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코로나 대처 속 ‘정부 신뢰’ 자산 확인… 글로벌 리더 기회”

이건혁 기자 , 김동혁 기자

입력 2020-05-20 03:00 수정 2020-05-20 11:01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2020 동아국제금융포럼]‘K방역, 세계 모범사례’ 평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0 동아국제금융포럼에 참석한 청중이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의 화상강연을 실시간으로 경청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예방을 위해 현장 참석자는 100명으로 제한됐으며, 좌석도 지그재그식으로 배치됐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을 겪으면서 한국에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있다는 게 확인됐다. 이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2019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아브히지트 바네르지와 에스테르 뒤플로 교수 부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한국에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고 강조했다. 한국 역시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1.4%를 기록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성공적인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국가와 정부에 대한 신뢰라는 자산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 “한국은 덴마크급 국가”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0 동아국제금융포럼’에 연사로 나선 바네르지-뒤플로 교수는 위기 극복 과정에서 정부에 대한 신뢰를 강조했다. 바네르지 교수는 “정부가 신뢰를 잃으면 아무리 사실을 설명하고 정보를 공개해도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는다. 이는 정책 실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점에서 한국은 북유럽의 덴마크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두 교수는 평가했다. 뒤플로 교수는 “현 시점에서 정부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거의 바닥까지 떨어진 국가가 굉장히 많다”며 “하지만 한국은 국가·정부에 대한 공유된 신뢰가 있었고, 이는 코로나19 사태에 대처하는 데 엄청난 자산이 됐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코로나19 방역 경험과 시스템을 의미하는 ‘K방역’의 성공은 정부의 설명과 대처, 뒤따라올 보상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신뢰를 확인한 정부는 경제 구조에 내재된 문제를 해결하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사회를 구축할 기회를 얻게 된다. 바네르지 교수는 “자본주의 시장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소득 불평등 문제 해결은 정부가 나서야 하는데 신뢰 없는 정부는 이를 쉽게 다룰 수 없다”며 “한국의 소득 불평등은 다른 나라에 비해 아주 심각하지 않은 데다 정부 신뢰가 있어 이 문제를 쉽게 다루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바네르지 교수는 “정치인은 경제학자보다도 신뢰를 못 받는 직업군”이라고 했다. 정부 관계자들이 코로나19 사태로 확인된 정부에 대한 신뢰만을 믿고 정책을 세심하게 펼치지 않으면 국민은 언제든 돌아설 수 있다는 의미다.



○ ‘뉴 키즈 온 더 블록’ 국가들의 파트너 될 것

바네르지-뒤플로 교수는 한국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글로벌 리더가 될 기회를 잡았다고 평가했다. 바네르지 교수는 “한국은 모범적으로 보건의료의 위기를 극복했다. 한국이야말로 빈곤, 의료 등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개발도상국, 빈민국가에 모델을 제시한 나라라고 할 수 있다”며 “놀라운 경제 성장 경험도 있는 만큼 많은 국가들의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했다.

뒤플로 교수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경제에 과거에 전혀 등장하지 않았던 국가들이 ‘뉴 키즈 온 더 블록’(신참자, 새내기)처럼 혜성같이 등장할 수 있다. 이러한 국가들에 한국의 놀라운 성장 노하우를 공유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이는 한국에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이날 대담을 진행한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이 중국 의존도에 대한 각국의 고민을 지적하자 뒤플로 교수는 “중국에서 벗어나려는 국가들이 늘어날 것이고 한국은 중국과 경쟁을 벌이며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있다. 이어 “한국이 갖고 있는 전문 역량과 노하우를 공유한다면 다른 국가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고민하는 국가들에 한국이 대안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건혁 gun@donga.com·김동혁 기자

관련기사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