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화상회의 활황… 제조-서비스는 해고대란-파산

조유라 기자 , 이윤태 기자

입력 2020-04-11 03:00 수정 2020-04-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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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시작된 글로벌 산업재편

EU 정상들 ‘화상회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엘리제궁에서 화상으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이날 EU 회원국 정상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대응책 및 공동 해결 방안 등을 논의했다. 파리=AP 뉴시스
“전 산업을 재편하고 정부 역할을 재정의하며 인간의 상호작용 방식을 바꿀 것이다.”

로이터통신이 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 경제 질서의 급격한 재편과 구조조정 등을 야기할 것이라며 진단한 말이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원격의료, 화상회의, 클라우드, 스트리밍 산업 등의 활황세가 뚜렷하다. 자동차, 항공 등 전통 제조업, 공유오피스 등 대면 서비스업, 에너지업계에서는 해고 대란과 파산이 잇따른다.

세계 부호 순위도 바뀌고 있다. 언택트(untact·비대면) 기업 즉, 온라인 유통·게임·교육기업 창업주들이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하고 전통 제조업에 기반한 거부(巨富)들의 자산 감소가 두드러진다. 코로나19로 인한 산업별 희비와 전망을 짚어본다.


○ “10년 걸릴 변화가 1주일 만에” 원격의료 활짝

코로나19로 극적 변화를 맞은 산업은 원격진료 부문이다. 각국 정부, 환자와 의료진 모두 감염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기존과 확연히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7일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등 7개 지역에 한 달간 비상사태를 발효하며 초진 원격진료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온라인 상담, 신체검사 없는 처방전 발급 등이 가능해졌다. 진료 차트의 65%가 종이문서로 보관되고 병원비 결제도 현금이 대세인 보수적 일본에서 획기적 변화로 평가받는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일본 의료산업의 변화를 촉진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30일 약 6000만 명에 해당하는 메디케어(65세 고령자와 장애인을 위한 공공보험) 가입자에게 원격의료 서비스를 허용하고 5억 달러의 예산을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조사회사 포레스터리서치는 3월 미 원격의료 수요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0% 증가했으며 올해 3600만 건의 원격진료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25일부터 3주간의 전국 봉쇄를 실시하고 있는 인도 역시 전화, 왓츠앱, 스카이프 등으로 처방전을 받는 일을 허용했다. 중국도 코로나19 환자가 많은 후베이성 우한, 장쑤성, 상하이 등에서 이뤄진 원격의료에 대한 보험 적용을 허용했다.

영국 보건의료국(NHS)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전 연간 3억5000만 회에 이르는 방문 진료 중 원격진료 비중이 불과 1%였다. 하지만 3월 한 달간 수천 곳의 병원이 “원격의료를 하겠다”고 NHS에 보고했다. 런던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샘 웨슬리 박사는 미 뉴욕타임스(NYT)에 “10년 걸릴 변화가 1주일 만에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는 시장 확대의 걸림돌이었던 이해관계자 설득과 홍보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내 800개 병원과 제휴하고 있는 원격진료기업 반얀메디컬은 코로나19 사태 후 이용자가 900% 급증했다고 밝혔다. 토니 부다 최고경영자(CEO)는 8일 워싱턴포스트(WP)에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원격진료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대면 진료가 아니면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어렵다”며 내심 꺼리던 의사들도 확 달라졌다.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심장병 전문의인 이선 바이스 박사는 CNBC에 “대면 진료 때는 중증 환자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다. 원격 의료를 통해 경증 환자, 저소득층 등 그간 우선순위가 아니었던 환자를 돌볼 수 있어 좋다”고 밝혔다.


○ 클라우드·화상회의·스트리밍 업체도 호황

각국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와 ‘집콕’을 강조하면서 화상회의, 클라우드, 스트리밍 업체가 급성장하고 있다. 페이스북 메신저, 왓츠앱 등 화상전화와 메신저 사용량도 빠르게 늘고 있다. MIT테크놀로지리뷰는 올해 1분기(1∼3월) 전 세계 주요 도시의 인터넷 트래픽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5% 늘었다고 밝혔다. 3월 2, 3번째 주 동안 구글과 애플의 미국 내 앱 판매량도 각각 20%, 14%씩 증가했다.

특히 재택근무 확산으로 클라우드서비스와 화상회의 앱이 각광받고 있다. CNBC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서비스 ‘아주르’의 사용량은 미 전역에서 고르게 늘고 있다. 특히 3월 마지막 주 일부 지역에서는 1주 전보다 775% 증가한 곳도 있었다. MS의 업무용 메신저 툴인 ‘팀스’ 사용자도 3월 19일 기준 한 주 전보다 37% 증가했다. CNBC는 “MS가 이동통제 조치로 인한 수혜를 누리고 있다”며 주식 매입까지 권고했다.

중국계 에릭 위안이 창업한 미 화상회의 앱 ‘줌’은 3월 한 달간 일일 트래픽이 전월비 535% 증가했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아이폰용 줌 앱은 최근 몇 주간 미국에서 가장 많이 내려받은 앱이다. 가디언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 등 세계 유력 인사들도 줌의 애용자라고 전했다. 최근 보안 문제가 불거지긴 했지만 클라우드 연동 등 다른 화상회의 앱보다 기술력이 우수해 당분간 줌의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3월 한 달간 넷플릭스 앱 다운로드 건수가 각각 66%, 35% 증가했다. 이미 대부분이 넷플릭스에 가입한 미국에서조차 9% 증가했다. 인터넷 속도가 빠르지 않은 편인 유럽에서는 각국 정부가 “넷플릭스의 고해상도 동영상 스트리밍 때문에 전체 인터넷망에 과부하가 걸린다”며 넷플릭스에 고해상도 서비스 제한을 요청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 아마존은 정부·국제기구 역할까지 대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코로나19 시대의 승자는 온라인 유통업체”라며 “아마존이 국제적십자사 역할까지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유통과 오프라인 유통의 경쟁 관계가 온라인의 완연한 우위로 기울었고 이번 사태가 끝나도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소매점을 찾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특히 아마존이 단순한 생필품 공급처를 넘어 의료기기 보급, 사재기 방지 등 정부, 병원, 약국의 역할을 일부 대신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아마존은 미 정부 요청에 따라 미 전역에 손세정제, 마스크 등을 보급했다. 페덱스, UPS 등 전통 화물운송업체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캐나다, 영국 정부와도 의료장비 배송을 논의하고 있다. 또 미 전역에서 생필품 사재기가 기승을 부리자 갑자기 가격이 상승한 100만 개의 아이템을 판매 목록에서 삭제했다. 일종의 공정거래위원장 노릇까지 한 셈이다.

