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자에 생계비, 기업에 고용보조금…세계 각국 실업대책 총력

이윤태기자 , 이건혁기자

입력 2020-04-12 19:13 수정 2020-04-12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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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일자리 감소가 본격화하면서 고용 대란을 막기 위한 각국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고용 감소→가계소득 감소→소비 감소→경기 회복 둔화’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기업과 구직자에게 각종 생계비와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총력전을 펼치는 상황이다.

9일(현지 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4월 첫째 주(3월 29일~4월 4일) 신규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660만6000건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고였던 3월 넷째 주(686만7000건)보다는 소폭 줄었지만 20만 건 안팎에 그치는 평상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 지표는 일자리를 잃은 뒤 처음으로 실업급여를 신청한 사람의 수를 의미한다.

미국은 일자리를 유지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대신에 근로자가 실직하거나 휴직에 들어간 뒤부터 생계비를 지원해주고 있다. 예방적 조치보다는 사후 대응을 통해 실업 대란으로 인한 경기 충격을 막는 방식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2조2000억 달러(약 2667조 원) 규모의 초대형 경기부양책에는 실직자에게 최장 4개월 동안 한 주 600달러의 실업급여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부부 합산 연소득 15만 달러 미만이거나 소득 7만5000달러 미만 성인에게는 1인당 1200달러, 아동에게는 500달러를 지급할 예정이다.

미국의 이 같은 대응에는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어도 기본 소득을 유지시키는 한편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고용주들이 실업급여를 믿고 근로자들을 더 쉽게 내보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실업자들의 경력 단절 기간도 길어지면서 이들이 다시 일자리를 찾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럽은 미국과 달리 근로자의 대량 해고 사태를 사전에 막는 데 집중하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은 9일 실업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1000억 유로(약 132조6500억 원) 규모의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근로자를 해고하는 대신 근로 시간을 줄이고, 줄어든 임금을 EU 차원에서 보전하겠다는 것이다.

독일은 지난주 고용을 유지하되 근무 시간을 줄이는 조건으로 통상 임금의 3분의 2를 지원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독일 경제기관들은 정부의 이 같은 지원에 힘입어 올해 독일의 실업률이 0.2~0.5%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해고 대신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에 3개월 동안 통상 임금의 최대 84%를 지원할 방침이다. 영국도 임금의 80%를, 스페인 정부는 70%를 지원한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온 이탈리아 정부는 임금의 80%를 보전하는 한편 90일 동안 자국 기업의 해고를 금지하는 강수를 뒀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누구도 코로나19로 직업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근로자를 해고하지 않는 기업에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주면서, 실직자에게는 구직급여를 지급하는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다만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각국 정부의 예산 지출이 늘어나면 재정건전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 기업들이 흔들릴 때 이들을 지원할 여력이 남아있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윤태기자 oldsport@donga.com
이건혁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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