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규제 입장 밝혀라”…韓 ‘최후통첩’에 日 답할까

뉴시스

입력 2020-05-12 18:17 수정 2020-05-12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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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日에 이달 말까지 '수출규제 조치' 해결 방안 요구
이전 양국 간 갈등 국면과 달리 코로나19 변수로 등장
"경제적 실익 챙겨야…규제 이어갈 명분·실효성 없어"



한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수습으로 갈 길 바쁜 일본 정부에 사실상 ‘최후통첩’을 던졌다. 지난해 7월 발표한 ‘수출규제 강화 조치’에 대한 문제 해결 방안을 이달 말까지 내놓으라는 것인데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다.

일단 공은 일본으로 넘어갔다. 우리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1년여에 걸친 양국 간 수출 갈등에 마침표가 찍힐 가능성이 크다. 반대라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전이 다시 벌어지는 등 상황이 악화될 여지도 있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주장을 종합하면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더 이상 유지할 명분이 없다. 그간 제기해 온 우리나라 수출관리 제도에 대한 우려와 오해가 모두 해소됐기 때문이다.

앞서 일본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심사를 강화하고 ‘수출무역관리령’을 개정해 15년 만에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빼버렸다. 무기 제작에 쓰일 수 있는 전략물자 수입국으로써 우리나라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일본 측의 논리였다.

구체적인 수출규제 조치의 이유로는 크게 3가지를 꼽았다. 먼저 재래식 무기에 대한 캐치올(Catch-All) 제도가 도입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캐치올 제도는 비전략물자라도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수출을 통제하는 규제다.

우리나라의 수출통제 인력과 조직 규모 등을 근거로 들며 관리 실태가 미흡하다는 점도 걸고넘어졌다. 최근 3년간 수출통제협의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것도 양국 간 신뢰가 훼손됐다고 보는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산업부는 이 3가지 근거에 대해 조목조목 따져가면서 반론을 제시했다.

지난 3월 대외무역법 개정을 통해 캐치올 제도에 대한 법적 근거를 명확히 했고 산업부 내 무역안보 전담 조직도 기존 과단위에서 국단위 조직으로 확대 개편했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 6개월 동안 일본 경제산업성과 여러 차례 공식·비공식 회의를 통해 신뢰를 쌓았다고 주장했다.

이호현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가 현안 해결에 나서야 할 필요·충분조건은 모두 갖추어졌다”며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원상회복시키는 데 망설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제적 실익 측면에서 양국 간 갈등이 해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이전 양국 간 갈등 국면과는 달리 코로나19가 변수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앞서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해 지난달 7일 도쿄도와 오사카부 등 7개 지자체에 대해 긴급사태를 발령했고 이후 16일에는 이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현지 언론에서는 오는 14일 긴급사태를 해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과 환자 수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일본의 유전자 증폭(PCR) 검사 시행 건수가 적어 실제 감염자가 확인된 것보다 많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만큼 경기도 위축됐다. 닛케이 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3월 경기일치 지수는 전월 대비 4.9p(포인트) 떨어진 90.5를 기록하면서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이어갈 명분이 약해진 것이다.

이 정책관도 “전통적으로 양국 기업 관계가 잘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협력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며 “기업들의 가장 큰 리스크는 불확실성이기 때문에 이를 해소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상식적으로 지금은 싸울 이유가 별로 없다”며 “수출규제 문제도 풀면서 넌지시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더 성숙한 나라로 비추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통상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전 민변 국제통상위원장)는 “이날 발표는 단순한 압박이라기보다는 문제 해결로 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일본이 수출규제를 계속할 실효성과 의미가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고집할 이유는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그래도 넘어야 할 산은 존재한다. 주요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와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는 따로 봐야한다는 견해도 있다.

송 변호사는 “일본 입장에서도 3개 품목에 대한 규제를 계속할 경제적 요인은 없다”며 “다만 화이트리스트 제외 건의 경우 앞서 WTO 제소에도 빠졌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 뚜렷한 해결 방안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수출관리 제도에 대한 보완만으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원상 복구되기는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애초 우리 정부도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지소미아 종료와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한 경제보복 조치라고 규정해왔다.

이 정책관은 “수출관리정책대화는 산업부와 일본 경제산업성 간의 수출 관련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라며 “관계부처와 소통은 하고 있지만 수출 관련 문제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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