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전문성 갖춘 경영진 중요”… 3자연합 “리베이트 의혹 밝혀야”

변종국 기자

입력 2020-03-12 03:00 수정 2020-03-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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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한진칼 주총 앞두고 공방 격화
한진 “조 전 부사장-투기세력이 회사를 위기로 내몰아” 비난
3자연합, 리베이트 의혹 집중공격… “내외부 감사-철저한 수사 필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 반도건설의 반(反)조원태 ‘3자 연합’의 난타전이 계속되고 있다. 한쪽이 입장문을 내면 다른 한쪽이 이를 반박하는 식의 공격과 방어가 이어지고 있다. 27일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양측이 벌이고 있는 원색적인 비방전을 두고 일각에서는 “항공업계를 먹칠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1일 한진그룹은 ‘초유의 위기상황 타개를 위해서 조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체제가 반드시 필요합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최악의 상황을 극복하려면 전문적인 식견과 경험을 갖고 있는 경영진이 중요하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한진 측은 또 “그룹 임직원들 일부가 자발적으로 ‘10주씩 한진칼 주식을 사서 지원하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면서 현 경영진이 그룹 내 구성원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한진 측은 현 경영진이 내세운 사내·외 이사 후보들의 전문성을 주장했다. 한진칼은 앞서 사내 이사 후보로 조 회장을, 사외 이사 후보로 김석동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 박영석 한국자본시장연구원 원장, 임춘수 마이다스PE대표 등을 내세운 바 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 회장은 17년간 대한항공 핵심 부서를 거친 항공 물류 전문가”라며 “3자 연합이 제안한 이사 후보들보다 전문성과 독립성이 월등히 뛰어나다”고 말했다.

한진그룹은 3자연합이 내세운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과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 등 사내·외 이사 후보들도 공격했다. 독립성을 보장받지 못하고 결국 3자연합의 입김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3자연합에 대해 “회사를 위기에 몰아넣은 조 전 부사장과 수익 극대화라면 명분도 던져버리는 투기세력”이라며 거칠게 비난하기도 했다.

3자연합 측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3자연합은 이날 즉각 반박 보도자료를 내고 대한항공 리베이트 의혹을 집중 공격했다. 대한항공의 고위 임원이 프랑스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로부터 항공기 도입 대가로 180억 원의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프랑스 수사 당국의 조사 결과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3자연합 측은 “리베이트 의혹에 대해 내부 감사뿐 아니라 외부 감사도 진행해야 한다”며 “해외 각국에서도 에어버스 리베이트 관련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한국 사법 당국의 철저한 수사 개시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3자연합은 자신들이 내세운 사내·외 이사 후보들에 대해 “대기업을 이끈 전문경영인과 해외 경험을 보완하기 위해 글로벌 경험이 풍부한 인물을 영입했다”며 최적의 인물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항공업계 일각에서는 두 집단의 이전투구식 싸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 항공사 임원은 “주총을 앞두고 소액주주 마음 잡기를 위한 여론전이 비방전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며 “3자연합도 주주로서의 요구 이상으로 공세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항공사 임원은 “3자 연합도 엄연한 주주인데, 주주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이 그룹 미래에 도움이 되겠느냐”며 “국내 1위 항공사의 내부 싸움이 선을 넘어서 대한민국 항공업계에 먹칠을 하는 결과가 나타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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