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것이 진실일까 착시일까

김민 기자

입력 2020-03-18 03:00:00 수정 2020-03-18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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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작가 토비아스 레베르거 展

토비아스 레베르거의 개인전 ‘Truths that would be maddening without love’ 전경. 가벽을 설치하고 공간을 나눠서 체험적 요소를 강조했다. 갤러리바톤 제공·사진 임장활
멀리서 보면 패턴 가득한 평면이던 벽이 자세히 보면 볼록 튀어나와 있다. 고요한 바다가 펼쳐진 평화로운 풍경 사진 속으로 문을 열고 나가면 스마트폰, 담배, 묘비가 확대된 사진이 반대편에 등장한다. 머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이미지들의 향연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눈으로 본다는 것은 정말 순수하게 보는 것일까. 오히려 그것은 인식에 끊임없이 좌우되는 것 아닐까.

18일부터 서울 용산구 갤러리바톤에서 열리는 독일 출신 작가 토비아스 레베르거(54)의 개인전은 이런 개념적 질문에서 출발한다. ‘Truths that would be maddening without love’라는 제목으로, 가벽을 세우고 시트지를 바른 뒤 문을 달거나, 방을 만들어 선반을 설치하는 등 전시 공간 전체를 활용한 설치 프로젝트다. 제목에서 진리(truth)가 이성을 의미한다면, 사랑(love)은 감정을 뜻한다. 이성을 맹신하고 감정을 도외시했던 지성사의 맥락에 반기를 드는 작업들이다.

흔히 개념미술이라고 하면 무미건조한 풍경, 난해한 언어를 상상한다. 그런데 레베르거의 작품은 화려한 형광색이나 공간 전체를 채우는 체험적 요소를 가미한 것이 특징이다. 착시 효과를 통해 관객은 작게나마 깨달음의 경험을 얻는다. 유희가 더해져 누구나 쉽게 즐기는 개념미술인 셈이다.

200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Was du liebst, bringt dich auch zum Weinen’(네가 사랑하는 것이 너를 울게도 한다)가 대표적이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전함의 위장 무늬로 뒤덮인 카페를 만든 설치 작업. 어디가 의자이고, 테이블인지 한눈에 구분되지 않는 공간으로 ‘보는 행위’에 의문을 제기한다. 당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이 작품의 유사한 버전을 부산현대미술관 카페에서 만날 수 있다.

그는 2004년 아트선재센터 개인전을 시작으로 한국 미술계와도 여러 차례 함께한 경험이 있다. 이번 전시 제목은 이성과 감정이 뒤섞인 듯한 한국 사람들의 모습에서 강한 인상을 받아 정했다고 한다. 5월 13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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