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 땐 단백질 위주 식단 구성, 가족의 따뜻한 응원이 치료만큼 중요”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입력 2020-05-27 03:00 수정 2020-05-27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암치료에 관한 오해와 진실
5년 암 생존율 70%로 세계 1위
항암치료 받을 땐 체력 유지 관건… 잘 챙겨 먹고 가벼운 운동 도움


김찬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왼쪽)와 전홍재 교수가 암 치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분당차병원 제공

최근 한국의 5년 암 생존율이 70%를 넘어 미국, 캐나다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암 발병률은 올라갔지만 다행히 암 환자들의 생존율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암세포만 공격하는 표적항암, 면역항암 등 새로운 항암치료제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암 진단과정과 치료 및 관리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잘못 알고 있는 내용이 적지 않다.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찬, 전홍재 교수와 함께 암 치료에 대한 조언을 들어봤다. 라이나생명이 동영상 촬영을 맡았다.

―암 환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항암치료를 하면 많이 힘들지 않느냐다. 치료 부작용을 걱정하는 분이 많다. 요즘은 예전에 비해 좋은 약제가 많다. 과거에는 구역질, 구토 같은 부작용이 심했는데 요즘은 용량이나 스케줄을 잘 조절하면 부작용을 상당 부분 경감시킬 수 있다.”(전 교수)

“암 치료 동안 뭘 먹어야 되느냐는 질문도 많이 하신다. 무엇을 먹는지보다 얼마나 먹느냐가 더 중요하다.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체력 유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고단백을 섭취해 몸무게가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체중을 유지하거나 약간 살이 찌는 게 훨씬 좋다.(김 교수)


―구체적인 식단관리와 운동법을 소개해 달라.


“일단 고기와 생선을 종류에 상관없이 충분하게 섭취하여 단백질을 통해 근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치료를 받다 보면 근육부터 빠진다. 근육이 빠지고 못 먹어서 기운이 없는 악순환이 생긴다. 단백질 보충을 잘하는 게 아주 중요하고 근력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하는데 너무 과격한 운동은 안 좋다. 과격한 운동은 오히려 면역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 항암치료를 하면 손이나 발바닥에 트러블이 생기는데 과한 운동은 껍질이 벗겨지게 하거나 발바닥 물집을 만든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 숨이 약간 차고 땀이 조금 날 정도로 빠르게 걷는 운동을 일주일에 3, 4번 이상 규칙적으로 하는 걸 권한다.”(김 교수)

―가족 중 암 환자가 생겼을 때 어떻게 말해야 하나.

“암 진단을 받으면 처음에 못 받아들이는 분들이 있다. 가족의 지지가 매우 중요하다. 다른 암 환자의 완치사례를 얘기하면서 응원해주면 힘이 된다. 우리 병원에서도 치료환자들이 다른 환우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적는 ‘희망 릴레이’ 행사를 벌이고 있다. 실제 치료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전 교수)

“사실 암 진단 자체가 너무 큰 충격이기에 의료진이 어떻게 위로해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같은 처지의 환자들이 모이는 환우회 활동을 하면서 치료 경험을 공유하는 게 환자의 심리적인 부분에 상당한 위로가 된다.”(김 교수)

―항암치료 도중 환자나 보호자가 극심한 우울증이 올 수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항암치료는 오래하면 우울감이 오고 이것이 또 전파되기도 한다. 환자들은 가장으로서 도움이 못되고 오히려 가족에게 폐가 되지 않느냐는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리는데 이 악순환을 끊는 게 중요하다. 가족의 지지와 더불어 ‘오늘 하루 잘 견뎌줘서 고맙다’ ‘옆에 있어줘서 감사하다’는 위로의 말을 전하는 게 중요하다. 몸을 움직이다 보면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산책 등 가벼운 운동을 항상 유지하자. 미국에선 암 진단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때문에 치료 초기부터 심리적 지지를 위해 정신과 진료를 함께 본다. 나쁜 경우에는 자살로 이어지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기에 심리 상담을 통해 지지를 받는 게 중요하다.”(전 교수)

―암 환자에게 꼭 필요한 생활습관은…

“요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는데, 암 환자는 면역력이 더 취약하다. 단순 감기도 폐렴, 패혈증이 되는 경우도 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손을 자주 씻는 게 중요한 습관이다.”(김 교수)

―마지막으로 암 환자에게 조언 한 말씀 해 달라.

“사실 환자들이 암을 진단받으면 일단 머리 속에 ‘이건 죽는 병’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그러나 암 치료는 발전하고 있다. 20년 전에 비해 치료 성적이 많이 좋아졌다. 면역항암제, 표적치료제와 같이 예전에는 생각도 못했던 좋은 약들이 나와 암은 죽음과 동의어가 아닌 상황이 됐다. 암 진단을 받더라도 절망하지 말고 열심히 치료를 받아 완치되셨으면 한다.”(김 교수)

“좋은 신약들이 많이 나오면서 의사도 예측하지 못하는 좋은 치료 경과가 많이 보인다. 그렇기에 암 진단을 받아도 절대 희망을 놓지 말고 주치의와 함께 끝까지 잘 치료받는 게 중요하다.”(전 교수)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