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안 가본 길’ 가나…내주 금리 인하할 듯

뉴스1

입력 2020-03-13 09:56 수정 2020-03-13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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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서울 광화문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다음 주 중 임시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내려 ‘안 가본 길’에 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은은 13일 그동안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던 임시 금통위 개최 가능성을 열었다. 또 이주열 한은 총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관련 청와대 경제금융 회의에 처음으로 참석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손발을 맞추는 ‘폴리스믹스’ 기대감을 높였다.

시장에서는 오는 18일 예정된 미 연준(Fed)의 정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지켜본 뒤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0%대 기준금리로 곧바로 진입하는 ‘빅컷(0.50%p 인하)’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치솟는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고, 금리인하에 따른 실물경제 부양 효과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하 기정사실화…18일 유력”

13일 한은은 “임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개최 필요성에 대해 현재 금통위원들 간에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기준금리를 정하는 금통위 정례회의가 오는 4월9일 예정돼 있지만, 그전에 긴급하게 임시회의를 열어 금리인하를 단행할지 수 있다는 의미다.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으로 연준을 시작으로 주요국이 기준금리를 잇따라 내린 가운데 금융시장이 공포에 사로잡히자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오전 이 총재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코로나19 관련 경제·금융상황 특별점검 회의에도 참석했다. 이 총재가 코로나19 관련 경제금융 회의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임시 금통위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정부는 과거에 하지 않았던 대책을, 전례 없는 대책을 최선을 다해 만들어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이 ‘전례 없는 대책’까지 요구한 이상 태생적 매파 성향을 유지해 온 한은도 더 이상 몸을 사리기 어렵게 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임시 금통위 개최를 기정사실화하고 FOMC 결과가 나온 18일을 가장 유력한 시기로 내다보고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내주 중 기준금리 인하를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했다”며 “만약 상황이 매우 급해지면 월요일인 16일에, 그렇지 않다면 FOMC 결과를 확인한 18일 임시 금통위를 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통위가 임시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조정한 사례는 2001년 9월19일(0.5%p 인하), 2008년 10월27일(0.75%p 인하) 두 번뿐이다. 임시 금통위는 한국은행법에 따라 의장(총재)을 비롯한 2명 이상의 금통위원이 요구하면 열린다.

◇ ‘재정+통화정책’ 폴리시믹스 가동하나

일각에선 기준금리를 0.50%p 내리는 ‘빅컷(big cut)’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고개를 젓는다. 빅컷을 단행하면 금리가 곧바로 0%대로 떨어져 금통위가 선택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금통위가 지난 2월 정례회의에서 ‘예상 밖’ 동결을 결정하며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고 언급한 것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신얼 SK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확실시되고 있어서 이전에 금리를 내려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은이 금리인하에 대해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여왔고, 최대한 버티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25%p만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금리인하 효과에 대해 의문부호가 따라붙는 것도 빅컷 가능성을 낮춘다. 한은은 전날 발간했던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완화적 통화정책의 실물경제 파급효과가 예전에 비해 약해졌다는 진단을 내린 바 있다. 한은은 보고서에 “신용증가는 시중유동성 확대 등을 통해 금융상황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실물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종전에 비해 약화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명시했다. 통화정책이 경기부양에 큰 효과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는 금융시장에서 폴리시믹스의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통위가 임시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관례대로 0.25%p 내리고, 재정정책으로 그 효과를 끌어올릴 것이란 분석이다. 이 총재가 청와대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경제·금융상황 특별점검 회의에 참석해 폴리스믹스를 협의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 4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비·생산활동 위축은 기본적으로 보건·안전 위험에 기인한 것이어서 통화정책만으로 그 영향을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향후 정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정부정책과의 조화를 고려해 나갈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통화정책 대응이 나오더라도 재정정책이 부재하면 시장을 안정시킬 수 없다. 낸시 펠로시(민주) 미국 하원의장이 코로나19 패키지 법안에 협조 중이라고 밝히고 중국이 소비세 인하 카드를 꺼내들자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며 “금리인하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정책이 코로나19에 따른 손실을 메워준다면 시장도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하면 ‘안 가본 길’을 가게 된다. 기준금리 연 1.00%는 사상 최저치다. 금통위는 지난해 7월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3년1개월 만에 내리면서 금리인하 사이클에 진입했다. 이후 지난해 8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10월에 연 1.50%에서 1.25%로 한차례 더 내렸다. 연 1.25%는 지난 2016년 6월~2017년 11월 유지됐던 역대 최저치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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