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독서문화진흥회 김을호 회장이 말하는 치매 예방법은?[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양종구 기자

입력 2020-04-18 14:00 수정 2021-01-2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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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을호 회장은 2015년 3월부터 지난해까지 장병 약 40만 명에게 독서 및 서평쓰기를 강의했다. 장병들은 자기계발을 위해 독서와 서평쓰기를 활용하고 있으며, 제대 후 성공적인 사회생활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김 회장은 전했다. 김을호 회장 제공.
‘독서 대통령’ 김을호 (사)국민독서문화진흥회(이하 독서진흥회) 회장(55)은 100세 시대를 맞아 치매 예방을 위한 뇌 자극으로 독서와 서평쓰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체 건강과 뇌 건강을 함께 챙길 수 있는 유산소운동이 치매 예방의 좋다는 연구결과에 따라 각광 받고 있지만 직접적인 인지활동을 통한 뇌 자극도 필요하다는 게 김 회장의 지론이다.

“치매에 걸리면 100세 시대를 건강하게 살 수 없다. 운동도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지만 인지활동도 중요하다. 독서와 글쓰기 같은 뇌에 자극을 주는 활동이 인지기능을 향상시켜 치매를 방지한다는 연구 결과는 넘친다. 읽은 사람과 읽지 않는 사람의 차이는 크다. 지식의 습득 차원뿐만 아니라 뇌 건강 차원에서 독서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김 회장은 2005년 독서진흥회를 만나 ‘독서 전도사’가 됐다. 독서진흥회는 1991년 지금은 모두 고인이 된 서정주 시인과 정진숙 을류문화사 회장, 이응백 서울대 교수 등이 주축이 돼 ‘책 읽는 나라 만들기 운동본부’를 만들어 이듬해 창립한 단체다. 김 회장은 2005년 초 지인을 통해 이 단체가 어렵다는 소식을 듣고 도움을 주기 위해 이사로 참여했고 그해 9월 회장에 올라 현재에 이르고 있다.
김을호 (사)국민독서문화진흥회 회장이 자신이 만든 ‘따따하닐쌈일(WWH131)’ 서평쓰기 형식(왼쪽)과 이메 맞춰 한 장병이 작성한 서평을 들어 보이며 웃고 있다. 김 회장은 2015년부터 40만 명에 달하는 군 장병과 간부들을 대상으로 독서 및 서평쓰기 강연을 하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김 회장은 일명 ‘따따하닐쌈일(W.W.H.1.3.1)’ 서평쓰기로 국내 독서문화 확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따따하닐쌈일은 책 감상문을 잘 쓰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김 회장이 만든 서평의 형식. 인터넷 주소 첫 부분 www를 ‘따따따’라고 한 데서 기억하기 쉽게 하기 위해 W(Why)와 W(What)를 따따로 했고 H(How)는 발음하는 대로 하를 썼다. 1.3.1은 강조하기 위해 닐쌈일로 했다. 따따하는 책에 대한 내용이다. 저자가 왜 책을 썼는지(Why)와 어떤 내용(What)을 담고 있는지를 쓴다. 그리고 책을 읽고 독자가 어떻게(How) 실천할 수 있을지를 쓴다. 길지 않고 간략하게 쓰도 된다. 닐쌈일은 책을 읽고 느낀 독자의 생각을 정리한다. 먼저 책을 읽고 든 생각을 하나 쓰고 그 이유를 3가지 적는다. 마지막으로 자기 생각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린다.

김 회장이 강조하는 치매 예방법은 독서한 뒤 간단한 서평이라도 남기라는 것이다. 그는 “독서만으로도 인지능력이 향상되지만 서평을 쓰기 위해 고심하면 뇌는 더 열심히 활동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고심을 손으로 서평까지 쓴다면 뇌는 완벽하게 역할을 한 것이다. 손의 자극도 치매 예방에 좋다고 한다. 이렇게 하는 사람에게 치매가 끼어들 틈은 없다. 서평은 따따하닐쌈일에 따라 쓰면 된다”고 강조했다.

“책만이 아니다. 신문, TV의 드라마, 예능프로, 음악, 스포츠, 여행 등 경험한 모든 것을 WWH131로 남길 수 있다. 이런 습관을 들이는 게 치매 예방의 지름길이다. 언젠가 전북 완주의 도서관에서 60, 70대 어르신들에게 강연한 적이 있다. 글을 써보지 않는 분들이었는데 쓰고 싶은 욕구는 강했다. 책을 읽고 간단하게 서평 쓰는 것을 알려줬더니 너무 좋아 하셨다.”

김 교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독서 및 서평쓰기를 가르치기 시작하며 주목받았다. 그는 “책을 읽고 서평을 쓴다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서평을 쓰지 못하던 학부모들이 따따하닐쌈일은 쉽게 따라 정리했다. 그러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 서평쓰기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김 교수는 소셜미디서스비스(SNS) 밴드에 개설한 ‘김을호의 독서 예찬’ 회원수가 5500여 명일 정도로 전국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김 교수는 2015년부터는 장병들에게 독서 및 서평을 지도하기 시작했다. 그해 3월부터 지난해까지 그가 독서 및 서평쓰기를 지도한 장병만 40만 명에 육박한다. 훈련병과 장병은 물론 하사관급, 위·영관급, 장성들까지. 김 회장을 통해 ‘책 읽는 병영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군대는 독서 생태환경이 보장된 곳이다. 지금은 일과시간이 지나면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지만 처음 병영 독서지도를 시작할 땐 독서가 군대에서 여가시간에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소일거리였다. 지휘관들은 장병들 인성 교육을 위해, 그리고 장병들은 자기계발을 할 수 있어 독서문화를 확장하는데 더 없이 좋았다.”

