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발명품은 있어도, 사소한 발명은 없다[기고/고준호]

동아일보

입력 2020-05-22 03:00 수정 2020-05-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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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호 한국발명진흥회 상근부회장
큰 발명품만이 재난 극복을 위한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우두법처럼 일상의 발견을 통한 발상의 전환이 재난 극복의 터닝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중세에는 천연두 치료를 위해 천연두에 걸린 사람의 고름을 정상인에게 주입하는 인두법을 행했다. 효과는 있었지만 열 명 중 한 명은 천연두에 걸려 죽고 말았다. 18세기 영국 의사 겸 과학자인 에드워드 제너가 젖소를 키우던 사람들이 천연두에 감염되지 않는 것을 보고 인두법을 우두법으로 바꿔 치료하기 시작했다. 사람이 아닌 우두에 걸린 소에서 고름을 짜 사람의 몸에 주입했다. 소 우두균은 인간 천연두균과 다르지만 교차면역 효과가 있었다. 덕분에 우두 접종을 한 사람은 약간의 발진이 생긴 후 항체를 얻게 돼 천연두에 걸리더라도 이겨낼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다양한 발명품이 등장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3월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개발된 10가지 발명품’을 소개하며 한국에서 개발된 워킹스루 진료소와 확진자 동선을 알려주는 코로나 애플리케이션(앱)을 넣었다.

K방역 세계화에는 민간기업의 역할도 크다. 국내 기업 노블바이오는 코로나19 진단용 의료용 면봉 5만여 개를 아랍에미리트(UAE)에 긴급 수출했다. 이탈리아를 제외한 유럽, 미국, 중동 등 해외 17개국이 노블바이오 면봉에 의존해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하고 있다. 세계에서 의료용 면봉 제품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이탈리아 코판 그룹이 이탈리아에 코로나19 감염 사태가 확산되자 자국 우선공급 원칙을 적용해 다른 나라에는 의료용 면봉 공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코판은 세계 각국에서 자사의 의료용 면봉 관련 특허권을 획득했지만 한국에서는 특허권이 없었다. 다행히도 국내에서는 토종 기업인 노블바이오가 특허권의 침해 없이 의료용 면봉을 생산해왔고, 그러던 중 코로나19가 터진 것이다. 부르는 게 값일 수 있지만 노블바이오는 특근과 야근을 하며 공급 수량을 맞추면서도 제품 판매가격은 거의 올리지 않고 있다. 노블바이오는 당장의 이익보다 인류애와 공익을 선택했고, 덕분에 제품을 세계로 수출하면서 국가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인간의 가장 위대한 점은 문제해결 능력이다. 재난 극복을 위한 문제해결 과정에서 발명과 발명품이 탄생한다. 현재 코로나19가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지만 인류는 해결책을 찾아낼 것이고, 반드시 이겨낼 것이라고 믿는다.

5월 19일은 55번째 발명의 날이었다. 발명의 날은 장영실이 발명한 측우기를 기념해 제정됐다. 측우기는 가뭄과 홍수 등 국가적 재난을 극복하기 위한 발명품이었다.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일상에서 우두법을 발명한 것처럼 발명가적 사고가 중요하다. 작은 발명품은 있어도 사소한 발명은 없다. 사회 곳곳에서 땀 흘리는 발명가들에게 박수를 보내자. 발명가의 의욕을 북돋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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