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6000억 손실 라임, 부실펀드 판매-정관계 유착 수사 본궤도

고도예 기자 , 이건혁 기자 , 김정훈 기자

입력 2020-04-25 03:00 수정 2020-04-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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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사태 핵심 3인방 체포

헤지펀드 운용사 라임자산운용(라임)의 전주(錢主)로 알려진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24일 오전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들어섰다. 경찰은 23일 오후 9시경 서울 성북구의 한 단독주택에서 김 전 회장을 체포했다. 수원=뉴스1
헤지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라임)의 펀드 운용 및 판매 사기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는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42)에 대해 24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부사장은 영장심사를 포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 펀드 자금을 투자받은 코스닥 상장사 리드 경영진으로부터 투자 대가로 20억 원대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다. 검찰은 부실 라임 펀드를 판매한 신한금융투자 전 프라이빗뱅커 심문섭 씨(39)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

이 전 부사장과 심 씨는 지난해 11월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하루 앞두고 잠적해 5개월 넘게 도피하다가 23일 경찰에 체포됐다. 이 전 부사장 등과 함께 체포된 라임의 전주(錢主)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46)은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수배 혐의인 횡령 등을 먼저 수사한 뒤 검찰에 신병을 넘길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라임 전주와 기획, 판매 등 핵심 3명 신병 확보

이 전 부사장과 심 씨, 김 전 회장의 검거로 1조6000억 원에 이르는 ‘환매 연기’ 사태를 빚은 라임에 대한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부사장은 라임 펀드를 설계하고 운용한 ‘총괄 기획자’였고, 심 씨는 라임 펀드 3248억 원어치를 판매했다. 김 전 회장은 라임을 인수할 ‘회장님’으로 불리면서 금융감독원 출신 전직 청와대 행정관 등에 금품 로비를 벌여 라임에 대한 금융 당국 검사 자료 등을 미리 입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라임과 금융권 관계자들은 검찰 조사에서 이 전 부사장과 심 씨, 김 전 회장을 라임과 관련된 의혹을 설명해줄 ‘핵심 3인방’으로 지목했다고 한다. 당시 도피 중이었던 이들만 라임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을 뿐 자신들은 아는 게 없다는 취지였다고 한다.

검찰은 그동안 20여 명 규모의 수사팀을 3개 그룹으로 나눠 라임을 둘러싼 3대 의혹을 조사해 왔다. 우선 라임과 판매사 관계자들은 펀드의 부실을 알고도 고객에게 계속 팔았다는 ‘불완전 판매’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또 검찰은 이 전 부사장 등이 펀드 자금 투자 대가로 기업들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사실도 확인했다. 리드의 박모 부회장(43)이 라임의 투자를 받는 대가로 샤넬 백과 IWC 시계, 현금이 든 쇼핑백 등을 이 전 부사장과 심 씨에게 리베이트로 건넨 사실도 24일 1심 법원에서 인정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오상용)는 리드의 회삿돈 800억여 원을 빼돌린 혐의로 박 부회장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하면서 판결문에 이 같은 내용을 적시했다.


○ 정치권 유착 의혹도 검찰의 수사 대상


라임이 사모펀드 운용사로 업종을 바꾼 3년 만에 자산 규모가 5조 원이 넘는 국내 1위 헤지펀드로 성장한 배경을 검찰은 집중적으로 조사 중이다. 금융 당국은 2017년 5월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회사의 주식이나 채권이 아닌 펀드에도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는데, 라임은 이런 제도를 활용해 펀드를 설계했다. 이후 라임 펀드 자금은 2017년 1조 원대에서 2018년 4조 원대로 치솟았다.

검찰은 라임 투자를 받은 자율주행차 관련 업체들이 정치권으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수사할 방침이다. 라임 투자를 받은 자동차 부품업체 에스모는 2018년 1월 자율주행차 개발업체인 자회사 N사를 세웠는데, 이 회사는 설립 1년 사이에 두 차례 국책 연구과제에 참여해 7억 원대 보조금을 받았다. 지난해 3월엔 국회에서 자율차 기술을 시연하기도 했다. 자율주행차 관련 업체들의 등기부등본에 이사로 이름을 올린 정치권 인사들이 회사 운영과 투자에 관여했는지 등도 검찰은 수사하고 있다.

고도예 yea@donga.com·이건혁·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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