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의 사통팔달 교통망에 화강암 지질구조도 강점

청주=장기우기자

입력 2020-04-27 03:00 수정 2020-04-2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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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광가속기를 잡아라” 4개 지자체 유치전 치열]
<1> 11년만에 재도전하는 충북


《 ‘황금알을 낳는 거위’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를 잡아라. 사업비 1조 원이 투입되는 국가 대형 연구시설인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를 놓고 4개 광역자치단체가 치열한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방사광가속기는 물질의 미세구조 현상을 분석하는 초정밀 거대 현미경으로, 첨단산업에 필요한 실험장비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은 방사광가속기 유치로 6조7000억 원의 생산 유발 효과, 2조4000억 원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 13만7000여 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후보지는 다음 달 7일 선정된다. 충북(오창), 경북(포항), 강원(춘천), 전남(나주) 등 유치 후보지를 소개한다. 》
충북도는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방사광가속기 유치 후보지가 조성 최적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도권과 중부권의 활용산업 집적도와 지질학적 안정성, 대덕연구단지와 산업지원 연구개발 여건의 우수성, 전국 2시간 이내 접근성 등 모든 조성 요건을 고루 갖췄다는 것이다.


○ 충북의 두 번째 도전…유치 후보지는 ‘오창’

충북도가 방사광가속기 유치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충북도는 2008년 4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 사업 당시에도 나섰지만 경북 포항에 그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한 번 실패를 겪은 충북도는 방사광가속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일찌감치 꼼꼼한 준비를 했다. 지난해 3월 유치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전문자문단을 구성하고 방사광가속기 수요 확인, 정책 고도화(高度化), 의견 수렴 등을 거쳤다.

이런 노력 끝에 유치 최적지로 오창 지역을 선정하고 11년 만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충북도는 오창 일원에 포항의 35개 빔라인(빛을 내는 장치)보다 많은 60개 빔라인을 수용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4GeV(기가전자볼트)급 규모를 설치하며 연 1만 명 이상의 연구 수행 등이 가능한 방사광가속기를 추진할 계획이다. 허경재 충북도 신성장산업국장은 “오창테크노폴리스산업단지의 절반 규모에 해당하는 면적 53만9000m²에 원형 둘레 800m 크기의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를 구축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충청권도 힘을 보태고 있다. 충청권 4개 시도지사들은 1월 16일 ‘중부권 방사광가속기 공동유치 공동건의문’을 채택했다. 충북도는 또 11개 시군, 교육청, 경찰청, 경제단체, 민간사회단체, 문화예술단체 등과 힘을 모아 전 국민 유치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현재 방사광가속기 오창 유치에 서명한 이들은 온·오프라인을 포함해 101만1000여 명에 달한다.



○ 사통팔달 교통망과 지질학적 안정성 확보

오창에서 승용차로 5분 정도 이동하면 중부고속도로 서오창 나들목에 도달한다. 국내 유일의 고속철도(KTX) 분기역인 오송역도 15분이면 도착한다. 경부, 중부, 중부내륙, 중앙고속도로 등 4개 고속도로망과도 잘 연결된다. 중부권 거점 공항인 청주국제공항도 차량으로 5분 거리에 있어 방사광가속기와 관련한 세계 학자들과 기업들의 교류도 가능하다.

2022년에는 충남 천안에서 청주공항으로 이어지는 복(複)전철의 수도권 전철망이 준공될 예정이다. 오창은 전국 어느 곳이든 2시간 이내에 이동할 수 있는 교통 인프라를 갖췄다. 방사광가속기가 필요한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들에 하루 만에 연구 결과를 얻을 수 있는 ‘1일 분석권(圈)’을 제공할 수 있다고 충북도는 강조했다.

후보지의 단단한 지질 구조도 강점이다.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는 지진(압력)이나 화산 폭발(열) 등 자연재해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 이 때문에 화강암이나 편마암 같은 단단한 암석의 지질학적 안정성을 갖춘 곳이 적합지로 꼽힌다. 오창테크노폴리스 산단 측이 조사한 결과 입지 후보지 일대는 화강암반이 넓게 분포돼 있다. 변인순 충북도 신성장동력팀장은 “충북 오창은 시간적, 비용적인 면에서 산업 수요 접근성이 뛰어나다”며 “가장 기본적 요건인 지질학적 안정성까지 갖췄다”고 말했다.


