으로 되살려낸 홍 랩장을 26일 경기 성남시 코스맥스에서 만났다.


―묵향은 표현하기 쉽지 않은 향료처럼 느껴지는데 선택한 이유는….

“소나무는 수백 년을 묵묵히 버티며 한결같은 지조를 나타내는 이미지다. 100년을 걸어온 동아일보가 앞으로도 수백 년 힘 있게 나아갔으면 했다. 인쇄 매체를 상징하는 먹과 소나무의 기품을 결합시킨 송연묵향이 제격이었다. 묵향이 피부에 닿을 때 향취가 편안하고 은은하도록 한국인이 좋아하는 머스크향 등을 더하고 젠더리스(성 구별 없는)한 요즘 트렌드를 반영해 무겁지 않게 표현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문방사우에 속하는 먹의 향기는 향을 강하게 발산하는 꽃향기 포집과는 달리 시간이 오래 걸리고 먹 상태나 사용법에 따라 향기도 천차만별이다. 송연묵 자체의 향, 관솔향, 가마 안에서 관솔이 타고 만들어진 재의 향, 벼루에 간 먹의 향 등 다양하게 향을 포집하기 위해 공을 많이 들였다.”


―제품 용기도 예사롭지 않게 고급스럽다.

“백색의 단아한 향수 및 디퓨저 용기는 코스맥스 디자인팀과 한국도자기의 디자이너, 기술자들이 협업해 만들어냈다. 향수 캡은 여인의 치마폭을 모티브로 했고, 디퓨저의 팔각 덮개는 정자의 팔각 형태를 차용해 제품 외형에서도 한국적인 단아함을 현대적으로 살리고자 했다.”


―이 제품이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나.

“조향사로서 정말 뜻깊은 작업이었다. 우리의 뿌리이자 조상들이 사랑했던 향기다. 우리가 간절하게 재현해 낸 향을 1920℃의 향기를 맡는 한 분 한 분이 공유해주시면 좋겠다.”

성남=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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