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게 대풍년’인데…코로나19에 소비 절벽·가격 폭락 ‘이중고’

뉴시스

입력 2020-03-25 10:56 수정 2020-03-2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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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렁병' 폐사 발생 5월 전에 못 팔면 폐기 처분
알멍게 출하 증가…수매 나선 멍게수협도 '한계'
수협 "정부와 지자체, 소비자 관심 절실" 호소



“코로나19 사태로 멍게 소비 위축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막막합니다. 10년만의 대풍인데, 이대로 썩히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지난 24일 경남 통영에서 멍게양식장을 운영하는 김모(58)씨는 올해 멍게 작황을 묻는 뉴시스 취재진의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김씨는 “멍게가 10년 내 최고 풍작인데, 이대로 썩히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며 “이대로 가다간 멍게 양식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소비 절벽’과 ‘가격 폭락’ 이중고를 겪고 있는 멍게 양식 어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올해 풍작에 한껏 기대를 걸었던 멍게 양식 어민들은 출하 시기도 잡지 못하고 있다. 고질적인 ‘물렁병’(고수온으로 멍게 껍질이 얇아져 알맹이가 터져 나오는 현상)도 나타나지 않아 내심 기대가 컸던 멍게 양식 어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수협중앙회와 멍게수협에 따르면 멍게 양식어민들이 매년 제철(1~5월)에 평균 3만t 이상을 생산한다. 생산실적은 평균 6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는 본격적인 수확과 출하를 알리는 첫 경매인 ‘초매식’마저 취소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멍게 수협이 초매식 없이 위판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11년 공판장 개장 이후 처음이다.

멍게는 보통 껍질이 있는 원물인 ‘피멍게’로 유통된다. 껍질을 제거한 ‘알멍게’는 주로 소포장이나 젓갈 가공용으로 판매된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피멍게 수요가 위축되면서 그나마 위판이 가능한 알멍게 출하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가격도 폭락했다. 이달 평균 위판가격은 1㎏당 8500원~9000원으로, 지난해(1만2000원~1만3000원) 대비 약 30% 가까이 떨어졌다.

멍게 출하 가격을 지지하기 위해 수매에 나선 멍게수협도 한계 상황이다. 멍게수협이 수매할 수 있는 연간물량은 최대 100t이 최대치이지만, 현재 어업인들이 내다파는 알멍게 공급량이 600t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면서 가격 폭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멍게수협 관계자는 “중도매인들이 수매할 물량을 최대치로 감안한다 해도 조합에서 처리가 불가능한 알멍게 위탁 물량이 300~400t에 이르고, 금액으로는 40억~50억 원가량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며 정부에 시급한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멍게 양식 어민들은 코로나19가 장기화로 소비가 더욱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경남 거제에서 멍게 양식을 하는 박모(49)씨는 “코로나19 여파가 길어지면서 가뜩이나 줄어든 멍게 소비가 더 줄어들까 걱정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사태가 빨리 끝나지 않거나, 소비자 살아나지 않으면 멍게 양식업계의 피해가 심각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협은 멍게 소비 촉진을 위해 할인 판매에 나서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다.

수협이 운영하는 온라인몰 수협쇼핑은 오는 4월10일까지 멍게·전복 등 제철 수산물과 인기 어종 10여개 품목에 대한 할인판매 행사를 실시한다.

수협 관계자는 “멍게는 정상가 대비 15% 각각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며 “선착순으로 제공되는 추가 할인 쿠폰을 적용하면 최대 40%까지 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 기간 중에는 손질 고등어, 제주 은갈치, 수협 참굴비, 명태 순살강정 등 가공상품도 20%(쿠폰 적용 기준) 가량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

수협은 또 이번 행사 기간 동안에 이용한 모든 고객에 대해 적립금을 2배로 지급한다. 누적 구입액 5만원마다 추첨 응모권을 1장씩 증정하고 당첨 시 최고 100만원의 적립금을 지급하는 이벤트도 열린다.

수협 ‘바다마트’의 전국 12개 점포도 4월29일까지 판촉행사를 진행한다. 일부 품목 대상으로 ‘1+1 할인’을 실시하고, 5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는 사은품을 증정한다.

이와 함께 수협은 지난 23일 수산업계에 대한 시급한 지원을 요청하는 건의문을 정부에 제출했다.

수협은 건의문에서 “소비 위축으로 인한 수산물 수요급감뿐 만아니라 해외수출 단절, 어촌관광인구 전멸, 입국 제한에 따른 외국인력 부족 등으로 어촌경제가 고사 직전”이라고 호소했다.

수협은 정부에 ▲수산물 유통 및 소비촉진을 위한 전폭적 예산 지원 ▲수산정책자금 규모 확대 및 대출금리 인하와 이자 감면 등 획기적 금융지원 ▲어선원 및 어선보험 가입 시 어업인 부담 보험료 지원과 어선출어 유류비 지원 ▲수산물 유통, 가공, 서비스업을 포함한 전방위적 긴급경영안정자금 확대지원 ▲어업인 지원자금 확대를 위한 예금보험공사와의 공적자금 상환합의서 개정 추진 등을 요청했다.

수협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멍게를 비롯한 수산물 소비가 급격하게 줄면서 출하물량 적체, 가격 하락 등 어업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유례없는 소비절벽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 소비자들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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