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걸린 스포츠… 후원기업들 ‘마케팅 두통’

지민구 기자

입력 2020-03-18 03:00 수정 2020-03-18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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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국제대회 중단-연기논란에 홍보전략 차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대형 글로벌 스포츠 대회도 일제히 위축되면서 공식 후원사로 이름을 올린 한국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도 차질이 생겼다. 올림픽 등 세계인의 시선을 끄는 스포츠 대회를 통해 신제품을 알리고 최신 기술을 홍보할 기회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17일 재계 등에 따르면 도쿄 올림픽 등 올해 열리는 각종 국제 스포츠 대회의 개최 상황은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최상위 등급 공식 후원사(월드와이드 올림픽 파트너) 14곳 중 한국 기업으론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삼성전자는 올해 행사가 취소될 경우 갤럭시20의 마케팅 활동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연 스마트폰 공개 행사인 ‘언팩’을 통해 ‘갤럭시S20플러스’의 도쿄 올림픽 특별판을 공개했다. 전자업계는 삼성전자가 공식 후원사 자격으로 특별판 스마트폰을 도쿄 올림픽 선수단과 관계자들에게 지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또 삼성은 도쿄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최상단에 기업 브랜드와 함께 갤럭시S20 시리즈의 배너 광고를 내보내는 등 본격적인 후원사 마케팅 활동에 나선 상태다. 올림픽이 연기될 경우 이 같은 활동 수정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는 여름·겨울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최신 제품을 내세워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도쿄 올림픽이 예정보다 늦게 열리면 주력 홍보 모델을 바꿀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2018년 2월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에서도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노트8’을 글로벌 선수단 전원에게 제공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LG전자는 IOC 공식 후원사는 아니지만 도쿄 올림픽 특수를 계기로 국내외 시장에서 초고화질 ‘8K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려고 했으나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도쿄 올림픽이 열리더라도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기 전에는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은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는 유럽 지역에서 각종 축구 대회와 리그가 중단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아자동차와 한국타이어 등이 공식 후원하는 유럽축구연맹(UEFA) 주관 클럽 대항전 ‘유로파리그’는 16강전이 진행되다가 코로나19의 유럽 내 빠른 확산으로 일정이 중단됐다. 특히 기아차는 5월 27일 폴란드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유로파리그 결승전에 맞춰 우승 트로피를 유럽 전역에서 전시하면서 신차를 홍보하는 행사를 기획했는데 정상적인 진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 프리미어리그(잉글랜드), 프리메라리가(스페인), 분데스리가(독일), 세리에A(이탈리아), 리그1(프랑스) 등 유럽 축구 5대 리그가 모두 중단되면서 유력 구단을 개별적으로 후원하는 한국 기업들도 피해를 보게 됐다. 이례적 사태라 손실 보전 방안도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유럽 지역 완성차 판매량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스포츠를 통한 마케팅 전략에도 차질이 생겨 난처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잡히더라도 기업들이 당분간 스포츠 대회 후원 등을 통한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최명화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분위기가 침체된 만큼 기업들은 올해 스포츠 행사와 연계된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의 마케팅을 자제할 것이다. 오히려 사회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조용한 형태의 홍보 활동을 이어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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