○ 정부 과학기술 정책과 시너지 기대

충북도는 오창과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이 연계되면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오창 인근에는 세계 3대 바이오 클러스터인 오송생명과학산업단지가 들어서 있다. 오송생명과학단지는 국내 처음으로 기업과 대학, 연구소, 국책기관 등이 모여 인력 양성과 연구개발, 인·허가 제조, 판매 등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지원한다. 보건의료와 생명과학기술 분야를 국가전략사업으로 키우기 위한 곳이다.

오창에 방사광가속기가 조성되면 오송생명과학단지와 거대한 ‘바이오헬스 벨트’를 형성해 정부의 바이오헬스 혁신전략, 강소연구개발특구 육성,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마스터플랜 등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허경재 국장은 “지난해 일본의 수출 규제로 방사광가속기 구축이 시급히 떠오른 현안이 됐다”고 말했다. 소재와 부품, 장비의 국산화가 필요해지면서 핵심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정부가 방사광가속기 구축을 검토했다는 것이다. 또 대일본 부품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됐다. 허 국장은 “누구도 흔들 수 없는 경제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원천기술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그 핵심 중 하나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이며 오창이 최적지다”라고 주장했다.


이시종 충북도지사 인터뷰 “오창에 바이오-반도체-화학기업 밀집해 가속기 수요 충분”

“충북 오창과 인근 오송에는 반도체와 화학, 바이오, 화장품·뷰티 등 신(新)산업 분야 관련 산업군(群)이 모여 있어 다목적 방사광가속기가 이곳에 조성되면 이를 활용한 상승효과가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이시종 충북도지사(사진)는 2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충북은 일찍부터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을 기초연구 생태계 지원의 핵심 과제로 삼고, 이를 유치하기 위해 10여 년 동안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라며 “첨단산업을 지원하는 대표 역량인 방사광가속기가 충북에 유치되면 바이오, 반도체, 에너지, 미래자동차, 2차전지 등 충청권의 핵심 산업이 크게 도약하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왜 충북(오창)인가.

“SK하이닉스(청주), LG화학(오창), 셀트리온(오송·오창), 삼성디스플레이(충남) 등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를 필요로 하는 기업은 물론이고 대학과 연구기관들의 접근성과 편의성이 좋기 때문이다. 오창에는 바이오 기업 260개, 반도체 기업 90개, 화학 기업 657개 등 관련 산업이 모여 있다. 또 충북 북부와 경기 남부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관련 산업군의 20% 이상이 밀집해 있다. 바이오의약과 바이오신약 관련 분야 기업도 인근 오송에 많다. 이 때문에 수요가 충분하다. 가속기 활용 기업들의 편의성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

―후보지 일대에 대한 조성 작업은 어느 정도 진행됐나.

“부지 매입과 조성, 주민 의견 수렴, 환경영향평가 등 이미 행정적 절차를 끝낸 상태다. 부지 조성 비용과 건설 기간은 지방자치단체마다 다를 것이다. 충북은 이런 면에서 아주 좋은 조건이다. 기존 산업단지로 고시된 지역을 입지 후보지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건설 기간을 2년 정도 앞당길 수 있다. 빨리 착공해 빨리 가동할 수 있다.”

―오창 유치를 위한 충청권 공조는 어떤가.

“충북과 충남, 대전, 세종 등 4개 시도 각계 인사 100여 명이 참여하는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충청권 유치 추진위원회’가 지난달 30일 출범했다. 저와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등 3명이 공동위원장이다. 또 추진위원에 4개 시도와 청주시 단체장, 국회의원, 지방의원, 21개 대학교 총장, 15개 연구기관 대표, 경제단체와 기업체 대표 등이 참여했다. 모두 한마음이 돼 방사광가속기의 충청권 유치 결의와 범충청권 공감대 확산, 지지 기반 구축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치가 실현될 경우 이후 청사진이 있나.

“방사광가속기연구센터를 기반으로 경기 평택∼이천∼충남 천안∼충북 오창·오송∼대전으로 이어지는 신산업 혁신벨트 구축을 실현할 것이다. 이를 통해 제조혁신과 기술강국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충북이 그 중심 역할을 할 것이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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