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나만의 집’ 꾸밀수 있게… 인테리어 종합플랫폼 목표”

이새샘 기자

입력 2020-05-21 03:00 수정 2020-05-21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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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개척하는 청년창업가들]
<12> ‘버킷플레이스’ 이승재 대표


이승재 버킷플레이스 대표가 ‘오늘의 집’ 앱을 띄운 스마트폰을 보여주고 있다. 이커머스, 업체 중계 등의 서비스도 하고 있지만 메인 화면에는 여전히 이용자들이 직접 올리는 인테리어 관련 콘텐츠가 우선 배치된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예전에는 호프집, 다방에서 커피를 마시다 스타벅스가 생겼고, 이후 독특한 인테리어의 카페가 생기더니 이제는 집을 카페처럼 꾸미고 있죠. 이렇게 좋은 공간이 가진 힘은 자연스럽게 더 발전하고 확산해 나갈 거라 생각합니다.”

인간 생활의 기본 요소라고 하는 의식주 가운데 사람들이 오랜 시간 함께하면서 의식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주거 공간이다. ‘누구나 예쁜 집에 살 수 있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 인테리어 애플리케이션(앱) ‘오늘의 집’은 좋은 공간이 가진 가치를 확산시키기 위한 일종의 실험이다.

쓰레기통에 사물인터넷(IoT) 기능을 접목해 이름을 알린 ‘이큐브랩’에서 스타트업 생활을 시작한 이승재 버킷플레이스 대표(33)는 과거에는 ‘공간의 힘’을 몰랐다고 말했다. “멋진 집 인테리어는 외국에서나 하는 남의 얘기라고 생각했는데 2013년 자신의 취향대로 집을 꾸민 지인의 집을 가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많은 돈을 들이지 않아도 집을 꾸밀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죠.”

비슷한 시기에 이 대표는 사무실 인테리어를 직접 맡으면서 인테리어의 어려움을 알게 됐다. 생각만큼 인테리어 정보가 부족하고, 관련 업체들이 영세해 원하는 대로 공사를 하기 힘들었다. 전공(서울대 화학생물공학과)도, 당시 업무 경험도 인테리어와 아무 상관이 없었지만 “어떤 문제가 있고,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동시에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해 창업을 결심했다.

하지만 창업 후 3년간 버킷플레이스 매출은 ‘0원’이었다. 인테리어 관련 콘텐츠를 쌓아두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해 사람들이 온라인에 인테리어 리뷰를 올리는 커뮤니티로 운영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패션은 길거리에서 남들이 뭘 입는지 쉽게 볼 수 있지만 집은 그게 어렵다는 점에 착안했다”며 “사진을 보고 일부러 따로 검색하지 않아도 어떤 소품, 어떤 아이디어로 집을 꾸몄는지 한 번에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쌓인 350만 건이 넘는 인테리어 콘텐츠는 현재 오늘의 집을 차별화하는 가장 큰 강점이다. 2016년 이커머스 기능을 접목했지만 여전히 앱의 메인 화면은 인테리어 리뷰나 관련 정보로 채워진다. 평형별, 구조별, 가족 형태 등으로 자신이 원하는 집을 세밀하게 검색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이용자들이 일일이 검색하는 대신 인테리어 사진 속의 물품을 바로 클릭해 정보를 보거나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점도 특징이다.

이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주거공간에 대한 인식을 더 빠르게 바꿔 놓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올해 3월 오늘의 집의 월간 거래액은 700억 원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3월 150억 원에 비해 4배 이상으로 늘었다. 1월 말 대비 3월 초 일일 콘텐츠 접속자 수가 40%가량 늘기도 했다.

“예전에는 자기가 사는 집을 공개하는 걸 보안 문제 등으로 꺼려했지만 이제는 ‘온라인 집들이’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좋은 공간에서 머무르고자 하는 욕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고, 한번 좋은 공간을 경험하면 그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게 되죠.”

오늘의 집은 지난해 인테리어 업체를 소비자와 연결해주고, 전문가의 노하우를 소개하는 서비스를 공식적으로 선보였다. 인테리어 정보를 찾고, 관련 업체와 접촉하고,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는 것까지 가능한 종합 인테리어 플랫폼이 되는 게 목표다. 이 대표는 “이용자들이 ‘집에 사는 것이 아니라 집과 함께 사는 기분이 든다’ ‘집이 삶을 담는 그릇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같은 후기를 남긴 것을 볼 때 ‘사람들의 일상을 더 긍정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오늘의 집에서 가구 소품을 구매한 사람이 250만 명 정도 되는데, 한국에 2000만 가구가 있으니 아직 전체의 10%만 자신의 집에 자기의 취향을 불어넣기 시작한 것이라 생각해요. 나머지도 나만의 취향이 살아있는 공간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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