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위기 딛고 재기… 경기도 中企의 ‘든든한 구원투수’

양종구 기자

입력 2020-04-22 03:00 수정 2020-04-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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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주식회사 이석훈 대표

이석훈 대표는 지난해 2월 누적 적자로 해체 위기에 처했던 경기도주식회사를 맡아 다양한 유통 채널을 활용하는 적극적인 신규 사업을 펼쳐 1년 만에 흑자 회사로 바꿔 놓았다. 경기도주식회사 제공
누적 적자로 자본 잠식에 처하면서 해체 위기에 몰렸던 경기도주식회사(GGD)가 1년 만에 확 달라졌다. 2018년 35억 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배가 넘는 97억 원으로 늘었다. 관료주의를 벗어던지고 과감한 현장 경영을 펼친 결과다. 그 중심에 이석훈 대표(50)가 있다.

경기도㈜는 경기도와 중소기업연합회, 지역 경제단체들이 공동 출자해 2016년에 설립한 회사로, 대기업 중심의 유통구조와 과도한 경쟁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도와준다. 품질은 좋은데 디자인이 엉성하고 판로를 찾지 못해 고민하는 중소기업을 대신해 제품을 판매해주는 게 주 역할이다.

위기도 있었다. 이재명 지사가 2018년 당선된 뒤 경기도㈜를 해체하라는 요구가 제기됐다. 적자가 계속되면서 자본마저 잠식됐고 투입한 예산에 비해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하지만 다행히도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한 주식회사의 장점을 살려 제대로 운영해 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면서 회사는 살아남았다.

이후 지난해 2월 ‘구원투수’로 이 대표가 발탁됐다. 상황은 좋지 않았다. 전년도에 확정된 예산으로는 신규 사업을 꿈도 꿀 수 없었다. 회사 해체에 대한 소문으로 직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져 있었다. 이 대표가 찾아낸 돌파구는 추가경정예산 따내기였다. “새로 확보한 예산을 종잣돈으로 신사업을 벌이면서 흔들리는 조직을 추스를 수 있었습니다.”

지원 시스템을 디자인 개발에서 판로 개척으로 바꾸고, 홈쇼핑과 미디어커머스, 롯데마트 등 다양한 유통업체들과의 협업에 공을 들였다. 그 결과 지난해 판매 대행업체 수가 450개로 전년(200개)보다 배 이상으로 늘었고, 회사 매출은 증가했다. 특히 한우언양식불고기와 에브리봇물걸레청소기 등 26개 기업은 지난해 TV홈쇼핑을 통해 16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성과를 일궜다. 올해도 분위기가 좋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인 2월까지만 해도 TV홈쇼핑을 통해 고려은단 비타민 세트와 에져핏 ‘이노스TV’를 완판시켰다. 이 대표는 “새로운 사업을 벌이면서 조직에 생기가 돌았고 현장의 결정권한을 대폭 늘려 직원들의 자신감을 끌어올린 게 더 큰 소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경기 성남시 지역방송인 ‘아름방송’의 전략기획이사와 프로축구 성남 FC의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 덕분에 미디어의 속성을 잘 알고 공공기관이면서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의 특성을 모두 가진 조직을 이끌어갈 풍부한 노하우가 있었다. 이는 이사회와 주주,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등 4명의 시어머니를 잘 조율해 조직을 탈바꿈시킬 수 있었던 근원이 됐다.

그의 올해 목표는 자체 홍보 미디어커머스 플랫폼을 만드는 일이다. 일종의 ‘경기도형 미디어커머스’로 도내 상품과 생활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전용 매체다. 관행적으로 중소기업과 유통망을 이어주는 정부 사업에선 수익을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국민의 혈세를 쓰는 회사라면 수익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자체 유통 플랫폼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지난해부터 베트남과 중국 옌볜조선족자치주 등 해외 시장 개척에도 나서고 있다. 해외 현지에 경기도내 중소기업의 우수 제품을 소개하는 쇼룸과 수출 지원 기능을 갖춘 통합 비즈니스센터도 설치했다. 이 대표는 “중소기업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현지 통역과 법률 및 행정 서비스, 인적 네트워크 연결”이라며 “비즈니스센터가 이런 일을 맡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특히 옌볜 시장 진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옌볜에는 70만 명의 조선족이 살고 있고, 그중 50%가 한국 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 제품에 대한 이해와 수요가 높지만 정작 이곳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많지 않다. 경기도㈜는 또 중국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창바이산(長白山·백두산의 중국 명칭) 관광특구에도 진출한다. 중국이 경기도에 먼저 제안해서 이뤄진 일이다. 연간 1000만 명이 찾을 것으로 보이는 이곳에 진출해 제품 판매 및 먹거리장터 운영 등으로 ‘한류 바람’을 일으킬 계획이다. 그는 “옌볜과 창바이산 특구를 잘 활용하면 본격적인 중국 시장 공략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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