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보다 고객시간 빼앗아라”… 정용진의 ‘뉴 플랫폼’ 착착

신희철 기자

입력 2020-03-24 03:00 수정 2020-03-24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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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100년을 준비합니다 / 다음 100년 키우는 재계 뉴 리더]
<11> 신성장동력 마련 나선 신세계


경기 김포시에 자리 잡은 신세계그룹의 자동화 물류센터 ‘네오003’ 전경.

서울 한강과 김포IC, 올림픽대로가 인접한 경기 김포시 고촌읍. 수도권 교통의 요지인 이곳에는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사업 의지가 담긴 ‘네오002’와 ‘네오003’이 자리 잡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52·사진)은 오프라인 유통인 이마트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2012년 네오 계획을 세웠다. 유통 권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갈 것을 예상한 조치였다. 그의 주문은 네오의 배송 속도를 높이고 상품을 차별화하라는 것이다.

축구장 7개가량(5만2549㎡) 규모의 네오003에선 자동 컨베이어벨트가 쉴 새 없이 장바구니를 옮기고 있었다. ‘장보기’를 마친 바구니는 배송 차량의 동선까지 고려해 먼저 전달해야 하는 물건이 나중에 실리도록 옮겨진다. 이 일련의 과정이 1건당 1.6초 만에 이뤄져 시간당 2400건의 주문을 처리할 수 있다. 네오003에선 빵까지 직접 구워 24시간 안에 배송해준다.

신세계그룹은 정 부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1조7000억 원을 투자해 이 같은 네오를 2023년까지 추가로 7개 더 건설하기로 했다. 오프라인 유통 강자인 신세계가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첨단 온라인 유통에 투자하는 것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남다른 안목으로 국내 유통업계에서 앞선 시도들을 해온 이명희 회장의 영향을 받아 늘 새로운 유통 플랫폼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면서 “신세계그룹은 기존 마트와 백화점 두 개축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스타필드, 화성테마파크 등 신성장동력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잘하던 건 더욱 잘해야”

2014년은 신세계그룹에게 중요한 전환점이 된 시기다. 당시 정 부회장은 성장 한계가 분명해 보이는 이마트의 변신을 주문했다. 그는 “대형마트의 경쟁자는 놀이공원이나 야구장”이라며 ‘고객의 소비보다는 시간을 뺏을 방법’을 요구했다.

이에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에서 체험형 가전 매장 ‘일렉트로마트’를 비롯해 초저가 전문점 ‘노브랜드’, 반려동물의 생애주기를 토털 케어하는 ‘몰리스펫샵’을 선보였다. 기존 마트에서 볼 수 없던 신개념 콘텐츠로 집객 효과를 노린 것이다.

이마트엔 올해만 8450억 원의 투자가 이뤄진다. 기존 140여 개 점포 중 30%인 40여 개 점을 ‘쇼핑몰’처럼 바꿔 대형마트의 고유 기능은 점포 내 약 40% 면적에서만 수행하고 나머지 60%가량은 맛집 거리, 패션 매장, 카페, 서점 등으로 채울 계획이다.


정 부회장은 ‘중간은 없다’며 초저가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해 이마트 트레이더스도 늘려나갔다. 외국계 유통사인 코스트코와 달리 연회비가 없는 ‘비회원제’로 운영하면서도 가격 및 상품경쟁력을 강조했다.

편의점을 이마트의 뒤를 잇는 핵심 동력으로 지목하며 ‘위드미’를 인수하고 이마트24 점포 수를 올해 2월 말 기준 4622개로 늘렸다. 프리미엄 커피와 공간을 소비하는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모바일 및 음성쇼핑에 특화된 신세계TV 사업 등도 육성했다.

신세계그룹이 4조5700억 원을 투자해 테마파크, 쇼핑몰, 호텔, 골프장 등을 선보일 ‘화성국제테마파크’ 조감도. 신세계그룹 제공
●스타필드, 테마파크로 신성장동력 마련

정 부회장은 본인이 직접 다양한 현장을 돌아보며 아이디어를 얻는 ‘현장 경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직원들에게는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야말로 경쟁사와 근본적으로 차별할 수 있는 무기’라고 강조한다.

2016년 처음 개장한 교외형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하남’은 정 부회장의 구상으로 탄생한 곳이다. 백화점·마트와 달리 쇼핑을 하며 식사, 영화, 게임, 스포츠, 스파 등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스타필드 하남을 찾은 고객의 체류 시간은 기존 유통 시설의 2배 이상인 5.5시간에 달한다. 평일에는 6만여 명, 주말에는 10만여 명이 방문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현재 6개점(스타필드 하남·코엑스몰·고양 등 3개점, 스타필드시티 위례·부천·명지 등 3개점)을 운영 중이다. 올 하반기(7~12월)에 스타필드 안성을 비롯해 스타필드 청라(2024년), 스타필드 창원(미정) 등을 추가 개장할 예정이다.

정 부회장이 새로운 유통 플랫폼을 늘려나가면서 그룹 매출은 2014년 17조6117억 원에서 2018년 26조7219억 원으로 50% 넘게 성장했다. 2019년 잠정치는 29조2427억 원으로 올해 30조 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2015년 기준 연 매출 1조 원을 넘는 회사가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신세계건설 등 3개사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 5년 동안 이마트24, 이마트에브리데이,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신세계푸드, 신세계디에프,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6개 회사가 새롭게 ‘1조 클럽’에 가입했다. 2014년 19위였던 재계 순위도 2017년부터 꾸준히 11위를 이어가고 있다.

정 부회장은 그룹 역량을 집대성할 ‘화성 국제테마파크’ 개장을 준비 중이다. 총 4조5700억 원을 투자해 경기 화성시 송산면 일대 418만 ㎡ 부지에 글로벌 테마파크를 세운다. 2026년 개장 이후 단계적으로 문을 열며 2031년 최종 모습을 드러낸다. 테마파크, 호텔, 쇼핑몰, 골프장 등이 들어선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화성 국제테마파크엔 연간 19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1만5000여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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