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기술보호-대기업 협력 이끌 ‘상생법’ 기대[기고/강성천]

강성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입력 2020-04-22 03:00 수정 2020-04-22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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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우리 국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고 있다. 하루 신규 확진자 수도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K방역’으로 일컬어지는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대처 모습을 외신들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최근 ‘K방역’을 상징하는 대표 상품으로 떠오른 것이 진단 키트다. 외국에서도 우리의 코로나 진단 키트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산 진단 키트는 짧은 시간 안에 높은 정확도로 진단이 가능해 미국 등 120여 개국에서 수출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국산 진단 키트가 외국의 어느 제품보다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게 된 것은 바이오 벤처기업의 꾸준한 기술개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빠른 의사결정으로 선제적 기술개발을 추진해 온 결과다.

이렇듯 기업에 있어 기술개발은 미래 성장을 위한 필수 과정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안심하고 기술개발에 전념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개발된 기술의 보호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관련 통계에 따르면 기술 유출에 따른 중소기업의 피해는 상당하다. 최근 5년간 340여 건의 기술 유출 사례가 있었으며 피해 금액만도 5400여억 원에 이른다. 이는 확인이 된 사례만을 집계한 것이어서 실제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다행스럽게도 기술 유출을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20대 국회에서 발의돼 지난해 7월 상임위에서 여야 합의로 의결됐다. 현재 법사위에서 논의 중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중소 수탁기업의 기술보호를 위해 크게 세 가지 제도가 도입됐다.

첫째, 기술 유출 피해가 발생한 경우 수탁기업과 위탁기업이 입증책임을 분담하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피해자인 수탁기업이 법정에서 모든 피해 사실을 입증해야 했는데, 통상 증거의 대부분이 위탁기업에 편재돼 있어 수탁기업의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사실 중국은 작년 반부정당경쟁법의 개정으로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대해 가해자가 입증하도록 했고, 미국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디스커버리 제도를 통해 양 당사자가 소송과 관계된 모든 증거를 강제로 법원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둘째, 수탁기업이 위탁기업에 기술 자료를 제공할 경우 비밀유지협약 체결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부동산을 거래할 때 미리 계약서를 쓰는 것처럼 다른 기업에 기술 자료를 줄 때 협약을 미리 맺어두는 것은 당연한 절차일 것이다.

셋째, 기술 유출로 인한 피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하도록 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이미 하도급법, 부정경쟁방지법, 특허법 등 관련 법령에서도 도입돼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비대면 ICT산업’이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원격 진료, 온라인 교육 등 비대면 산업에 중소기업의 활발한 기술개발 활동이 기대되지만, 이들이 기술 유출을 우려해 마음 놓고 기술개발에 전념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혁신 가치를 만들어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중소기업 간 거래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확보되고 중소기업의 기술보호를 통한 기술력 강화가 대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 상생협력의 길이 확대될 수 있도록 이번 상생협력법 개정안이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기를 희망한다.

강성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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