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DLS, 국제유가 급락에 원금손실 ‘조마조마’

김자현 기자

입력 2020-03-12 03:00 수정 2020-03-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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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社 129개 상품 손실조건 발생… 국내 원유DLS 미상환 잔액 1조 넘어
유가 더 하락땐 ‘DLF사태’ 재연 우려


최근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1500억 원에 달하는 원유 파생결합증권(DLS)이 원금 손실 구간(녹인·knock in)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 하락세가 계속되면 지난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같은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원유 DLS 129개 상품에서 유가 하락으로 원금 손실 조건이 발생했다고 공지했다. 미상환 잔액은 총 1533억 원에 이른다.

이 DLS 상품들은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또는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가격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됐다. 대부분 유가가 발행 당시 기준가격의 약 50%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는 이상 원금 손실이 없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이 감산 합의에 실패하면서 유가가 폭락하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잔액 규모가 50억 원으로 가장 큰 NH투자증권 ‘DLS 3232회’의 경우 9일 기준 WTI와 브렌트유가 각각 배럴당 31.13달러, 34.36달러로 기준가(67.88달러, 76.44달러)의 48% 밑으로 떨어져 원금 손실 구간에 들어섰다. 물론 만기까지 유가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회복하면 원금 손실을 피할 수는 있지만, 현재로선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9일 기준 국내 원유 DLS의 미상환 잔액은 1조660억 원에 이른다. 향후 유가가 더 떨어지면 원금 손실 구간에 들어서는 DLS가 추가로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해당 증권사들은 “만기까지 사후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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