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99개월 만의 무역적자에도 “양호하다” 진단…이유는?

뉴시스

입력 2020-05-01 13:47 수정 2020-05-0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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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달리 非불황형 흑자 구조
소비·중간재 수입 감소 폭 적어…내수 여건 양호 방증
미·중·일 등 주요 수출국 코로나19 여파에 '무역적자'
비대면·홈코노미·K-방역 과련 품목 수출 호조세 긍정적



98개월 동안 이어지던 우리나라 무역수지 흑자 행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에 막을 내렸다.

정부는 전례 없는 감염병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전 세계 공통적인 현상으로, 불가피한 무역수지 적자였다고 진단했다. 과거 고유가 시기나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감소하는 불황과는 달리 구조적으로 양호한 상황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은 369억2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4.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일평균 수출은 16억7800만 달러로 17.4% 줄었다.

수입은 15.9% 감소한 378억7000만 달러이며 무역수지는 9억5000만 달러 적자로 나타났다. 이로써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지난 2012년 1월 이후 99개월 만에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코로나19은 전 세계적 확산으로 글로벌 경제가 위측되고, 각국이 너나 할 것 없이 빗장을 걸어잠그면서 무역량이 크게 줄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 수출 주요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호조세를 보이던 무역수지가 코로나19의 충격을 버텨내지 못하고 8년여 만에 적자로 돌아섰지만 정부는 크게 낙담하지 않았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열린 ‘8차 혁신성장 전략 점검회의 겸 정책점검 회의’에서 “수출의 급격한 감소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기업의 부담을 더 확대할 우려가 있다”면서도 “무역수지 적자가 반드시 부정적인 것은 아니어서 경제 중앙대책본부 내 산업·기업 위기대응반을 중심으로 수출입 관련 동향을 밀착 모니터링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이 같이 분석한 배경에는 이번 무역 충격이 과거 우리나라가 겪은 충격과 비교했을 때 양상을 달리한다는 점이 꼽힌다.

지난 2009년 1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우리나라의 자본재와 중간재 수입은 각각 전년 대비 31.3%, 28.2% 줄었다. 같은 시기 무역수지는 38억 달러 적자를 냈다.

이는 생산과 투자에 영향을 미치면서 이후 우리나라는 10개월 연속 장기 수출 부진을 이어갔다. 산업부는 이를 두고 불황형 무역수지 적자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지난달 기록한 9억5000달러 무역수지 적자는 비(非)불황형이라고 규정했다. 소비재와 중간재 수입이 각각 전년 대비 9.0%, 13.9% 줄었지만 전체 수입 감소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그 폭이 적었다는 것이다. 자본재의 경우 오히려 1.3% 증가세를 보이기도 했다.

우리 제조업은 다른 주요국에 비해 생산 중단(셧다운) 없이 정상 가동했고 이로 인해 중간재와 자본재 등이 지속적으로 수입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품목별로 보면 컴퓨터(12.8%), 무선통신기기(9.6%), 자동차(12.1%) 수입 증가가 두드러졌다.

산업부는 주요국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내수 여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시그널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4월 무역수지 적자가 비단 우리나라 뿐 아니라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점도 과거와 다르게 보는 배경이다.

중국은 2017년 3월 이후 34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왔지만 올해 1~2월에는 적자 전환했다. 일본의 경우 지난 2월 1조1088억엔 흑자를 냈지만 지난 3월에는 50억엔으로 한 달 만에 99.5% 감소했다.

이외에 미국, 프랑스, 영국, 홍콩 등 주요 수출국도 모두 1~2월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달 수출 감소는 전년 대비 15%가량 빠진 단가 하락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 일평균 수출 물량은 2.9% 감소에 그쳤다. 지난해 평균 수출 단가 감소 폭은 -10.6%이다. 수출 단가만 예년 수준으로 회복된다면 반등도 노려볼 수 있다는 뜻이다.


비대면(언택트), 홈코노미(홈+이코노미), K-방역 산업 관련 품목이 수출 호조세를 보인 점도 긍정적이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교육, 원격의료, 전자상거래 등이 확산되면서 지난해 컴퓨터 수출은 전년 대비 99.3% 늘었다. 같은 기간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와 레이저 프린터 수출도 각각 254.5%, 12.9% 증가했다.

대표적인 K-방역 물품인 코로나19 진단키트의 수출액은 2억123만달러로 전월과 비교해 약 8배가량 늘었다. 손소독제(7755.8%), 의료용방진복(3만2573.0%), 외과용 라텍스장갑(7313.6%) 등도 큰 폭 성장했다.

이외에 화장지 원지(249.3%), 화장지 제품(122.3%), 가공식품(46.3%), 빵(40.8%), 라면(52.3%), 김치(62.6%), 즉석밥(100.5%) 등 생필품 수출도 확대됐다.

무역수지 흑자 회복과 수출 반등 시기는 아직 미지수이다. 그만큼 코로나19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얼마 전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교역 성장률을 2.9%에서 -11.0%로 하향 조정했다. 비슷한 시기에 세계무역기구(WTO)도 이 수치를 2.9%에서 -13~26%로 낮춰잡았다.

나승식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5월 이후 수출 전망은 코로나19 진정 국면과 주요 교역국의 경제 재개가 얼마나 진행될 것인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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