아마존은 지난달 16일 급증하는 온라인 배송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미국에서만 10만 명의 직원을 추가로 고용할 계획을 밝혔다. 세계 최고 부호인 제프 베이조스 창업주는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소매업체의 손길이 닿지 않는 소수 고객에게 다가갈 기회가 생겼다”고 밝혔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55%를 차지하고 있는 알리바바 역시 상당한 수혜가 예상된다. 미 경제매체 인베스터플레이스는 6일 알리바바 주식 매수를 권고했다.


○ 항공·자동차 직격탄

이동 제한에 따른 수요 급감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과 자동차업계는 초상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 양대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과 에어버스는 생산 중단, 조건부 해고 등을 추진하고 있다. 보잉은 지난해 잇따른 추락 사고와 운항 및 생산 중단에도 인력을 감축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여파에 결국 감원을 결정했다. 전 세계 비행기의 3분의 2인 약 1만5500대의 제트 여객기가 멈춘 상태라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너럴일렉트릭(GE)의 항공기엔진 제조업체 GE에비에이션 역시 미 직원의 10%인 2500명을 해고하고 대부분의 생산직원에게 장기 무급휴가를 시행했다.

미 최대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 역시 6일 미국 내 공장의 무기한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GM과 피아트크라이슬러는 각각 올해 1분기(1∼3월) 미국 내 판매가 전년비 7%, 10%씩 줄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도요타의 미국 내 판매도 9% 감소했다. 특히 3월 한 달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37% 급감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도요타는 이달 3일부터 일본 5개 공장의 7개 생산라인을 멈췄다. 혼다도 이달 중 구마모토와 사이타마 공장 가동을, 미쓰비시자동차는 오카야마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닛산은 지난달 말 이미 규슈 생산라인을 중단했다. 일본 주요 완성차업체의 생산 중단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처음이다. 3월 일본의 신차 판매량은 작년 3월보다 9.3% 감소했다.


○ 공유경제도 찬바람

대면 서비스가 불가피한 공유 숙박, 오피스업계도 울상이다. 8일 WSJ는 세계 최대 공유숙박업체인 미 에어비앤비가 상반기(1∼6월) 기준 10억 달러(약 1조2000억 원)의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브라이언 체스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구조조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사모펀드로부터 10억 달러를 조달하며 10%대의 고금리를 지불하겠다는 계약도 맺었다. 올해 상장 계획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유사무실업체 위워크도 수요 감소, 사무실에 입주한 기업 직원의 확진 판정 등으로 사면초가다. 7일 로이터 등은 위워크가 대규모 투자계획을 철회한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에 30억 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공유경제 기업 투자 비중이 높았던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냈고 올해 추가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 최근 주요 임원들이 퇴사하는 등 소프트뱅크 자체의 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벤처업계 전반의 한파도 예상된다. 미 스타트업 조사업체 게놈은 올해 1, 2월 두 달 동안에만 280억 달러의 벤처투자가 감소했으며 스타트업 생태계에 큰 충격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미 지난달 20일 미 여행 지연 보상금청구 대행 스타트업 ‘서비스’가 운영을 중단했다. 3월 한달간 미 스타트업 업계에서 4000개 일자리가 사라졌다. CNBC는 “실리콘밸리의 고급 인력조차 코로나19 위험에서 안전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 언택트 기업 창업주 세계적 거부로

산업계 희비가 교차하는 모습은 포브스가 7일 발표한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코로나19 시대에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아마존의 베이조스 창업주는 3년 연속 세계 최고 부호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 25년간 결혼생활을 유지한 전 부인 매켄지와 이혼하면서 무려 380억 달러(약 47조 원) 규모의 주식을 넘겨줬지만 주가가 계속 상승하며 손실의 상당부분을 메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분을 넘겨받은 매켄지 역시 단숨에 세계 22위 부호에 올랐다. 아마존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줌’ 창업주인 에릭 위안 역시 55억 달러의 재산으로 세계 293위에 올랐다. 포브스 억만장자 순위에도 처음 진입했다. 이 외에 인도 온라인교육 앱 ‘비주’의 비주 라빈드란 창업자, 네덜란드 음식배달 앱 ‘테이크어웨이닷컴’의 창업자 이처 흐로언 등도 모두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올해 처음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에너지, 자동차업계 거부의 순위는 하락했다. 지난해 세계 13위였던 찰스 코크 코크인더스트리 최고경영자의 순위는 올해 18위로 떨어졌다. 코크인더스트리는 미 대표 에너지 복합기업이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창업주 순위는 23위에서 31위로 밀렸다. 미 대형 석유기업 콘티넨털리소스의 해럴드 햄 CEO는 지난해 55위에서 무려 875위로 추락했다. 같은 기간 재산도 88억 달러에서 37억 달러로 줄었다.

조유라 jyr0101@donga.com·이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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