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운동이 3월 한달간 세운 ‘역대급’ 진기록들

뉴스1

입력 2020-03-31 15:35 수정 2020-03-3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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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여의도지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1,730선을 나타내고 있다. 2020.3.31/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 4년차 공무원 최창현씨(가명·30)의 대학교 친구들 ‘단톡방’에서는 최근 거의 모든 대화의 주제가 주식이다. 친구들 얘기를 자세히 들어보니까 “코로나 때문에 주가가 엄청 많이 떨어졌는데, 반대로 역대 최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솔깃했던 최씨는 만기가 돌아온 적금을 모두 빼내 이달 초 주식계좌를 만들고 우량주 분할매수에 나섰다.

# 직장인 박용환씨(가명)는 주식을 좀 안다고 자부한다. 전설적 투자가 워런 버핏에 영감을 받아 가치투자를 신조로 삼는 그는 최근 폭락장이 전에 없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삼성전자를 ‘줍줍’(줍고 줍는다)했다. “주식을 하면 외국인과 기관이 사는 걸 사라”는 증시 격언이 머릿속에 스치며 불안한 마음도 들지만 ‘대마불사’라는 말처럼 대장주는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더 강하다.

# 주식거래가 디지털화된 이후 발길이 줄어든 증권사 지점도 모처럼 만에 북적였다. 최근 점심 시간대에 방문한 광화문 일대 증권사 지점에는 계좌를 개설하려는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고객 중에는 증권계좌를 처음 개설하는 ‘신입 개미’가 다수였다.

일명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개미(개인 투자자)의 주식매수 열풍이 증시에서 이례적인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역설적으로 폭락장에서 발생한 ‘사자’ 행진이 증시의 기록을 줄줄이 갈아치우고 있다.

‘일평균 거래대금 역대 최대, 개인 순매수 역대 최대, 고객예탁금 역대 최대, 신규 계좌 증가수 역대 최대’ 등 3월 한달간 개미들은 연이어 역대 최대 진기록을 세웠다.

◇ 3월 개인 순매수 ‘역대 최대’…삼성전자 집중 매수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날(30일)까지 개인투자자는 10조8024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날도 사자에 나서고 있어 사상 최초로 한달 개인 순매수 금액이 1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역대 최대 기록을 연이어 경신했던 지난 1월 4조4830억원과 2월 4조8973억원의 두배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달 개미들의 1픽은 단연 삼성전자였다. 개인의 삼성전자 순매수는 4조8118억원으로 개인 전체 순매수 규모의 44%를 차지했다. 우선주인 삼성전자우(6976억원)을 합치면 51%로 절반을 넘는다.

코스피 200지수를 2배 추종하는 KODEX 레버리지(1조3136억원)와 현대차(7972억원) 등도 대량 순매수했다.

◇ 일평균 거래대금도 ‘역대 최대’

이달 증시 거래대금도 역대 최대치 기록을 갈아치을 것이 확실시된다.

이달들어 전날까지 국내 증시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8조625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던 지난 2018년 1월(15조8220억원)을 무난히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동학개미운동으로 주식거래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특히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3거래일 연속으로 20조원 이상의 거래대금이 터졌다. 역대 최대 기록을 연이어 경신한 것이다.

특히 27일에는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27조6971억원이 거래됐는데, 폭증한 거래를 일부 증권사들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감당하지 못해 오류가 발생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 “실탄 더 기다린다”…증권계좌 예탁금도 ‘역대 최대’

개인투자자의 증권계좌에서는 40조원이 넘는 ‘실탄’이 마련돼 있다. 개인의 순매수세도 당분간 더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으로 증시 대기자금인 주식계좌의 투자자예탁금은 43조977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달말(31조2124억원) 30조원 초반이었으나 이달 들어 급증세를 보이면서 지난 26일에는 45조1690억원까지 치솟았다.

폭락장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투자 심리가 넓게 형성된데다 제로(0)대 금리시대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많다는 게 주요 요인으로 거론된다.

◇ ‘신입개미’ 80만명

이달 들어서만 증권사의 신규 계좌 개설 건수도 80만건에 육박했다.

지난 27일 기준으로 주식거래활동계좌 수는 3070만2931개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달말(2990만7185개)와 비교해 79만5746개 늘어난 수치다.

비대면 계좌개설이 일반화됐지만 일부 고객들은 증권사 지점을 찾아 계좌를 개설하면서 증권사 지점도 모처럼만에 북적이는 이례적 풍경을 연출했다.

광화문 지점의 한 증권사 직원은 “계좌를 새로 만들러 오는 고객들이 많아져서 고객 응대를 하느라 점심 먹을 시간도 없다”며 “주식시장이 최근 급락하면서 우량주를 저가 매수하고자 하는 고객의 문의와 계좌 개설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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