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서 만든 모듈 조립… 음압병동 3주만에 ‘뚝딱’

유원모기자

입력 2020-04-27 03:00 수정 2020-04-27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코로나시대 스마트 건설 바람 〈上〉 ‘ICT 무장’ 위기 돌파구 기대

‘22일.’ 이달 6일 경북 문경시 서울대병원 인재원에 들어선 24병실 규모의 음압병동이 새롭게 지어지는 데 걸린 시간이다. 지난달 5일부터 이곳은 정원 총 115명 규모의 ‘경북대구3 생활치료센터’로 전환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하기 위해 추가 음압병실이 필요했다.

기존 병동을 개조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건물을 지었는데 불과 3주가량밖에 걸리지 않았다. 비결은 스마트 건설의 대표적인 기술 중 하나인 ‘모듈러 공법’ 덕분이었다. 시공을 맡은 코오롱글로벌은 서울대병원 의료진과 감염병 환자 치료에 최적화된 설계를 구상한 후 모듈러 공장에서 2주 만에 음압병실 24개를 완성했다. 이후 현장 조립에 필요한 시간은 불과 3일이었다. 모듈러 병동은 현재 1층으로 건설됐지만 기술적으로 8층까지 쌓을 수 있어 추가 건설도 가능하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과 이로 인한 경제활동 위축으로 인해 국내 건설업계도 글로벌 건설 발주량 감소, 국내 주택경기 전망 하락 등 내우외환의 위기에 처해 있다. 특히 노동집약적인 건설업 특성상 대규모 감염병이 유행할 경우 집단감염의 위험성, 공기 지연 등으로 경쟁력이 약화될 우려가 크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근무, 생산성 강화를 촉진시키는 스마트 건설 기술이 위기를 극복하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 세계 건설시장은 2010년 이후 연평균 3.5% 성장에 그치고 있지만 스마트 건설 시장은 2016년 100억 달러(약 12조3000억 원) 규모에서 연평균 12%씩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미래기술전략연구실장은 “건설업은 불특정 다수의 인력이 움직여야 가능한 ‘사이트 빌드(현장 건설)’ 방식이었는데 코로나19를 계기로 인력 투입 최소화, 사전 제작 중심의 ‘오프사이트(비현장)’가 ‘뉴노멀’이 될 수밖에 없다”며 “모듈러, 빌딩정보모델링(BIM), 건설 드론·로봇 등 스마트 건설 경쟁력을 갖춰야 코로나19 이후의 건설 시장에서 안전과 생산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듈러 공법은 코로나19 이후 각광받는 대표적인 스마트 건설 기술이다. 모듈러 공법은 주요 구조물을 공장에서 사전 제작한 후 공사 현장에서는 설치와 내외장 마감 등만 진행하는 방식이다. 최근 건설업계에서는 모듈러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GS건설은 올해 초 폴란드의 목조 전문 모듈러 기업 단우드와 영국의 철골 전문 모듈러 기업 엘리먼츠를 동시에 인수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는 모듈러 시장 규모가 커 현지 기업을 인수했다”며 “모듈러 공법 기술을 해외 진출의 신성장 동력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BIM은 대표적인 스마트 건설 기술이다. BIM이란 3차원 설계 방식을 기반으로 건축물의 모든 정보를 통합 활용할 수 있게 지원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현대건설이 지난해 준공한 카타르 국립박물관은 BIM이 적용된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사막의 장미’로 불리며 연면적 4만6596m²에 316개의 원형 판을 여러 각도로 뒤섞어 빼어난 건축미를 자랑한다. 현대건설은 세계 건설업계 최초로 건축 전 과정에 BIM을 적용해 7년의 공사 기간 동안 무재해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호텔, 공항 등 특수 건축 분야가 아닌 아파트 등 일반 건축에도 BIM이 도입되고 있다. 대림산업은 올해부터 국내 건설업계에서 처음으로 모든 공동주택 시공에 BIM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상영 대림산업 주택BIM팀장은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도입됐는데도 BIM과 클라우드 시스템 덕분에 공기 일정에 차질을 빚은 사례가 한 건도 없었다”며 “코로나19를 계기로 스마트 건설 기술의 효과와 사업성이 주목받고 있어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