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지급’ 국회로 공 넘긴 정부… 통합당 부정적 기류가 변수

김지현 기자 , 김준일 기자

입력 2020-04-21 03:00 수정 2020-04-21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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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경제위기]재난지원금 여야 협상 난항

20일 정부를 대표해 7조6000억 원의 긴급재난지원금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국회 시정연설에 나선 정세균 국무총리는 ‘조속한 집행’을 거듭 당부했다. 긴급 재난지원금이 최대한 효과를 볼 수 있도록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자는 당부였다.

정 총리는 “긴급재난지원금은 국가적 재난상황에 대응해 시급히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즉각적인 집행이 가장 중요하다”며 “국회에서 추경안을 조속히 처리하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원 대상 간 형평성, 한정된 재원 등을 고려해 일부 고소득층을 지급 대상에서 불가피하게 제외했다”고 전 국민 대상 지급이 아닌 점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전날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정부와 여당 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만큼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며 “정부는 일단 소득 하위 70% 지급이라는 기존 안에 맞춰 제출한 추경안에 대한 여야 협상을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 국회에서 여야 간 합의를 거쳐 증액을 해오면 정부도 100% 지급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정부도 기존 안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총선 참패 후폭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미래통합당이 지원금 범위를 놓고 총선 때와 입장이 달라지고 있는 게 변수다. 통합당은 선거 운동 과정에선 전 국민 50만 원 지급 공약을 내걸었지만 참패 후 ‘재정건전성’이라는 보수의 기조를 지켜야 한다는 당내 여론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제1야당이 총선 기조에서 벗어나 ‘버티기’ 태세로 전환함에 따라 앞으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해졌다.

이날 시정연설 이후로 예정돼 있던 총선 후 첫 원내대표 간 회동도 결국 줄다리기 끝에 취소됐다. 심재철 원내대표 측은 “전 국민 지급 방안에 대해 여당과 정부 간 입장도 아직 서로 다른 상황 아니냐”며 “국회 예결위에서 논의부터 한 뒤 원내대표 간 회동을 하는 게 맞다”고 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 고위전략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통합당에서 본인들 지도부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는 데에 집중해야 해서 오늘은 시간이 안 된다고 한다”고 전했다. 국회에선 이미 5월 임시국회 회기 내에 추경 처리가 어려워질 경우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시점이 6월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예상보다 강한 야당 측 반발에 마음이 급해진 민주당 내에서는 전 국민에게 지급하되 액수를 줄이는 방안도 전날에 이어 다시 한 번 제기됐다. 김성환 민주당 당 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소득층 지원과 재정의 과다함이 문제라면 소득 여력이 있는 층은 지원금 기부 캠페인이나 적극 소비 독려를 통해 환류하게 하고, 재정은 정히 어려움이 있으면 4인 가구 기준 100만 원을 80만 원으로 낮추면 될 듯하다”고 했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강조해서라도 전 국민 지급 방안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다. 다만 이에 대해 당 고위 관계자는 “줬다 뺏는 것도 아니고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통합당 지도부는 조경태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낙선 혹은 낙천해 집단 공백 상태라 아직 당론조차 모으지 못한 상태다. 조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나와 “할 수만 있다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자는 여당의 입장과 통합당의 입장이 유사하다”며 “야당이 과거에 발목 잡는 식으로 반대만 하던 정치는 청산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통합당 내에서는 ‘국채 발행’을 원천 반대하면서도 “기업·고용 등을 위한 지원에는 불가피할 경우 검토해볼 수 있다”는 입장도 나왔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통합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국채를 발행해서 경제를 살리는 방향으로 나간다면 한계상황에 처한 기업의 고용유지를 위해 예산을 써야 한다”며 “도산·폐업 위기의 영세사업자와 중소기업, 소상공인에 대한 무이자 금융지원 확대 등 기업 지원 활동이라면 (국채 발행을 통한 추경도) 논의해볼 수 있다”고 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김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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