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를 맞이하는 새로운 의료모델, 수도권 서북부 ‘의료지형’ 바꿨다

홍은심 기자

입력 2020-04-28 03:00 수정 2020-04-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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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선도 의료 한국] - 은평성모병원
개원 1년… 서울 경기 아우르는 응급-중증질환 치료 병원으로
국내 첫 이중 음압격리병상 운영… 코로나19 등 감염병 차단에 만전
음성인식 의무기록시스템 도입… “의료 4차 산업혁명 주도할 것”


은평성모병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정립한 코로나19 대응 지침을 만들고 타 병원에도 제공한 바 있다. 코로나19의 교훈을 바탕으로 언택트 메디신(Untact Medicine) 연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서북부 첫 대학병원으로 지역밀착형 거점병원을 표방한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병원장 권순용)이 1주년을 맞았다.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서 작년 4월 1일 첫 진료를 시작하고 개원 1년 만에 은평구를 넘어서 인근 서대문과 경기, 고양 등 주민 150만여 명의 응급질환과 중증질환 치료를 책임지는 지역 거점병원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은평성모병원은 개원 초기부터 가톨릭의료의 가장 큰 경쟁력인 장기이식과 혈액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며 중증질환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개원 100일 만에 신장, 심장, 간, 췌장, 각막 등 5대 주요 장기 이식에 성공했으며 혈액암 분야 전문성 강화를 위해 최근에는 혈액병원 내에 다발골수종센터를 신설해 조혈모세포 이식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심장혈관병원, 뇌신경센터, 로봇수술센터, 미세침습수술센터, 척추·관절·통증·류마티스센터에서는 안정된 최신식 시술과 수술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응급의료센터는 응급 환자들의 골든타임을 수호하며 지역 환자들의 생명을 지켜낸다.

맞춤형 의료서비스 네트워크 구축에도 적극적이다. 중증응급환자 필수 의료서비스와 지역이 필요로 하는 어린이, 여성, 노인 진료에 대한 포괄 케어를 제공하는 한편 노인 인구와 만성적인 퇴행성·대사성 질환이 많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노년의학과를 개설하는 등 모든 진료과에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서비스 수준을 높였다.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병원은 태양광, 지축열, 빙축열, 빗물 등을 활용하며 국내 대학병원 최초로 건축물 에너지 효율 1등급을 받고 녹색 건축 우수 인증을 획득했다. 환자 중심 설계로 동선을 최소화 하고 초대형 숫자와 색깔로 식별하는 ‘쉬운 길 찾기 시스템’을 적용했다. 고령 환자와 장애인들이 병원 이용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장애물 없는 병원(Barrier-free hospital) 인증을 획득하는 등 새로운 의료 문화 모델을 제시했다.

스마트 병동. 환자가 스마트 미디어 보드를 보고 있다.


○ 설계부터 안전… 체계적인 감염관리 프로세스 호평

은평성모병원은 환자들에게 쾌적한 치유 환경을 제공한다. 설계 단계부터 최신 감염관리 정책을 반영해 감염내과 외래구역 전체 음압시설을 갖췄으며 응급의료센터는 국내 최초 이중 전실을 갖춘 음압격리병상을 운영 중이다. 병동 입구에는 스크린 도어를 설치해 외부인 출입을 차단하고 기준 병상인 4인실은 병상 간격을 1.5m로 유지해 안전한 병실 환경을 조성했다.

또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감염병 관리 대응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슬기롭게 극복하며 의료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예기치 못한 확진자 발생으로 진료를 일시 중단했던 병원은 확진자 발생 직후 환자 안전을 위해 선제적으로 병원 폐쇄 조치를 단행하고 보건복지부, 서울시, 은평구와 적극적이고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해 병원 내 감염을 2명으로 막았다.

병원은 단기간에 교직원을 포함한 2725명에 이르는 유례없는 코로나19 선별검사를 시행해 전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의료진을 포함한 모든 교직원의 협력 속에 방역, 소독, 재원환자, 내원객 관리, 검사, 응급치료, 전화처방 등 확진자 발생부터 전면적인 진료 재개에 이르기까지 감염병 대응 표준 프로토콜을 정립했다. 은평성모병원은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정립한 코로나19 대응 지침을 병원 내 확진자가 발생한 다른 병원들에 매뉴얼로 제공하기도 했다.

개원 후 첫 신장이식 수술 장면.
응급의료센터.


