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백 사자” 백화점 문열자마자 달리기

박종민 기자 , 김은지 기자

입력 2020-05-13 03:00 수정 2020-05-14 14:44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14일 가격 오르기전 구매” 북새통… 개장전 줄섰다가 우르르 몰려가
“대기자 200명 마감” 발길 돌리기도


14일부터 일부 제품의 가격을 7∼17% 인상할 예정인 샤넬 핸드백을 구매하기 위해 12일 오전 서울 강남에 있는 한 백화점 앞에서 고객들이 줄지어 앉아 개장을 기다렸다(위 사진). 이들은 백화점 셔터가 열리자마자 매장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12일 오전 서울 강남에 있는 한 백화점.

명품관과 가장 가까운 이 입구에 개장 전부터 수십 명이 몰려들었다. 백화점을 개장한 오전 10시 반경. 철제 셔터가 올라가자 방문객들은 엎드리듯 몸을 낮췄다. 바닥에서 겨우 30∼40cm 올라갔는데 “으악” 괴성까지 지르며 몸을 밀어 넣기 시작했다. 셔터를 통과한 뒤 주변 사람과 몸을 부딪치면서도 한쪽으로 부리나케 뛰어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생활 속 거리 두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백화점 명품관에선 육상대회를 방불케 하는 ‘오픈 런(open run)’이 벌어졌다. 개수가 정해진 상품을 사려고 업소 개장 전부터 밖에서 기다렸다가 달려가는 현상을 일컫는다.

업계에 따르면 이런 ‘오픈 런’을 불러일으킨 제품은 프랑스 브랜드 ‘샤넬’이다. 샤넬이 14일부터 일부 핸드백 제품의 가격을 7∼17% 인상하겠다고 결정하자, 미리 사면 이득이란 분위기가 생겼다. 예를 들어 현재 715만 원인 샤넬 클래식 미디엄 사이즈는 14일 이후 약 15% 오른 820만 원 정도에 사야 한다. 지난해 10월에도 값을 올렸던 샤넬은 가격 인상 직전마다 구매자들이 몰려들어 ‘샤테크’(샤넬 재테크)란 말도 있다.

오전 11시 반경 서울 중구에 있는 한 백화점 샤넬 매장도 대기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여기저기서 “없어, 없어”란 고성이 오갔다. 한 여성도 일행에게 “이미 다 팔렸대”라며 아쉬워했다. 매장 직원은 줄을 선 고객들에게 “현재 대기자만 200명이 넘는다. 오늘은 더 이상 대기자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입장을 못 한 고객들은 유리창 밖에 줄줄이 서서 원하는 상품이 있는지 들여다보기도 했다.

대다수 백화점 명품관은 몰려든 고객들로 코로나19 방역에 진땀을 뺐다. 백화점에선 명품관 입구부터 직원을 배치해 입구부터 방문객의 체온을 확인하고 마스크 착용을 권유했다. 하지만 막상 입장한 뒤에는 마스크를 턱까지 내린 채 동행과 바짝 붙어 대화를 나누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코로나19로 9일 영업을 조기 종료했다가 10일 다시 문을 연 롯데백화점 본점도 사람이 몰려들긴 마찬가지였다. 이 백화점 명품관에 입점한 한 업체의 직원은 2일 서울 이태원 클럽에 다녀왔다 9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수많은 고객이 별 상관없이 찾아왔다. 김모 씨(30·여)는 “지금 사는 게 좋을 것 같아 마스크를 끼고 나왔다. 이렇게 많이 몰릴지 예상 못 해서 내일 다시 ‘오픈 런’을 시도하려고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실내 매장에 몰려든 인파가 생활 속 거리 두기 지침을 잘 지킬지 우려했다.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다수가 모여 밀집해 있다면 어느 곳이라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이태원 클럽과 백화점은 주로 젊고 유행에 민감한 계층이 찾는 곳인 만큼 무증상 감염자도 있을 수 있어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박종민 blick@donga.com·김은지 기자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