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코로나 사태와 ‘동학개미운동’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

입력 2020-04-08 03:00 수정 2020-04-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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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4년 반외세·반봉건 운동인 ‘동학농민운동’을 주도한 전봉준. 동아일보DB
요즘 주식 시장에서 매우 흥미로운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가가 국내 주식을 대량으로 팔아 치우면서 주가가 폭락하자 이를 개인 투자자들이 집중적으로 사들이며 방어하고 있는 것이죠. 요즘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일컬어 ‘동학개미운동’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개인 투자자를 뜻하는 ‘개미’에 1894년에 일어난 반외세·반봉건 운동인 ‘동학농민운동’을 합쳐 만들어낸 신조어입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외국인 매물을 받아내며 막아내는 모습이 마치 반외세 운동과 같다는 것이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가 사들인 주식은 내다 판 주식보다 훨씬 더 많았습니다. 지난달 27일까지 코스피 기준으로 외국인들은 한 달 동안 10조949억 원을 순매도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8조8281억 원을 순매수하며 방어했습니다. 개인의 매수가 급증하면서 주식 투자 대기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도 41조 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개미들이 집중 매수한 종목은 대장주 격인 삼성전자 주식입니다. 삼성전자 주식을 5만 원 안팎에 살 수 있는 드문 기회로 보는 것 같습니다.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 삼성전자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가 결국 제자리를 찾아간 경험을 참고하는 듯합니다.

개미들의 주식 매입은 이제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LG화학, 한국전력, 네이버 등 우량주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동학개미’들은 글로벌 주식 시장에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애플,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하자 지난달에만 8조 원 가까이 주식을 사들였습니다.

과거에도 증시가 약세일 때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 경향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폭발적인 매수세를 보인 것은 이례적입니다. 20, 30대 개미들의 투자가 부쩍 늘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이 중 일부는 가상화폐 투자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거나 부동산 급등장에 올라타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부동산 급등장에서 소외돼 상대적 박탈감이 컸던 젊은층을 중심으로 폭락한 주식 시장에 공격적으로 달려들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합니다.

제로에 가까운 금리로 인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이들에게 주식 시장은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외국인의 매도세와 개미들의 매수세가 맞붙은 팽팽한 줄다리기의 최종 승자는 누구일까 궁금해집니다.

최근 한국인에게는 국난 극복의 DNA가 있다는 공익광고가 인상적입니다. 외환위기 때는 ‘금 모으기 운동’으로 힘을 보탰습니다. 구한말에는 ‘국채보상운동’으로 일본에 대항했습니다. 지금은 사재기 없이 단합된 힘으로 코로나19에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외국인들이 우리 시장에서 탈출하고 있지만 ‘동학개미’들이 급락을 막아내고 있습니다.

모든 투자에는 기회와 위험이 공존합니다. 변동성이 극심한 장세에서 단기 차익을 위한 투자는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국적 동기이든, 개인의 이익 실현을 위한 동기이든 ‘동학개미’들의 승리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을 숨길 수 없습니다. 그들이 활짝 웃는 날이 곧 우리 기업과 경제가 살아나는 날과 같기 때문입니다.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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