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C 프로젝트로 석유화학 생산 극대화

황효진 기자

입력 2020-04-08 03:00 수정 2020-04-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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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Insight]현대오일뱅크
내년 하반기 가동 목표
폴리에틸렌 75만t 생산… 친환경 기준까지 충족



현대오일뱅크는 2018년 5월 현대케미칼의 중질유분해설비(HPC) 공장 건립 계획을 발표하며 올레핀 분야 진출을 선언했다. 내년 하반기 상업 가동을 목표로 현재 공사가 한창이다. 2조7000억 원 규모의 HPC 공장이 가동되면 현대케미칼은 연간 폴리에틸렌 75만 t, 폴리프로필렌 40만 t을 생산하게 된다. 현대오일뱅크는 그간 자회사인 현대케미칼과 현대코스모를 통해 파라자일렌 등을 생산하는 방향족 사업만 지속해왔다.

HPC 프로젝트 기획 단계에서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은 환경 이슈와 원가 경쟁력이다. 최근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부터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을 현행 3.5%에서 0.5%로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2016년 기준 세계 선박 연료 수요는 하루 350만 배럴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선박 연료로 사용 중인 벙커유(B/C) 등 고유황 중질유의 수요가 빠르게 감소하고 가격 또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새로운 환경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게 될 고유황 중질유를 휘발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고도화 설비를 현대오일뱅크는 현재도 잘 갖추고 있다. 고도화비율이 국내 정유사 중 가장 높은 40%대다. 원유를 정제해 나오는 40%가량의 중질유를 대부분 경질유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케미칼의 HPC와 연계해 중질유를 고부가 석유제품으로 바꾸는 것에서 나아가 석유화학제품으로까지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사전준비로 2018년 8월부터 SDA(Solvent De-Asphalting) 공정을 가동하고 있다. SDA는 정유공장에서 발생하는 잔사유에서 아스팔텐 성분을 분리해 DAO(De-Asphalted Oil)를 생산하는 설비다. HPC가 가동되면 투입 원료의 60% 이상을 DAO로 충당할 계획이다.

국내 석유화학사들은 대부분 납사를 투입해 올레핀 계열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반면 북미 지역 업체들은 셰일가스를 주로 이용한다. 나프타분해설비(NCC)는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 다양한 올레핀 계열 제품을 생산할 수 있지만 에탄분해설비(ECC)보다 에틸렌 생산원가가 30% 정도 높다.

현대오일뱅크는 비싼 납사 대신 정유공장 잔사유 기반의 DAO를 원료로 투입해 이 문제를 해결할 전망이다.

DAO는 벙커 C와 경유 중간 정도의 성질을 갖춘 원료로 납사보다 20%가량 저렴하다.

지금은 고도화 공정에 투입돼 휘발유, 항공유 같은 경질유로 전환되지만 HPC 공장이 완공되면 에틸렌 생산 원료로 투입된다. 국내 정유, 석유화학사 중 DAO를 에틸렌 생산 원료로 투입하는 것은 현대오일뱅크가 처음이다.

현대오일뱅크는 HPC가 가동하면 장기적으로 DAO와 LPG, 부생가스 등 정유공장 부산물 투입비중을 최대 80%까지 늘릴 계획이다. 비슷한 생산능력을 가진 NCC 설비와 비교해 수익성 개선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HPC 상업 가동으로 석유제품과 방향족 석유화학제품에 이어 올레핀 석유화학제품까지 수직 계열화가 완성되는 2021년 이후 현대오일뱅크의 퀀텀 점프가 예상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올레핀 석유화학 신사업에서만 연간 50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영업이익 절반 이상을 비정유 사업에서 창출하는 동시에 전체 영업이익 1조 원 이상을 안정적으로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황효진 기자 herald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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