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마이너스 금리’ 압박에… 파월 “더 좋은 도구 있다” 선그어

뉴욕=박용 특파원

입력 2020-05-15 03:00 수정 2020-05-15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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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준 의장 “금리인하 효과 엇갈려… 마이너스 금리 팬 있지만 고려 안해”
침체 장기화 해법 ‘재정지원’에 무게… 골드만삭스, 美 3분기 성장률 올려
19%→29%… V자 회복 가능성 시사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팬이 있다는 걸 알지만 우리가 고려하고 있는 조치는 아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수장 제롬 파월 의장(사진)이 13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마이너스 금리’ 요구에 퇴짜를 놓았다. 과감한 양적완화 조치로 시장이 상당 부분 안정된 상황에서 ‘마이너스 금리’ 실험을 무리하게 추진할 필요는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파월 의장은 이날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주최 화상연설에서 “마이너스 금리의 실효성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며 “우리는 (다른) 좋은 도구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이날 CNBC ‘파워 런치’에 출연해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 “현 시점에서 적극적인 논의도 없고 내가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준은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고조되자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다른 나라들이 마이너스 금리의 혜택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연준에 추가 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하지만 연준은 유럽과 일본에서 경기 개선 효과를 보지 못했던 마이너스 금리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반등을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계속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투자자(CIO)는 최근 “재무부가 단기 채권을 발행해 너무 많은 차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연준에 대한 ‘마이너스 금리’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마이너스 금리’ 요구를 외면한 파월 의장은 행정부와 의회로 화살을 돌렸다. 그는 “(경제) 회복이 탄력을 받으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수 있다”며 “추가 재정지원은 비용이 클 수 있지만 장기적 경제 피해를 피하고 강력한 회복에 도움이 된다면 그럴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전날 내놓은 3조 달러 규모 추가 경기 부양책에 대해 공화당 의원들이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2분기(4∼6월) 성장률을 기존 연율 기준 ‘마이너스(―) 34%’에서 ―39%로 조정했다. 실업률도 15%에서 25%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3분기(7∼9월) 성장률은 기존 19%에 29%로 상향 조정해 ‘V자 형태’의 회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64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분기 성장률이 ―32%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3분기는 9%, 4분기(10∼12월)는 6.9%의 성장률을 전망했다. 응답자들의 68.3%는 경기 회복이 ‘V자형’이나 ‘U자형’보다 훨씬 더딘 나이키 로고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파월 의장의 ‘침체 장기화’ 발언 이후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17% 내리며 사흘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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