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되면 일자리 장담 못할 ‘잠재위험군’ 160만

뉴시스

입력 2020-04-17 14:24 수정 2020-04-17 14:24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통계청 3월 고용동향…일시휴직자 역대 최고 기록
"사업체 해고·신규채용 비용이 더 들어 그냥 두는 이들"
무급휴직자라면 경기 추가 악화시 일자리 잃을 위험
코로나19發 고용위기 현실화…정부 "다음주 대책 발표"



지난달 취업자 수가 10여년 만에 마이너스(-) 증가폭을 기록한 가운데 ‘일시휴직자’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상당수는 향후 경기가 나아지지 않고 더 나빠질 경우 실업자로 이동할 여지가 있는 이들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미치는 경제적 여파가 고용 대란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일시휴직자는 1년 전보다 126만명 증가한 160만7000명을 기록했다. 이전 최고치였던 2014년 8월(87만8000명)를 가뿐히 갈아치웠다. 증가폭 역시 역대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일시휴직자는 ‘지난주 일을 하지는 않았으나 직장(일)을 갖고 있었던 자’로 분류상으론 취업자(주당 취업시간 0시간)에 속한다. 유급 휴직자의 경우 정상적으로 직장으로 복귀하겠지만 무급 휴직자라면 향후 경기가 더 악화될 경우 실업자나 비경제활동인구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어 우려를 낳는다.

지난달 일시휴직자의 ‘폭증’은 코로나19 여파로 개점휴업 상태에 처하거나 영업 단축으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사업장들이 근로자들을 쉬게 한 탓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일시휴직자가 많이 분포한 산업은 대면접촉이 많은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학원·학습지 교사 등 교육서비스 등이다. 최근 위기를 겪고 있는 항공업계에서도 일부 나타났다. 이와 함께 정부의 이른바 노인 일자리 사업이 끊긴 것도 영향을 줬다.

은순현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일시휴직은) 직원을 내보내고 다시 뽑고 하는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회사에서 많이 이용하는 제도”라며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일시휴직자가 과거와 달리 많이 나타난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노인 일자리에 나서는 이들이야 현 사태가 잠잠해진 이후 정부가 사업을 재개하면 다시 일을 시작하겠지만 문제는 민간 부문에서도 영세 사업장에 속한 일시휴직자들이다.
지난달에는 종사상 지위별로 보더라도 임금근로자 중 임시·일용직 근로자들의 취업자가 급감했다. 임시직은 전년 동월 대비 42만명 감소, 일용직은 17만3000명 감소했다. 임시직의 감소폭은 외환위기 시기인 1998년 12월(-44만7000명) 이래 최대폭이다. 코로나19 충격파가 고용이 불안정한 계층부터 먼저 강타한 셈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줄어든다 해도 바로 일상적인 경제활동이 이뤄지긴 쉽지 않다”며 “이 사태가 어느 정도 장기화된다면 일시휴직자들이 상당부분 실업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통계상 실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만7000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비경제활동인구(+51만6000명)가 2009년 5월 이후 약 11년 만에 최고 증가폭을 보인 것을 감안해야 한다. 경제활동인구가 실업자로 곧바로 이동하지 않고 비경제활동인구로 빠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통계상 숫자보다 실제로는 훨씬 상황이 안 좋다는 의미다.

정부는 “감염병 우려 등으로 인한 노동수요와 공급 동시 둔화, 공무원 시험·기업 채용 일정 연기로 인한 구직활동 등이 실업자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비경제활동인구가 대폭 확대된 배경에는 ‘쉬었음’ 인구 증가가 있다. 육아나 가사, 취업준비 등 특별한 이유도 없이 막연히 쉬고 있는 이들이 이곳으로 분류된다. 다만 구직활동에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았을 뿐 ‘실질적 백수’다.

지난달 ‘쉬었음’ 인구는 36만6000명(18.3%)이나 늘어 전국에 236만6000명에 달했다. 연령계층별로 보면 특히 청년층인 20대에 집중돼 있었다. 20대 ‘쉬었음’ 인구는 1년 전보다 10만9000명(35.8%)이나 증가했다. ‘구직단념자’도 4만4000명 증가해 58만2000명을 기록, 같은 3월달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제로 청년층의 체감 실업률을 나타내는 확장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26.6%로 전년 동월 대비 1.5%포인트(p) 상승,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5년 1월 이래 최고치를 찍었다.

이런 소위 ‘숨은 백수’들은 향후 경기가 살아나고 채용시장이 열리면 다시 구직활동을 시작, 경제활동인구로 이동할 수 있다. 그러면 당장은 숨겨져 있는 실업자 숫자도 다시 치솟게 된다.
한편 정부는 이 같은 고용상황에 대해 “엄중히 인식한다”며 다음주 추가 대응책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고용유지대책 ▲실업대책 ▲긴급 일자리·새로운 일자리 창출대책 ▲사각지대 근로자 생활안정대책 등이 담길 전망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충격은 미리 예상했지만 실제 결과를 받아보니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지킬 수 있도록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최대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뉴시스]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