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확산 미리 막는 특수진화대 맹활약

대전=이기진 기자

입력 2020-05-05 03:00 수정 2020-05-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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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준한 지형서 방화선 구축 맡아
전국 438명… 올해 정규직 전환


1일 강원 고성군 토성면 산불 현장에서 산림청 산불재난 특수진화대 대원들이 방화선 구축 등으로 불길이 더 확산되는 것을 막고 있다. 산림청 제공
“평생 우리가 할 일이다. 방화선을 구축하라.”

1일 0시 강원 고성군 토성면 도원리 산불 현장. 간헐적으로 돌풍까지 불면서 불길이 정상 쪽으로 번져가고 있었다. 수시로 바뀌는 풍향 때문에 횡진(橫陣)으로 번지는 불길 속도도 만만치 않았다. 이번 화재는 지난해 4월 고성과 속초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에 비하면 피해 규모가 훨씬 작다. 인명피해도 발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산불 특성상 언제든지 대형 재난으로 번질 수도 있는 상황.

동부지방산림청 양양국유림관리소 소속 산불재난 특수진화대 김동환 조장(32)은 조원들과 함께 방화선 구축에 나섰다. 20L짜리 등짐펌프로 화선에 물을 뿌리고 불 갈퀴로 바닥을 긁어냈다. 오전 5시 반경 일출이 시작되면서 멀리서 헬기 소리가 들렸다. 9시간 계속된 육탄 진화가 변곡점을 맞이하는 순간이었다.

이번 고성 산불이 지난해에 비해 초기 진화에 성공하고 인명피해가 없었던 것은 바람의 강도, 불길 방향, 화재현장과 가까운 저수지 등 진화에 양호한 조건이 작용했다. 여기에다 산림청 산불재난 특수진화대와 공중진화대 역할도 돋보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산불재난 특수진화대는 지상인력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서 개인 진화장비를 이용해 통로를 개척하고 진화선을 구축하는 역할을 맡는다. 공중진화대와 함께 급경사지나 절벽 등 험준한 지형에 투입된다. 이번 현장에서 산불재난 특수진화대는 소방관, 군인, 주민 등과 함께 헬기가 출동하기 전인 2일 오전까지 60%가량을 진화했다. 박종호 산림청장도 현장 브리핑에서 “특수진화대와 공중진화대, 최일선에 투입된 소방청의 화선 차단 작전이 주효했다”고 했다.

2016년 처음 도입된 산불재난 특수진화대는 현재 전국 5개 지방산림청에 모두 438명이 배치돼 있다. 이들은 과거 1년 임기의 기간제로 고용됐으나 올 1월부터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이상익 동부지방산림청장은 “특수진화대원들은 평소 현장을 자주 둘러봤기 때문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길, 산불 이동경로 등도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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