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라임펀드서 투자금 유치 대가, 수십억대 현금-고급시계 줬다”

고도예 기자 , 배석준 기자 , 장관석 기자

입력 2020-03-19 03:00 수정 2020-03-19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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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코스닥 상장사 前간부 진술 확보


헤지펀드 운용사 라임자산운용(라임)의 펀드운용 및 판매 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투자 받은 기업에서 20억 원 이상의 리베이트를 수수한 혐의로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42·수배 중)을 수사 중인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검찰은 이 전 부사장이 기업으로부터 받은 금품을 라임이 운용하는 자산 규모를 키우기 위한 로비에 썼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사용처를 수사 중이다.


○ “고급 핸드백에 현금 담아 전달”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코스닥 상장사 리드는 2017년 3월부터 2018년 5월까지 라임으로부터 537억여 원, 라임 펀드 판매사인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로부터 각각 57억여 원, 50억여 원 등 모두 644억 원가량을 투자받았다.

리드 부회장인 박모 씨(43·수감 중)는 검찰에서 투자를 받는 대가로 이 전 부사장 등에게

20억∼30억 원의 금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박 씨는 회사에 투자금이 들어올 때마다 이 전 부사장 측에 수수료 명목으로 금품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차명계좌를 통해 돈을 전달하기도 했지만 현금 1억 원을 쇼핑백에 담아 직접 전달한 적도 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박 씨는 검찰에서 “‘이 전 부사장과 (또 다른 기관투자가인) 신한금융투자 과장 심모 씨(수배 중)가 돈을 일정 비율로 나눠 갖는다’고 들었다”며 “돈을 건넨 뒤 한번은 술자리에서 이 전 부사장을 만났는데 ‘고맙다’고 하더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씨는 이 전 부사장과 심 씨에게 고가의 여성 핸드백과 고급 시계도 직접 건넸다고 한다. 백화점에서 샤넬 가방 4개와 IWC 시계 2개를 사서 이 전 부사장과 심 씨에게 줬다는 것이다. 시계 구입에 7200만 원가량을 썼다는 게 박 씨의 주장이다.

이 전 부사장과 심 씨는 자신들이 원하는 브랜드를 사진으로 찍어 박 씨 측에 전달하기도 했다. 박 씨는 “이 전 부사장이 ‘직원들과 함께 쓴다’고 했는데 실제로 현금이나 핸드백, 시계 등을 어디에 사용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리드 측이 임차한 벤츠 차량을 이 전 부사장이 타고 다닌 사실도 확인했다.

지난해 11월 15일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하루 앞두고 잠적한 이 전 부사장은 현재까지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라임은 지난해 10월 고객 투자금을 돌려주지 못하게 됐다며 펀드환매 연기를 발표해 개인투자자들이 이 전 부사장을 사기 혐의 등으로 고소한 상태다.

○ 다른 상장사 5, 6곳도 라임 측에 금품 제공


검찰은 이 전 부사장 등의 금품수수 정황을 박 씨의 횡령 혐의를 수사하던 과정에서 포착

했다. 박 씨는 회삿돈 830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해 10월 구속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횡령 자금 중 상당액이 이 전 부사장 등에게 흘러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투자를 받는 대가로 이 전 부사장 등에게 금품을 건넸다’고 하는 코스닥 상장사가 5, 6곳 더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 같은 진술을 라임에서 투자를 받은 상장사 관계자들로부터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기관 임직원이 투자를 대가로 투자를 받는 기업에서 1억 원 이상의 금품을 받으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수재)에 따라 최대 무기징역형까지 처해질 수 있다.

디스플레이 장비 전문업체인 리드는 새 경영진이 취임하고 약 세 달 뒤인 2017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주식과 전환사채 1200억 원어치를 발행했는데 이는 자본금의 17배가 넘는 액수다. 자본금이 70억 원 규모이던 이 회사는 새 경영진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기관투자를 받은 적이 거의 없다. 검찰은 라임이 리드에 거액을 투자해 주는 대가로 이 전 부사장이 금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고도예 yea@donga.com·배석준·장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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