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적 디자인의 찻잔-찻수저… “우린 티 어벤져스”

장성=전승훈 기자

입력 2020-05-13 03:00 수정 2020-05-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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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茶문화 여는 30대 공예작가들… 요즘 2030, 차를 음료처럼 즐겨
예쁜 다실서 인증샷, 신세대 다도… ‘나 홀로 차 한잔’ 홈카페족 늘어
브이로그도 올리며 여유 만끽… 보성茶, 쇼핑몰 아마존서 판매도


6, 7일 전남 장성군 삼계면 죽림리 청림마을 희뫼요에서 열린 ‘다함께 차차茶’ 행사에서 희뫼 김형규 도예가(앞줄 가운데)가 30대 젊은 도예가들에게 찻잎을 따고 덖어 차를 만드는 법을 전수했다. 김 도예가는 “밤새워 만드는 수제차와 도자기는 만드는 이의 엄청난 노력과 정성이 들어간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장성=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1조 원대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차(茶)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커피로 가득 찬 음료 시장에 차가 올드하다는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것. 스타벅스, 공차 등 유명 브랜드뿐 아니라 서울 종로구 서촌의 ‘옥인다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티컬렉티브’처럼 세련된 인테리어를 갖춘 토종 브랜드의 찻집에도 젊은층의 발길이 몰리고 있다.

“예전에는 차를 도(道)의 개념으로 배웠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차도 그냥 음료처럼 즐깁니다. 인테리어가 예쁜 찻집에서 그릇과 소품을 찍어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 인증샷을 올리는 2030세대가 새로운 한국 차 문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6일 전남 장성군 삼계면 희뫼요 인근 야생차밭에서 만난 도예가 박승일 씨(경주 백암요 대표)는 500년 넘은 오래된 차나무에서 새로 나온 작설차(찻잎이 참새의 혓바닥 크기만 할 때 따서 만든 차) 잎을 따면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이 주최하는 공예문화 축제 ‘공예주간’의 사전행사로 열린 ‘다함께 차차茶’ 행사에는 전국의 젊은 공예가 30여 명이 참여해 채엽(採葉·찻잎 따기)과 제다(製茶·차 만들기)를 체험했다.


○ 2030세대 새로운 차 문화 위해 뭉친 ‘티 어벤져스’

금속공예가 이윤정과 도예가 백경원이 협업해 만든 다관과 다구.
이 중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1987년생 동갑내기 공예가 ‘티 어벤져스’. 김유미(도예), 백경원(도예), 유남권(옻칠), 김준수(가죽), 이윤정(금속), 이지원(직조) 등 총 6명의 30대 공예 작가가 협업해 찻잔, 가죽 받침대, 찻수저, 옻칠 다구함 등으로 구성된 감각적인 디자인을 자랑하는 휴대용 다구세트를 만들었다. 이들은 달항아리와 백자 다기를 만드는 희뫼 김형규 도예가(53)로부터 야생차밭에서 찻잎을 따고, 솥에 찻잎을 덖고, 손으로 비비며 차 만드는 법을 전수받았다. 참가자들은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밤을 새워 직접 만든 차를 아침에 함께 마셨다. 차회에는 ‘티 어벤져스’의 작품뿐 아니라 백암요, 희뫼요, 노산도방, 무소공방이 만든 다관(茶罐)과 잔, 숙우(熟盂) 등이 사용됐다. 이날 선보인 도예, 금속, 가죽 등으로 만든 다기 공예품은 12∼22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보안여관에서 열리는 전시회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전시 기간 중에는 한국의 차 문화를 경험하는 소규모 차 모임도 진행된다.


○ 해외와 홈카페족을 겨냥한 한국의 차 문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집 안에서 나 홀로 차와 커피를 즐기는 ‘홈카페족’은 새로운 차 문화를 이끄는 주역이다. 이들은 예쁜 티포트에 차를 끓여 마시는 여유로운 모습을 찍어 브이로그(Vlog·일상을 담는 동영상)로 올리기도 한다. 실제로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커피 차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 또한 홈 카페 관련 인테리어 소품 등 생활 장르 매출도 같은 기간 16% 늘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프리미엄 티 브랜드 ‘오설록’은 홈카페족들을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차 정기구독 서비스 ‘다다일상(茶茶日常)’을 시작했다. 매달 오설록이 추천하는 차와 다구, 소품 등을 큐레이션해 배달하는 정기구독 서비스다.

KCDF 최재일 공예본부장은 “차 문화는 제다 산업뿐 아니라 도자기, 금속, 가죽 공예와 요리, 인테리어, 건축까지 모든 것을 포함하는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산업”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5일에는 전남 보성군의 청정 지역인 득량만에서 생산된 보성차 ‘오션브리즈(Ocean Breeze)’가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이 차는 출시 8일 만에 중국, 일본 차를 누르고 아마존 ‘matcha tea’(말차·가루녹차) 부문에서 신제품 1위를 차지했다. 보성군은 “국제유기인증을 받은 농가의 찻잎만을 이용해 100% 유기농 녹차 등 프리미엄 라인을 만들어 해외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장성=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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