당시 육군3사관학교 생도대장이던 황인권 육군 제2작전사령부 사령관(57)의 특강 요청이 그의 발길을 경북 영천으로 향하게 했다. 1100명의 생도에게 줄 책 1100권을 가지고 내려갔는데 속칭 ‘대박’이 난 것이다. 김 회장은 황 사령관의 요청에 그해 말까지 수차례 더 강연했다. 그는 “독서는 절실해야 한다. 내 눈 앞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취업과 연관된 독서 및 서평 쓰기를 지도했다. 제대하는 순간부터 정글 같은 사회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장병들에겐 좋은 기회가 됐고 그래서 반응이 좋았다”고 회상했다. 독서를 통한 정보습득은 물론 자기소개서를 쓰는 법 등 현실적으로 필요한 독서법을 지도했다. 그는 “면접 때 무슨 얘기해야 할지도 모르던 장병들이 책을 잃고 자신의 가치관을 똑바로 말하고 쓰는 것을 보면서 뿌듯했다”고 말했다. 생존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생존독서’를 삶에 적용해야 의미가 있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황 사령관이 그해 말에 제51사단 사단장으로 옮기면서도 계속 인연을 이어갔다. 김 회장의 독서 및 서평쓰기가 소문이 나면서 국방부에서까지 각급 군대에 독서 지도를 부탁할 정도로 ‘인기’를 누리게 됐고 연간 최대 15만 명의 장병들을 지도하기도 했다.
김을호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터진 이후 병영을 찾지 못하지만 군부대 장병 및 간부자녀들을 위한 ‘집콕’용 도서를 기증하며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장병들을 위로하고 있다. 김을호 회장 제공.

지난해부터는 군부대 용사들의 휴대폰 사용을 자발적으로 줄이고 자기계발을 하자는 의미의 ‘격몽요결 100일 프로젝트’ 진행하고 있다. 격몽요결은 조선시대 학자 율곡 이이 선생이 후학 교육을 위해 마련한 정신수양서로서, 입지(立志), 혁구습(革舊習) 등 세상을 살아가는 데 올바른 사람이 되기 위해서 배우고 깨우쳐야 할 10가지 덕목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덕목에 따라 휴대폰 사용을 줄이고 100일 동안 독서 및 서평일지를 쓰는 자기계발 독서 캠페인이다. 김 회장은 “여러 사단 및 연대, 여단에서 진행해서 임무를 완수한 곳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대한민국 군대는 국격 상승의 중심이 될 수 있다. 군에서라도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고 제대하면 책 안 읽는 사회를 바꿀 수 있다. 장병이 제대해 사회의 일꾼이 되고 가정을 이뤄 책 읽는 가족을 만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터진 이후 병영을 찾지 못하고 있지만 군부대 장병 및 간부자녀들을 위한 ‘집콕’용 도서를 기증하며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장병들을 위로하고 있다.
김을호 회장은 100세 시대를 맞아 독서와 서평쓰기로 뇌를 지속적으로 자극해야 치매를 예뱡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김 회장이 ‘독서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는 스토리는 2015년 7월 25일 자 동아일보에 소개되기도 했다. 동아일보 DB.

김 회장은 100세 시대를 맞아 ‘100세청춘들을 위한 북클럽’도 개설할 계획이다. 100세를 향해 새롭게 삶을 개척하는 차원에서 ‘100세청춘들’이란 신조어를 고민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책 읽는 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아주 좋은 취지다. 어르신들에게 독서와 서평쓰기를 전수하고 그분들을 활용하면 일자리 창출도 가능할 수도 있다.”

독서진흥회는 민간자격을 총괄하는 한국직입능력개발원이 인증한 서평지도사 자격증(1,2,3급)을 발급하고 있다. 지금까지 5000여 명이 자격증을 획득해 활동하고 있다. 그는 올해부터는 숭실대 대학원 독서경영전략학과 교수로 전문독서경영인 양성을 하고 있다.

김 회장은 “영국의 유명한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CEO들은 연간 책을 60권정도 읽는다고 분석한 적이 있다. 독서경영이 성공의 지름길이란 얘기다. 우리나라도 책 읽는 문화를 확산시켜야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도 2010년부터 게이츠노츠닷컴이란 블로그에 연간 50여권의 서평을 올리고 있다.
김을호 회장은 “책만이 아니라 신문, TV의 드라마, 예능프로, 음악, 스포츠, 여행 등 경험한 모든 것을 기록하는 습관이 치매 예방의 지름길이다“고 말한다. 동아일보 DB.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에서는 독서를 하지 않을까?

“책은 효과가 가능 늦은 미디어다. 영상, 스마트폰 게임은 자극이 즉흥적이지만 책은 지루하고 인내심이 없으면 읽기 쉽지 않다. 습관을 들여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요즘 스마트폰 활용이 일상화되다보니 책보다 더 재밌는 자극에 노출되는 것도 독서를 막고 있다. 또 초등학교까지는 책을 읽는데 중학교부터 대학입시에 매달리면서 책 보다는 수능 성적을 위해 공부를 하다보니 책 읽는 습관을 형성할 수 없다. 입시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계속 이런 악순환이 계속 될 것이다.”

김 회장은 당분간 장병들과 ‘100세청춘들’에게 독서 및 서평쓰기를 전도하며 ‘책 읽는 건강한 대한민국 창조’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독서진흥회 차원에서 다양한 독후감대회도 열고 있는 김 회장은 “장기적으로 모든 세대가 책 읽는 문화가 되면 대한민국은 잘 사는 나라를 넘어 문화선진국으로 국격이 상승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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