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만에 지은 中병원… 비결은 가상 실험실 ‘BIM’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0-05-04 03:00 수정 2020-05-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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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0개 병상 놓일 병원 초고속 설계… 바이러스 전파 차단 시스템도 구축
병원 내 치명률, 中 평균 절반 수준… 생기원, 엔지니어링 SW 활용 지원


GS건설이 창원경상대병원을 건설하기에 앞서 BIM을 이용해 미리 디자인한 모습이다. 설계 단계부터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건설 기간을 단축하고 동선 등을 최적화했다. 창원경상대병원 제공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던 올 2월, 후베이성 우한에 병원 두 곳이 공사 시작 약 열흘 만에 문을 열었다. 훠선산(火神山)병원은 1월 23일 착공해 11일 만인 2월 2일 완공됐고 레이선산(雷神山)병원은 1월 26일 착공해 12일 만인 2월 6일 완공됐다. 병상 수만 2600개에 이르는 종합병원급 병원 두 곳이 ‘뚝딱’ 지어진 것을 두고 세계는 그 속도에 놀라움을 표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26일 우한 내 모든 입원환자가 퇴원했다고 발표할 수 있었던 데에는 두 병원의 역할이 컸다.

이런 빠른 건설의 배경에는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가 존재했다.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는 사이버 공간에서 제품을 만들고 작동시켜 성능을 살펴보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컴퓨터 속 실험실인 셈이다.

훠선산병원과 레이선산병원은 건설 부문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인 빔(BIM·빌딩정보모델링)을 사용했다. 병원 건물의 전체적인 디자인 설계와 건물의 주요한 골조 크기나 단면, 접합부를 나타내는 구조 설계도 제작에 BIM을 적용했다. 그 결과 디자인 설계는 하루, 구조 설계도 제작은 60시간 만에 완료했다.

BIM을 통해 병원 내 감염 위험도 줄였다. 가상 환경에서 공기 확산의 흐름을 미리 살펴 혹시 존재할지 모를 병원 내 환기 시스템에 의한 바이러스 전파 위험도를 평가했다. 이를 통해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하는 최적의 격리 병실 구조와 환기 시스템을 마련했다. 의료진과 환자의 동선도 고려해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전념할 수 있게 했다. 덕분에 레이선산병원에 입원한 전체 환자 2011명의 치명률은 2.1%로 중국 평균 치명률인 5.6%보다 훨씬 낮았다.

BIM은 이전에도 국내외 병원 건설에 많이 활용돼 왔다. 쌍용건설, 계룡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등이 BIM을 활발히 사용하고 있다. GS건설은 경남 창원 지역 최대 병원 중 하나인 창원경상대병원을 지을 때 설계 단계부터 BIM을 활용했다. 설계 오류를 반영해 도면을 수정하고 전개도 작성, 물량 산출 등을 미리 수행했다. 수술실과 고에너지 가속기실을 배치할 때에도 활용했다. 건설 기간도 줄여서, 2012년 12월 첫 삽을 떠 약 3년 만인 2015년 10월 건설을 완료했다.

올 7월 개원을 앞둔 세종시 최초의 종합병원인 세종충남대병원에도 BIM이 활용됐다. 건설 제안 단계부터 BIM를 적용해 설계 오류와 적합성을 검토했다. 이후 BIM을 통해 부족한 도면을 보완하고, 시공을 진행하며 도면과 실제 건설 간 오류를 좁혀 나갔다. 2017년 5월 첫 삽을 떠 3년 만에 지하 3층, 지상 11층 규모의 병원을 건설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국가엔지니어링기술지원센터는 비싼 구매 비용과 전문인력 고용의 어려움 때문에 BIM 등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을 위해 12월까지 이들 소프트웨어를 지원한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기업들이 인터넷에 직접 접속해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를 이용할 수 있다. BIM 외에 구조해석과 열해석, 충돌해석 소프트웨어 등을 이용할 수 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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