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펭수와 젊은 과학자

동아일보

입력 2020-05-18 03:00 수정 2020-05-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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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작년부터 시작된 EBS 연습생 펭수의 인기가 여전하다. 고작 인형탈을 쓴 캐릭터일 뿐인데 도대체 왜 사람들은 펭수에게 열광하는 걸까? 귀여운 외모와 입담이 한몫했겠지만 무엇보다도 연습생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누구에게도 주눅 들지 않는 자신감과 거침없이 상황을 주도하는 모습이 사람들에게 통쾌함을 주기 때문이리라.

펭수가 보이는 이런 당찬 태도가 바로 내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서 박사후연구원 등 젊은 과학자에게 바라는 모습이다. 우리의 연구 환경에서 젊은 과학자는 연구의 핵심 인력이고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연구 주제나 방법에서 벗어나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연구를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평생을 연구에 종사하게 될 젊은 과학자들로서는 연구를 대하는 자세와 가치관이 이 시기에 많이 확립되므로 스스로의 연구 영역을 독립적으로 개척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고 독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연구자가 자유롭게 주제를 제안하여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기초연구사업 예산을 2019년보다 약 3200억 원 증액된 2조 원으로 확대하여 지원하고 있다. 특히 기초가 튼튼한 과학기술강국을 위해 젊은 과학자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을 강조했다.

박사를 취득한 후 본격적으로 연구에 돌입하는 박사후연구원, 신임 교원 등 젊은 과학자가 미래의 국가 과학기술 역량을 좌우하는 핵심 주체라는 인식하에 이들을 중점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먼저 박사후연구원이 자신이 원하는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연구기관을 자유롭게 선택하여 그곳에서 커리어를 쌓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세종과학 펠로우십’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20년 말 공모를 통해 선정된 박사후연구원은 인건비와 연구비를 연 1억 원 수준으로 5년 정도 안정적으로 지원받아 기초연구 경험을 확대하고 세계적 리더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또 박사후연구원을 중심으로 구성된 연구단에 블록펀딩 방식으로 연구비를 지원하는 키우리(KIURI) 사업을 올해 새롭게 착수하였다. 이 사업은 박사후연구원에게 3년간 기업과 교류하며 첨단 산업과 관련된 연구주제를 찾아 주도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대학에 한정된 신진 연구자의 연구경험을 기업으로 확장하고 성장경로를 다양화하고자 한다.

이렇게 박사후연구원들의 연구 기회를 확대해 나감과 동시에 대학 신임 교원 등을 위한 신진연구지원사업 예산을 전년 대비 800억 원가량 대폭 확대하여 약 2250억 원 규모로 지원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연구 방법이나 노하우가 경험을 통해 축적된다는 것을 감안하여 젊은 과학자가 우수한 중견 연구자들과 공동연구를 할 수 있는 지원체계도 강화할 예정이다.

젊은 과학자는 아직 연구 인프라나 연구 성과 등이 미흡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기존 연구자들과 동일한 선상에서 연구비 경쟁에 놓인다면 당연히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 이에 젊은 과학자들이 좌절하지 않고 연구를 통해 큰 꿈을 실현해나갈 수 있도록 생애주기를 고려하여 지원하는 시스템도 갖춰나가고 있다.

젊은 과학자들에 대한 투자가 곧 국가 미래에 대한 투자다. 이들의 전문성을 우대하고 하고 싶은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지원할 때 과학계에도 펭수같이 자신감과 개성으로 똘똘 뭉친 젊은 과학자들이 늘어날 것이며 창의적이고 영향력이 큰 연구 성과도 많이 창출될 것이다. 20대의 아인슈타인이 밝혀낸 상대성 이론이 시공간 개념의 혁명을 촉발했고 20대 왓슨과 30대 크릭이 함께 풀어낸 DNA의 비밀이 생명공학 혁명의 기초가 되었다. 젊은 과학자의 호기심이 세계 산업의 지형을 바꾸고 인류 지식의 지평을 확대하는 데 기여해온 것이다. 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대학생이 코로나 맵을 개발하거나 신진 교수가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지도를 완성한 것처럼 젊은 과학자들이 미래에 닥쳐올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우리의 젊은 과학자들이 이러한 호기심과 창의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도전적 연구를 과감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조성해주는 역할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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