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한국판 뉴딜 과제중 하나”… 올가을前 제도화 나설듯

황형준 기자 , 강성휘 기자 , 세종=최혜령 기자

입력 2020-05-15 03:00 수정 2020-05-15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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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이어 원격의료 띄우는 정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청와대와 정부가 비대면 의료 서비스 확대 방침을 밝히면서 원격의료 확대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2차 유행이 예상되는 올가을 전 한시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원격의료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2년 전 ‘선(善)한 원격의료’를 내걸었다가 의료계와 여당 일각의 반발로 물러섰던 청와대와 정부가 4·15총선을 통해 정치 지형이 바뀌자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원격의료 확대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 21대 국회 개원 보름 앞두고 원격의료 카드 본격화한 정부

전날 청와대가 원격의료에 대한 긍정적인 검토 입장을 밝히자 정부는 14일 일제히 원격의료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제3차 목요회의를 주재하고 “비대면 진료 확대, 원격 모니터링 서비스 발굴 등 보건의료 대책의 과감한 중심 이동이 필요하다”며 “스마트·비대면 산업을 육성하는 등 방역보건 시스템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코로나19가 원격의료 규제 샌드박스 같은 효과를 줬다”며 “원격의료가 보다 활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했고,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원격의료) 시범사업 확대를 위한 인프라 보강 등이 한국판 뉴딜 10대 중점 과제 중 하나”라고 했다.


2017년 대선에서 원격의료를 포함한 의료 민영화에 대한 반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정책의 무게 중심을 소득주도성장에서 혁신성장으로 옮긴 2018년부터 원격의료 확대를 추진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8월 여야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의료 혜택을 받기 어려운 환자들을 원격의료 하는 것은 선한 기능”이라며 “원격진료도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발에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원격의료 확대 논의가 다시 본격화된 것은 ‘한국판 뉴딜’을 내건 문재인 대통령이 과감한 규제 완화를 강조하면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국무회의에서 “디지털 기반 비대면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밝힌 데 이어 이달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도 비대면 의료 서비스를 ‘포스트 코로나’ 시대 개척을 위한 중점 육성 사업으로 꼽았다. 한 여권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한국의 의료 서비스와 정보통신기술(ICT)의 우수성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원격의료를 새로운 차세대 먹거리 후보군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구상 아니겠느냐”고 했다.


○ 코로나19 2차 유행 전 제도화 나설 듯


청와대와 정부는 코로나19로 한시적 원격의료가 허용된 2월 말 이후 26만여 명의 환자가 전화 진찰상담 등 사실상 원격진료를 받으면서 의료계의 우려를 불식시킬 만큼의 사례가 충분히 쌓였다고 보고 있다. 이날 정 총리와 함께 제3차 목요대화에 참석한 보건 전문가들도 원격의료 등 비대면 의료 확대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비대면 의료가) 왜 의료 영리화 틀에 얽매이는지 모르겠다”며 “비대면 진료는 지역 격차 해소뿐 아니라 의료 접근성이 낮은 노인들에게도 좋다”고 말했다.

총선에서 여당이 압도적 승리를 얻으면서 2년 전과는 정치 환경이 달라졌다는 점도 청와대가 다시 원격의료 확대 카드를 꺼내 든 배경으로 꼽힌다. 원격의료 확대를 위해선 의료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현행 의료법은 의사와 환자 간이 아닌 의사끼리만 원격의료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2018년에는 당정청이나 당내 회의에서 ‘야당일 때 원격의료를 반대해 놓고 여당이 됐다고 찬성으로 돌아설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지금은 원격의료를 제안한 대통령 지지율이 역대 최고치인 데다 코로나19로 명분도 충분해 원격의료 입법을 위한 타이밍이 무르익은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대한의사협회가 “원격진료를 강행하면 극단적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서는 만큼 민주당은 여론을 봐가면서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도 이에 대해서는 별 이견이 없다. 한 관계자는 “원격의료는 의료 영리화 논란과 연계될 수 있는 만큼 비대면 의료 서비스가 정확한 표현”이라며 “의료 영리화와는 전혀 다르다”라고 말했다. 비대면 의료 서비스는 원격의료와 디지털 헬스케어 등이 포함된 개념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코로나19 2차 대유행 가능성이 있는 올가을이나 겨울 전까지 현재 한시적으로 도입된 전화 진료의 효과를 분석해 원격의료 확대 범위와 대상을 구체화해 제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강성휘 / 세종=최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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