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커진 수도권 집단감염… 정부 뒤늦게 “중증응급센터 운영”

박성민 기자 , 박창규 기자 , 위은지 기자

입력 2020-03-12 03:00 수정 2020-03-12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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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수도권 방역대책 재정비 급하다
구로 콜센터 사태로 수도권 빨간불… 한번 번지면 순식간에 집단감염
국가 지정 음압병상 턱없이 부족
서울 16일부터 경증환자센터 운영… 대규모 중증환자 가능성 대비해야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 소재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한 가운데 11일 이 콜센터와 가까운 신도림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걸어가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콜센터발 집단 감염’ 우려가 커지면서 수도권 방역 체제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의료 체계 강화와 관련해 11일 의심 증상이 있는 중증 환자를 전담 치료하는 ‘중증응급진료센터’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환자가 다녀간 응급실이 폐쇄되면서 발생하는 의료 공백을 예방하고, 중증 환자가 응급실 입원을 거부당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다. 이는 물론 필요한 조치지만 수도권 비상 국면에 맞춰 보다 선제적인 맞춤형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순식간에 급증하는 수도권 확진자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1일 오후 11시 기준 서울, 경기, 인천의 구로 콜센터 관련 코로나19 환자는 99명이다. 국내 첫 환자 발생 50일이 지나는 동안 인구 대비 비교적 선방했던 수도권에 순식간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다.

콜센터발 집단 감염이 어느 정도까지 확산될지는 섣불리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수도권의 인구 밀도와 복잡한 이동 동선을 감안하면 대구경북보다 더 광범위한 전파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대구경북처럼 신천지예수교(신천지) 변수가 없더라도 수십, 수백 명 단위의 집단 감염이 꼬리를 물고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은 인구가 많은 만큼 대형병원이 많고 의료 인프라도 잘 갖춰진 편이다. 하지만 문제는 코로나19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의료 인프라가 있느냐이다. 국가 지정 음압병상은 9일 기준 서울 96.8%, 인천 87.5%, 경기 80.8%가 차 있다.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공공의료원의 병상 581개 중에서는 절반 이상(308개·53%)이 가동 중이다. 국가 지정과 민간을 가릴 것 없이 전체 가용 병상을 중증도에 따라 어떻게 배분할지 결정하는 큰 그림이 필요한 시점이다.


○ 생활치료시설 확충 서둘러야


수도권 환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가장 서둘러야 할 것은 경증 환자를 수용할 생활치료시설 확보라는 의견이 많다. 앞서 환자 폭증을 예상하지 못했던 대구경북의 경우 뒤늦게 생활치료시설 13곳을 마련해 3000명가량을 수용했다. 하지만 한발 늦은 대처로 11일 현재 아직까지도 1138명이 자가 격리 상태로 입원을 기다리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16일부터 경증 환자 생활치료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집단 감염이 잇따르면서 대구경북과 같은 병상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우선 16일부터 노원구 태릉선수촌(200실)을 활용하고, 순차적으로 9개 시설(1840실)을 확대할 계획이다. 경기도는 경기 용인 한화생명 라이프파크 연수원(200실), 경기 광주 DB그룹 인재개발원(120실) 두 곳을 확보한 상태다.

중증 환자가 대규모로 쏟아질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 현재 전국의 중증 환자는 80명, 이 중 54명이 위중한 상태다. 기존 코로나19 사망자들은 병세가 급속도로 악화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호흡기 환자에게 ‘생명줄’과 다름없는 에크모(ECMO·인공심폐기) 등 중증 환자 치료를 위한 의료 자원은 한계가 있다. 서울 시내 대형병원들도 상당수가 에크모나 인공호흡기 등을 모두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기석 한림대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서울의 이른바 ‘빅4 병원’의 자원을 다 합쳐도 중환자 100명 이상을 치료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은 “중증에서 회복된 환자를 빨리 경증 전담시설로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가동해서 중증 환자를 위한 병상을 유지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성민 min@donga.com·박창규·위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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