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한 이순신 바닷길… 남해안 ‘교통의 중심’으로 거듭난다

이형주 기자

입력 2020-04-20 03:00:00 수정 2020-04-20 09:3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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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해양시대 여는 여수]
여수∼고흥 해상교량으로 잇는 백리섬섬길
7개 완공해 84km서 30km로 거리 대폭 단축
교통편의 향상, 물류비용 절감 지역경제 활성화
바닷가 절경에 드라이브 즐기는 사람 많아
유엔기후협약총회-세계섬박람회 유치 기대


9일 전남 여수시 화정면 적금도와 고흥군 영남면 우천리를 잇는 팔영대교 주변 해안은 봄꽃이 화사하게 피어 생명력이 가득했다. 총연장 1340m, 주탑 높이가 138m인 팔영대교는 여수와 고흥을 잇는 백리섬섬길의 출발점이다. 여수=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국도 77호선은 부산에서 경기 파주까지 1252km를 잇는 L자형 도로다. 남해안과 서해안 낙후지역 접근성을 높여 국토 균형발전을 이끌었다. 또 바닷가 절경을 만끽할 수 있는 명품 해양도로로 불린다.

국도 77호선의 전남 구간은 533km다. 11개 시군의 육지와 섬, 섬과 섬을 연결하는 해상교량 23개(미완성 7개)로 이어진다. 대표적 교량이 영광군 염산면과 무안군 해제면을 잇는 칠산대교, 무안군 운남면과 신안군 압해읍을 연결하는 김대중 대교, 완도군 고금면과 강진군 마량면을 이어주는 고금대교다.

남해안 끝자락 여수시 돌산읍∼고흥군 영남면을 해상교량 11개로 연결하는 백리섬섬길은 전남 동부권역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수는 2013년 광양을 잇는 이순신 대교 완공에 이어 백리섬섬길과 여수∼남해 해저터널이 건설되면 남해안 교통 중심도시로 도약하게 된다.

권오봉 여수시장은 “백리섬섬길과 여수∼남해 해저터널이 완공되면 여수는 남해안 남중권 교통물류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며 “2022년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와 2026년 여수세계 섬박람회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여수와 고흥을 잇는 바닷길

백리섬섬길은 여수반도와 고흥반도, 여수의 섬 9개를 잇는 39.1km 도로로, 100리 바닷길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현재 해상교량 7개가 완공됐고 2028년 나머지 4개가 건설될 예정이다.

올 2월 완공된 여수와 고흥을 잇는 연륙·연도교 5개는 두 지역간 거리를 84km에서 30km로 단축시켜 차량 운행 시간이 81분에서 30분으로 줄었다. 교통 편의와 물류비용 절감 등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청신호가 켜졌다. 유성균 여수시 낭도 이장(65)은 “해상교량 덕분에 주민 생활이 이만저만 좋아진 게 아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승용차를 타고 해안 절경을 즐기려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여수와 고흥을 잇는 20km 바닷길의 서쪽 출발점은 고흥군 영남면 우천리다. 우천리 동쪽에 자리한 1.3km 길이의 팔영대교를 통과하면 여수시 화정면 적금도에 도착한다. 팔영대교는 순천만의 좁은 해협을 가로지른다. 적금도 전망공원에서 내려다보면 고흥반도와 여수반도, 순천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9일 여수∼고흥 바닷길을 찾은 차보환 씨(78·전남 보성군)는 “부인과 함께 섬과 섬을 잇는 다리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겼다. 해안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 감탄했다”고 했다.

전망공원 한쪽에는 적금도 주민들이 안녕과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제를 올리던 당산나무가 우뚝 서 있다. 적금도 주민들은 2006년 전국 최초로 어민주식회사를 설립해 350ha에서 전복·바지락을 양식하고 각종 해조류를 채취하고 있다.

