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와 합작조선소… 유조선 1척당 로열티

서형석 기자

입력 2020-03-19 03:00 수정 2020-03-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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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선, 왕세자 빈살만과 친분… 전력-에너지 분야도 협력 강화

현대중공업그룹처럼 조선업이 핵심 사업인 기업들은 사업장 대부분이 국내에 자리 잡고 있다. 건설에 막대한 투자와 고용이 필요한 조선업 특성상 해외에서 사업을 벌이는 건 큰 모험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조선업을 비롯해 그룹의 핵심 사업들에 대한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사우디 알헤어 지역의 킹살만 조선산업단지에 건설 중인 합작 조선소가 대표적이다. 페르시아만을 끼고 있는 이 지역에서 현대중공업그룹은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를 비롯해 아람코 관계사인 람프렐, 바흐리 등과 합작 조선사 ‘IMI’를 설립했다. 이후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IMI와 초대형 유조선 도면의 권리에 대한 계약을 진행해 설계 등 첨단 기술을 전수하기로 했다. 2022년 IMI 조선소가 완공되면 이곳에서 초대형 유조선이 한 척씩 건조될 때마다 로열티를 받을 계획이다.

조선뿐만이 아니다. 올해 3분기(7∼9월)를 목표로 킹살만 단지에 아람코와 엔진 합작사를 설립하고 공장을 만들 계획도 세웠다. 아람코가 발주하는 해양플랜트 사업에 참가할 수 있는 장기공급계약(LTA)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아람코가 올해부터 6년간 발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100여 개의 해양 유전과 가스전의 고정식 플랫폼 설비 공사에 참여할 권리를 얻은 것이다. 글로벌 10개 기업만 LTA를 따낸 이 사업은 매년 30억 달러씩 6년간 200억 달러 규모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 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9월 아람코와 280억 원 규모의 전력변압기 공급계약을 맺었다. 사우디 동부 우나이자 지역의 하위야 가스플랜트에 2021년 7월까지 변압기 24대를 공급하는 내용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아람코에 현대오일뱅크 주식을 매각해 현금 1조3749억 원을 확보하는 한편 아람코가 현대오일뱅크의 2대 주주로 올라서며 두 회사의 자본제휴 성과도 냈다.

이러한 움직임은 사우디 정부의 탈(脫)석유화 정책 ‘비전2030’에 현대중공업그룹이 선제적으로 호응한 덕분이다.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부사장·사진)은 지난해 6월 방한한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단독으로 사업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아람코와의 협력을 확대해 고기능성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제조 등 석유화학사업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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