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개혁이 돈 안드는 경기부양책… 反기업 법안 내려놔달라”

허동준 기자

입력 2020-05-26 03:00 수정 2020-05-26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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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21대 국회에 제언
슈퍼여당 ‘공정경제 입법’ 강조에… 대기업 규제 일변도 법안 추진 우려
“기업고발 남발-노조 목소리 확대”… 재계 ‘경영환경 악화 될라’ 걱정


“경제 살리는 국회가 될 수 있도록 기업경영 활동을 위축시키는 계류 법안들은 과감히 내려놓는 결단을 해줬으면 좋겠다.”

25일 한 재계 관계자는 이달 말 개원하는 21대 국회에 대해 이렇게 제언했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됐던 기업 경영을 위축시키는 ‘반기업’ 성격의 규제들을 유보해 달라는 취지다. 최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공정경제와 상생 논의가 다시 표면 위로 올라오자 재계의 우려도 커지는 것이다.

이달 15일 당정청 을지로 민생현안회의에서 김태년 신임 민주당 원내대표가 “공정거래법, 상법, 상생협력법 등의 개정안을 20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못 한 것이 아쉽다”며 “21대 국회에선 야당과 더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설득해서 공정경제 입법과제를 반드시 마무리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총선에서 “재벌의 부당한 지배력 남용과 특혜를 근절하겠다”며 대주주로부터 독립적인 지위를 갖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21대 총선 공약으로 밝힌 상태다.

재계는 이런 법 개정이 결과적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통과가 확실시되고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전속고발권 폐지 및 손해배상 소송 시 자료 제출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기업들은 공정위에 있던 전속고발권이 사라지면 고발이 남발되고, 검찰의 중복·별건 수사가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중소기업이 쉽게 공정거래 위반 사안에 대해 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미 시민단체 등의 고소, 고발로 기업마다 법무 리스크가 너무 커진 상황이다. 앞으로 고소, 고발이 남발되는 경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조합에 힘을 실어주는 법안도 속도감 있게 처리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공공기관 이사회에 시민단체 및 노조가 추천하는 사람이 한 명 이상 반드시 포함되도록 하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해고자 및 실업자 노조 가입 및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규정을 삭제하는 노조법 개정이 대표적이다.

재계는 또 기업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들도 줄지어 21대 국회에서 발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20대 국회에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형량을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일 경우 기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서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5억∼50억 원일 때 ‘3년 이상의 징역’을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상향 조정하는 법안이 발의됐다가 여야 합의 불발로 계류된 바 있다. 지난해 말 정부가 시행령만 개정해 유죄가 확정된 기업인은 최대 5년간 다니던 회사에 취업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아 사실상 처벌을 강화했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20대 국회에서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황당 법안’도 많았는데 21대 국회에선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자영업자인 가맹점주의 최저 수익을 가맹업 본사가 보장하고 가맹점 갱신청구 기간을 삭제해 원하면 반영구적으로 영업하게 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 법인 임원의 임금을 제한하는 ‘최고임금법’, 대규모 구조조정 시 사회적 협의체와의 협의를 규정한 ‘제조업발전특별법’ 등이 논란이 된 바 있다.

한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정부와 국회가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금까진 국가 재정 지출을 늘려왔다면, 이제는 돈 안 드는 공짜 경기부양책인 규제 개혁을 적극적으로 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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