적금도를 출발해 달리다 보면 붉은색 원기둥이 인상적인 적금대교가 나온다. 적금대교에서는 인근 섬에 설치된 등대가 그림처럼 다가온다. 적금대교를 건너서 만나는 섬이 낭도다. 낭도는 섬 모양이 이리(狼·낭)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주민들은 아름다운 산이 있다는 여산(麗山)마을로 불리는 것을 좋아한다. 낭도와 둔병도를 연결하는 낭도대교는 교각이 없어 마치 육지 도로를 달리는 기분이다. 낭도대교 주변 바다는 섬에 둘러싸여 호수처럼 고요하다. 낭도대교를 지나면 둔병도가 나온다. 둔병도는 대부분 경사가 완만한 구릉지이고 넓은 개펄이 펼쳐져 있는 아름다운 섬이다.

둔병도에서 조발도로 가려면 입구에 큰 기둥 한 개가 세워진 둔병대교(0.99km)를 건너야 한다. 둔병대교 좌우에는 보석 같은 작은 섬들이 펼쳐져 있다. 조발도에서 육지인 여수시 화양면 장수리를 잇는 다리는 가칭 ‘조화대교’다. 대교 명칭을 놓고 조발도 주민들은 ‘조발대교’, 화양면 주민들은 ‘화양대교’라고 불리길 원해 절충안으로 조화대교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조화대교는 H자 모양의 탑 두 개가 세워져 다리 이름처럼 조화를 이룬다. 조화대교를 지나 언덕에서 바라본 해안 방풍림이 파릇파릇한 생명력을 한껏 뽐내고 있다.

여수반도 왼쪽 아래에 위치한 섬들을 잇는 백야도∼화태도 연결 도로 건설공사는 내년에 착공할 예정이다. 해당 구간 양쪽 끝자락인 백야대교와 화태대교는 이미 완공됐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백리섬섬길을 호주 그레이트 오션로드 같은 자연이 살아있는 명품 해양도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 부활한 이순신 장군 해상로드


1970년대까지 고흥과 광양, 경남 남해 학생들까지 여수로 유학을 왔다. 고흥, 완도 등 주민들은 부산으로 건너가 터를 잡았다. 육로가 발달하기 전까지 남해안을 잇는 해상로드를 통해 교류가 활발했다.

남해안 해상로드의 출발점은 임진왜란(1592∼1598년) 당시 이순신 장군이 지휘한 전라좌수영이다. 당시 여수에 있던 전라좌수영은 5관 5포를 관할했다. 조원래 순천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임란초기 해전의 실상과 조선수군의 전력’이라는 논문을 통해 “전라좌수영 수군은 순천시(순천도호부), 보성군, 순천시 낙안면(낙안군), 광양시(현), 고흥군(흥양현) 지역 주민으로 구성됐다”고 밝혔다.

수군기지로는 5포가 있었다. 5포는 여수 돌산(방답진)과 고흥 영남면(사도진), 점암면(여도진), 도양읍(녹도진), 도화면(발포진)을 말한다. 육군과 달리 수군은 평소 어업에 종사하다 전시에 전라좌수영에 편입되는 특수군으로 결속력이 무척 강했다. 역사학자들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연전연승의 요인이 이들의 군사력이라고 평가했다.

조 명예교수는 ‘임란 초기 해전의 승첩과 흥양수군의 활동’이란 논문에서 이순신 장군의 임진왜란 4차 출전인 부산포해전까지 전사 또는 부상한 전라좌수군 사상자 211명 중 131명이 고흥 출신이라고 분석했다. 이순신 장군이 관할하던 수군기지 5곳 중 4곳이 고흥에 있었기 때문에 임진왜란 7년 전쟁 기간 부하 장수들과 군졸 가운데 고흥 출신이 가장 많았다. 이순신 장군 휘하 장수 131명 중 33명은 고흥 출신이다.

송은일 전남대 이순신해양문화연구소 연구실장(60)은 “여수반도를 중심으로 한 해상도로가 잇따라 완공되면서 전라좌수영 해상루트가 되살아나는 것 같다”며 “이들 도로에 역사성을 부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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