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한방진료 전화상담센터 운영… 확진자에 한약 무료 지원”

홍은심 기자

입력 2020-03-25 03:00 수정 2020-03-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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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건 대한한의사협회 국제기획이사
한의사 80명, 매일 100여건 상담…中서 임상 확인된 ‘청폐배독탕’ 처방
의협 “효과 검증 안돼… 복용 반대”


대구에서 코로나19 의료봉사 중인 대한한의사협회 한의사들과 자원봉사 중인 한의대 학생들. 대한한의사협회 제공
대한한의사협회는 9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를 위한 콜센터를 대구경북한의사회, 대구한방병원과 함께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 의료봉사 중인 한의사는 80여 명이다. 한의대 학생들도 자발적으로 자원봉사 중이다. 7일부터 대구에서 의료봉사 중인 강영건 대한한의사협회 국제기획이사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홍은심 의학기자(이하 홍 기자)=코로나19 환자의 한의 진료는 현재 어떤 상황인가.

강영건 대한한의사협회 국제기획이사(이하 강 이사)=대한한의사협회는 대구에서 코로나19 한의 진료 전화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매일 100여 건 이상의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상담은 폐계 내과교수들과 여러 학회와 공동으로 만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진료권고안’에 따라서 상담과 처방을 한다.

전화상담을 통해 코로나19 확진자에게 지역에 상관없이 무상으로 한약을 처방한다. 한의사의 의료적 판단에 따라 초기나 경증 등 안전성이 확보됐다고 판단되는 확진자에 한해 처방된다. 한약 치료를 원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전화상담을 요청하면 한의사가 전화 진료를 진행하고 나서 한약을 처방하고 택배로 보내준다. 대구 인근 지역은 자원봉사를 하는 한의대생이 직접 배송하기도 한다. 전화상담과 진료, 처방에 드는 비용은 모두 한의계가 부담한다.


홍 기자=
콜센터를 이용하는 환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강 이사=몇몇 환자들은 전화상담을 하고 갑자기 시설 입소를 통보 받아 처방약을 못 받을까 걱정을 하기도 했다. 콜센터로 전화 온 확진자는 주기적인 확인을 통해 증상의 변화를 기록한다. 특히 경증인 환자에서 발열, 두통, 설사 등의 증상이 호전돼 환자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홍 기자=진료를 보는데 어려움은 없나.

강 이사=코로나19 환자의 모든 진료는 중국인민위생성에서 나온 진료 지침을 참고해 만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진료권고안’에 따른 진단과 처방을 한다. 한국에는 8000여 건의 관련 데이터가 있고 중국은 8만 건의 데이터가 있다. 우리가 처방하고 있는 청폐배독탕은 이미 중국에서 코로나19 환자에게 사용하고 임상결과도 긍정적으로 나온 처방전이다.

확진자로 자가 격리 중인 환자들에게는 대부분 약이 배송되는데 병원에 입원했거나 생활보호시설로 입소하는 환자들은 병원에서 한약의 반입을 금지하고 있는 곳도 있어 배송에 어려움이 있다. 예를 들어 “한약이어서 안 된다”는 병원 관계자부터, 심지어 약을 빼앗긴 환자도 있다. 공진단과 청폐배독탕이 같이 처방된 환자도 있는데 담당자가 “공진단은 먹어도 되는데 청폐배독탕은 자신이 모르는 약이니 먹으면 안 된다”고 했다. “한약은 시설에서 복용할 수 없고 퇴소할 때 가져가라”고 한 경우도 있었다. 환자들 중에는 한약을 못 먹게 하는 시설 담당자에게 항의를 하거나 이런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는 한의협에 화를 내는 분들도 있다.

홍 기자=청폐배독탕은 어떤 약인가.

강 이사=청폐배독탕은 기본적으로 탕제로 복용하는 약재다. 복용 편의를 위해 연조엑기스제로 만들어 처방한다. 중국 보건당국이 발표한 ‘코로나19 진료방안 제7판’에는 청폐배독탕이 확진자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내용이 게재됐다. 지난달 중국 당국이 개최한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에서도 후베이성 외 다른 지역에서 중의약을 통한 완치와 증상 개선율이 87%라는 내용을 발표했다.

홍 기자=하지만 의협은 여전히 임상 근거 부족 등의 이유로 한약 복용을 반대하고 한의사들의 진료행위를 막고 있다. 지난달 말 발표된 WHO 보고서의 내용도 한약사용을 권장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강 이사=
효과를 완전하게 입증하기 위해서는 이중맹검 대조연구(RCT)가 필요하다. 현재 의료계에서 사용하는 치료제도 이 과정을 거친 약은 하나도 없다. 현장에서 의사들이 처방하고 그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정도다. 한약을 반대하는 근거로 내세우는 ‘유효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약’은 의료계도 없는 것이다.

WHO 보고서에는 ‘현재 항바이러스제, 한약 등을 사용한 수백 개의 임상시험들이 계획되거나 연구 진행 중’이라며 ‘엄정한 평가를 거쳐서 효과가 확인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바이러스에 가장 확실하고 명확한 치료법은 백신이다. 그러나 아직 백신이 없고 언제 만들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WHO 보고서는 백신 개발 전에 즉시 확인해야 할 치료제 목표를 5개로 선정했으며 이상 항바이러스제, 말라리아치료제 클로로퀸, 혈장요법과 함께 5번째로 한약을 제시했다.

홍 기자=의협은 중국 중의약관리국에서 발표하는 중의치료 효과 검증도 믿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강 이사=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환자인지 믿을 수 없다고 한다면 현재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모든 연구를 부정해야 할 것이다.

중국 진료지침에서는 현재 코로나19 진단 기준을 ‘RT-PCR를 통한 바이러스 핵산을 확인한 경우’를 진단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이는 한국도 동일하다. 중국 정부에서 수행하는 임상연구에 대해서 진짜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다는 것은 중국에서 수행하는 임상연구는 모두 믿을 수 없다는 뜻이다. 중국 정부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해보는 것을 권한다.

강 이사는 코로나19에 대한 한의의 단독 진료나 치료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여러 논문과 데이터들이 양한방의 병행치료의 효과가 적지 않다는 것을 확인해주고 있는 만큼, 한의사들은 시설이나 병원의 요청이 있다면 언제든지 의료진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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