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제 위협하는 불법경마…이용자도 형사처벌
정용운 기자
입력 2020-05-22 05:45 수정 2020-05-22 05:45
한국마사회 불법도박 근절 포스터.
연간 약 1조1000억원 세금 누수
베팅상한 없어 이용자도 큰 피해
지난 달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발표한 불법경마 추정액은 연간 약 6조9000억 원 규모였다. 한국마사회가 시행하는 합법경마의 매출액은 2019년 기준 약 7조6000 억 원이며, 총 매출액의 16%를 세금으로 납부하고 있다. 이는 불법경마로 인해 연간 약 1조1000억 원 규모의 세금누수가 발생하는 셈이다.
합법경마 총 매출액에 기반해 마사회가 연간 납부하는 국세와 지방세는 지난해 기준 약 1조4000억 원이다. 동시에 경마 수익금의 70%가 축산발전기금으로 축산농가에 환원된다. 경마산업은 마필 생산·판매, 관련 제조업, 서비스업들이 혼합된 복합 산업으로, 시행체인 마사회 외에도 많은 민간 관계자들이 종사한다. 즉 불법경마를 통한 합법경마 매출의 누수는 경마산업 관계자들의 노동을 편취함과 동시에 국가경제의 근간인 공공재정 및 1차 산업까지 위협한다.
또한 불법경마의 최대 피해자는 이용자들이다. 불법경마는 통제가 불가능하고 베팅 제약도 없어 중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용자의 과몰입 예방을 위한 경주 당 10만 원의 베팅상한선, 연간 경주 수 제한 및 다양한 건전 구매 계도활동이 진행되는 합법경마와 달리, 불법경마는 한도 없는 베팅을 실시하고 어떠한 이용자 보호 장치도 없다. 2018년 사행산업 관련 통계에 따르면 카지노, 경마, 복권 등 합법 사행산업과 관련해 한국 도박문제관리센터를 찾은 비중은 10.9%에 불과했고 나머지 89.1%는 불법도박과 관련됐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서 발간한 ‘20 19년 제4차 불법도박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경험자들의 25%는 불법도박 참여 이유에 대해 “시간이나 공간에 대한 제약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이는 불법경마가 온라인·모바일을 통해 어디서든 손쉽게 참여할 수 있다며 이용자들을 유혹한다는 의미다.
불법경마는 매순간 일확천금의 욕구를 자극하기에 중독성이 심각하고 수용성이 높다. 2016년 사행산업통합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합법 사행산업 이용자의 도박중독 유병률이 8.1%인데 반해, 불법도박 이용자의 도박중독 유병률은 25.1%에 이른다.
불법경마 이용자는 형사 처벌대상이다. 한국마사회법 제50조(벌칙)에 따르면 불법경마를 이용해 단순히 마권을 구매한 이용자 역시 최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최근 모바일의 발달로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온라인 불법도박이 만연하고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2019년 말 추정한 불법 도박은 연간 81조 원 규모다. 극심한 중독을 유도하는 불법도박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처벌을 더욱 강화해 운영자·이용자의 불법 악순환을 막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정용운 기자 sadz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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