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는 일, 재즈 음악 만드는 것과 같아요”

손택균 기자

입력 2020-05-27 03:00 수정 2020-05-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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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섬재즈페스티벌 콘셉트 디자인 맡은 도널드 로버트슨

로버트슨은 작업 중인 작품 사진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대중과 활발히 공유한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제공
“그림을 그리는 일과 재즈 음악을 만들어내는 일은 서로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붓을 움직이기 전에 작품에 대해서 그다지 많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 캔버스 위에 무심코 펼친 색 테이프 사이로 나도 알아차리지 못한 틈에 문득 흑과 백의 페인트가 날아다닌다. 악보처럼 펼쳐진 캔버스에 트럼펫, 색소폰, 드럼 연주자들이 하나둘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도널드 로버트슨이 디자인한 올해 자라섬재즈페스티벌 포스터. 자유분방한 재즈 라이브 공연장의 분위기를 이미지로 옮겨 담아냈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제공

10월 9∼11일 경기 가평군에서 열리는 제17회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의 콘셉트 이미지 디자인을 맡은 캐나다 출신 디자이너 도널드 로버트슨(58). 그가 스스로 밝힌 올해 포스터 이미지에 대한 설명이다.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로버트슨은 “축제 기간에 당연히 한국을 방문할 생각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 어느 곳이든 여행하기가 어려워져 아쉽다”고 말했다.

“내가 사는 도시(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벗어나기도 힘든 상태라 한동안 아무 데도 가지 못할 듯하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봐야 한다. 언젠가 가까운 미래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라섬 축제에 꼭 방문해서 재즈를 마음껏 즐기고 싶다. 한국의 재즈 팬 여러분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지내길 기원한다.”

온타리오미대를 중퇴한 로버트슨은 22세 때부터 상업미술가로 활동했다. 마리클레르, 코스모폴리탄, 글래머 등의 패션전문지 관련 작업으로 경력을 쌓아 화장품브랜드 바비브라운, 뉴욕 백화점 버그도프굿맨과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16년에는 크리에이티브디렉터를 맡아 자신의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었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은 2년 전부터 해마다 한 국가를 선정해 그 나라 재즈 음악인들을 집중 조명하면서 축제의 콘셉트 디자인을 해당 지역 출신 디자이너에게 맡기고 있다. 2018년에는 한국의 황호섭 화백, 지난해에는 덴마크 디자이너 헨리크 빕스코브가 참여했다.

“재즈를 사랑한다. 20대 후반에 유명 재즈 라이브 클럽인 뉴욕 맨해튼의 ‘블루노트’ 바로 근처 건물에서 생활했다. 덕분에 트럼펫의 전설인 디지 길레스피(1917∼1993)의 라이브 연주를 현장에서 들을 수 있었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날 저녁 마주했던 재즈의 기억이 또렷하게 남아 있다.”

로버트슨은 가장 좋아하는 캐나다 출신 재즈 아티스트로 피아니스트 겸 가수인 다이애나 크롤을 꼽았다. 그는 “크롤의 피아노 연주는 몇 시간을 계속 들어도 만족스럽다. ‘남자들의 세계’인 재즈 무대에 당당하게 우뚝 선,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뮤지션”이라고 했다.
코르크 와인병마개로 만든 쥐 인형들.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제공


그는 2012년부터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일상과 작업 사진을 풍성하게 공개하고 있다. 얼핏 별 고민 없이 쓱쓱 쉽게 긋고 칠한 듯하지만 탁월한 세련미를 보여주는 이미지로 빼곡히 채워진 계정이다. 로버트슨은 자신에게 영향을 준 선배 아티스트로 만화가 찰스 슐츠와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 존 커린을 꼽으며 “실제로 자기 손으로 그림을 그려낼 줄 아는 사람들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어떤 주체와 협업하든 ‘예술을 만들어내기 위해 살아가고 있다’는 원칙을 지킨다. 나는 전 세계 모든 패션전문지와 그 편집자들을 사랑한다. 그들이 아티스트에게 작업할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예술은 그저 ‘직업이기 때문에’ 하는 일일 수가 없다. 예술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것을 하는 사람과 그저 일이라서 하는 사람의 차이는, 누구든 쉽게 알아챌 수 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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