○ 보이스 EMR 활용 ‘언택트 메디신’ 패러다임 선도

은평성모병원은 코로나19의 교훈을 바탕으로 개원 전부터 집중적으로 역량을 집중했던 언택트 메디신(Untact Medicine)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병원은 인공지능(AI) 음성인식 기술에 기반한 의료서비스가 코로나19 이후의 의료 패러다임을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등 비접촉 문화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인공지능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하면 의료진과 환자, 의료진 사이의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고 새로운 의료 환경을 조성하는 다양한 서비스 개발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음성 인식 기반 간호전자의무기록을 도입하고 전자의무기록 연구소를 개소한 은평성모병원은 스마트 병동 운영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혁신적 의료서비스 기술을 확보 중이다. 병동에서 활용 중인 음성인식 의무기록 시스템인 보이스 EMR(Voice Electronic Medical Record)의 경우 간호사들이 환자를 간호하면서 음성으로 간호기록을 입력할 수 있는 기술이다. 병원은 외래, 수술실, 처치실, 검사실 등에서도 보이스 EMR을 운영 중이다.

스마트 병동에서는 환자들이 의료진과 치료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스마트 미디어 보드(SMB·Smart Media Board)를 도입했다. 스마트 미디어 보드는 병상 식탁에 설치된 모니터로 환자들이 의료진과 대면 없이도 치료 일정과 검사결과, 복용 중인 약 정보, 회진·입퇴원 일정을 조회할 수 있으며 TV와 인터넷 기능을 갖춰 스마트한 병실 생활을 지원한다. 환자들이 직접 자신의 식단을 구성해 병원식을 골라 먹을 수 있는 스마트 밀 서비스 시스템도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은평성모병원은 개원 후 1년간 인공지능 음성인식 기술이 업무시간 단축과 데이터 보관, 의료진과 환자의 안전을 지키는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향후 감염관리 정책에 이 기술을 적극 반영해 병원 내 접촉과 감염을 최소화하는 언택트 메디신에 대한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더불어 인공지능 음성인식 기술의 본격적인 상용화, 표준화를 통해 대한민국이 빅데이터 활용 등 의료산업 분야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해나갈 수 있도록 가톨릭중앙의료원은 물론이고 여러 대학병원과 협업해 관련 학회 출범을 추진 중이다.




▶ “코로나19 이후… 더욱 체계적인 감염병 관리 시스템 구축”
권순용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장

권순용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장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은 1년 전 개원 당시 ‘오늘, 당신의 시간에 집중합니다’를 슬로건으로 내세워 기다림 없는 빠른 진료와 최상의 의료서비스로 환자들의 소중한 시간을 지켜내겠다고 약속했다.

권순용 은평성모병원장은 “‘오늘’이라는 단어에 매우 큰 가치가 담겨 있고 지역의 거점병원으로 이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발전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며 “모든 의료진과 교직원이 오직 환자만 생각한다는 마음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해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발생 후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으로 빠르게 진료 정상화를 이뤄낸 권 병원장은 “17일간의 일시적인 진료 중단은 환자 안전을 위한 진료와 감염 관리 체계를 점검하고 개선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새롭게 병원을 개원한다는 마음으로 사소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확인하고 개선해야 할 부분은 발견 즉시 최적의 개선안을 도출해냈다”며 “함께 지혜를 모으고 솔선수범하며 그 어떤 병원보다 안전한 병원으로 거듭나는 기회를 만들어준 모든 교직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권 병원장은 신종 감염병이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시점에서 은평성모병원이 보유하고 있는 인공지능 음성인식 기술이 새로운 감염병 대응 패러다임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병원은 수많은 의료진과 환자가 함께 생활하는 장소이기 때문에 감염병 확산 예방을 위해서는 불필요한 접촉을 최대한 줄이는 게 중요하다”며 “언택트 메디신이 코로나19 이후 의료 패러다임의 화두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음성으로 데이터를 입력하고 관리하는 기술을 집중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병원 내 감염 가능성을 줄이고 더 나아가 세계적으로 한국 의료계가 의료분야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병원장은 “시대의 흐름과 발전에 맞춰 의료 인프라를 강화하는 노력과 고령 인구가 많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진료프로세스 개발, 중증 응급환자의 골든타임을 지키는 신속진료 프로세스 고도화 등 환자의 오늘을 더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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