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M과 이승기도 찾은 윤형근 단색화의 매력

김민기자

입력 2020-05-18 03:00 수정 2020-05-19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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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美 이어 서울서 회고전 열려
청색과 암갈색의 단순한 그림…한국적 미니멀리즘에 세계도 관심
어둡고 침울한 화면속 치유의 힘…30대 이하 젊은 컬렉터들에게 인기


물감이 흐른 모양을 통해 작품을 옆으로 돌려 세운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윤형근, ‘번트 엄버와 울트라마린(Burnt Umber & Ultramarine)’, 1987∼1989, 면포에 유채, 120.3×232.5cm. ⓒ윤성렬·PKM갤러리 제공
이탈리아 베네치아, 미국 뉴욕을 거친 윤형근 화백(1928∼2007·사진)의 작품이 다시 서울을 찾았다. 서울 종로구 PKM갤러리는 윤 화백의 1980년대 말∼1990년대 말 작품 20여 점을 지난달 23일부터 전시 중이다. 2018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지난해 이탈리아 베네치아 포르투니 미술관 순회 회고전과 올 2월 미국 뉴욕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 개인전에 이은 전시다.



○ 저드와의 만남, 한국적 미니멀리즘

윤형근은 만 45세가 돼서야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했다. 6·25전쟁 초기 국민보도연맹 사건에 휘말려 죽을 고비를 면했고, 1956년에는 전쟁 중 서울에서 부역했다는 이유로 6개월간 서대문형무소에서 복역했다. 숙명여고 미술교사이던 1973년에는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얽힌 것으로 알려진 입시 비리에 항의하다 반공법 위반 혐의로 고초를 겪었다. 그러면서 초기에 보였던 다양한 색채는 청색과 암갈색이 섞인 어둡고 무거운 검은색으로 변했다.

전시된 작품들은 검은색은 더 짙어지며 형태는 대담해지는 변화를 보여준다. 이 시기 윤형근은 미국 미니멀리즘 작가 도널드 저드(1928∼1994)를 만났다. 1991년 국내 최초 개인전을 위해 한국에 온 저드는 눈여겨보던 윤형근의 화실을 찾아 작품 3점을 샀다. 이후 저드는 미 뉴욕과 텍사스주 마파의 자신이 소유한 공간에서 윤형근의 개인전을 열어줬다.

1960년대 후반부터 주목받은 미니멀리즘 미학은 시각언어를 최소화하고 작품과 보는 사람의 관계에 집중한다. 윤형근의 작품도 재료는 면포(綿布)와 마포(麻布)뿐이며 색채는 청색과 암갈색이 전부다. 최근 해외 전시에서도 미니멀리즘과의 연관성을 강조했다.

올 2월 미국 뉴욕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의 윤형근 개인전을 찾은 BTS의 RM. 사진 출처 RM 트위터

○ “젊은 컬렉터에게 더 인기”

그의 작품은 30대 이하 젊은 컬렉터에게 유독 반응이 좋다. 대표적 애호가로는 그룹 방탄소년단(BTS) 리더 RM(랩몬스터·26)이 꼽힌다. 베네치아, 뉴욕 전시를 모두 관람한 ‘인증샷’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RM은 작품도 소장하고 있다. 국내 화단 관계자들은 RM이 윤형근 관련 거의 모든 글을 읽고 추사 김정희와의 연관성까지 언급해 깜짝 놀랐다고 한다. RM은 이번 서울 전시도 조용히 보고 갔다.

15일 전시장에서는 BTS 스티커나 관련 상품(굿즈)이 달린 휴대전화를 손에 든 젊은 관람객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PKM갤러리 측은 “2015년 전시 때만 해도 별 반응이 없던 7만 원 하는 도록(圖錄)을 사가는 젊은 관객이 늘었다”고 말했다.

최근 가수 이승기(33)도 윤형근의 작품을 직접 보기 위해 전시장을 방문했다. 한 미술계 딜러는 “영향력 있는 한류 스타들이 국내 작가 작품에 관심을 갖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전시장에서는 재즈 색소폰 연주자 김오키가 윤형근의 작품에 영감을 받은 연주 영상을 틀어준다. 갤러리 측은 올 하반기 김오키의 이 연주곡 음원과 LP를 정식 발매할 예정이다.

박경미 PKM갤러리 대표는 “어둡고 침울한 윤형근의 작품이 요즘 분위기에 적절할까 우려도 했다. 하지만 작가의 삶과 작품을 통해 명상에 잠기고 치유의 느낌을 받는다는 젊은층의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6월 20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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