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재난지원금, 지방비 추가말고 예산 깎아 충당” 합의로 돌파구

김준일 기자 , 강성휘 기자

입력 2020-04-27 03:00 수정 2020-04-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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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 심사 27일부터 시작

“재난지원금 5월 중 지급”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운데)가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추경안 국회 통과를) 30일 이전에 끝내는 게 합리적인 판단이다. 5월 중 지급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야는 27일부터 국회 상임위원회를 열고 추경안 심사에 들어간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여야는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와 관련해 국회 상임위원회 심사를 27일부터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가 추경안 처리를 위한 첫발을 떼게 된 것. 그러나 ‘사실상 야당과 합의가 끝났다’는 여당과 달리 야당은 정부와 여당이 얼마나 성의 있게 예산 재조정을 하는지 보고 난 뒤 협조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정부 여당이 원하는 29일 국회 본회의 처리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추경안 심사의 물꼬가 열린 건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26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당정은 추가되는 지방비 1조 원만이라도 예산 재조정으로 흡수해주길 바란다. 통합당은 내일(27일)부터 국회 상임위를 가동해 추경안 심사를 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심 원내대표가 언급한 ‘지방비 1조 원’은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추가로 필요한 재원 중 지방정부가 부담할 예정이었던 금액이다. 당초 정부는 소득 하위 70% 지급을 전제로 9조7000억 원의 추경안을 짰다. 그러나 당정 협의에 따라 지급 대상이 전 국민으로 확대되면서 소요 재원은 14조3000억 원으로 4조6000억 원 늘었다. 늘어난 금액 중 3조6000억 원은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하고, 1조 원은 지방비로 부담케 한다는 게 당초 당정의 계획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같은 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심 원내대표가 어제와 오늘 지방정부가 당초 부담하기로 했던 1조 원 규모라도 세출 조정을 통해 마련하면 어떻겠느냐고 요청했다”고 확인한 뒤 “긴급하게 기획재정부와 상의했고 최종적으로 가능하게 정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견이 있던 지방비 1조 원 문제를 여야가 해결하면서 추경안 심사에 들어가게 됐다는 것이다.

지방비 문제가 정리된 것은 여당 역시 지방비 1조 원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충당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앞서 통합당은 지방비 1조 원을 증액하려면 지자체장들의 동의를 받아 와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러나 청와대가 29일을 추경안 통과 마지노선으로 설정하고 다음 달 4일부터 기초생활수급자 등에게 현금 지급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상황에서 통합당의 조건을 따르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여기에 박원순 서울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 여당 소속 지자체장들마저 지방비 부담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만큼 여당으로선 야당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그림을 보여주며 지방비 1조 원을 세출 조정으로 돌렸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민주당은 지방비 1조 원 예산 재조정으로 추경과 관련한 여야의 합의를 사실상 이뤘으니 4월 추경 처리, 5월 재난지원금 지급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2차 추경안 논의 과정에서 있었던 통합당의 요구를 모두 수용했으니 여기서 더 반대 입장을 펴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통합당은 국회 상임위의 추경안 심사 과정에서 1조 원에 대해 세출 재조정을 제대로 했는지를 먼저 본 뒤 처리에 응할지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심 원내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하나 마나 한 예산 조정을 한 것은 아닌지 1조 원의 내용을 제대로 보고 최종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국채 발행 3조6000억 원도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다. 민주당 관계자는 “기자간담회에서 3조6000억 원 국채 발행에 대한 명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만큼 이는 받아들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합당 관계자는 “1조 원 재조정이 얼마나 성의 있느냐에 따라 국채 발행에 동의할지도 결정될 것”이라며 국채 발행에 완전히 동의한 것은 아니라는 뜻을 밝혔다.

김준일 jikim@donga.com·강성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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