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TNT타임]계획이 다 있었던 고진영의 대박 스토브리그

김종석기자

입력 2020-03-11 14:41 수정 2020-03-1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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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메인스폰서 계약을 끝낸 여자 골프 세계 랭킹 1위 고진영. 세마스포츠마케팅 제공

여자골프 세계 랭킹 1위 고진영(25)의 모자 정면을 채울 기업이 결정됐다.

고진영은 필리핀 블룸베리 리조트 앤 호텔과 메인 스폰서 후원 계약을 맺었다. 앞으로 이 회사 산하 기업인 솔레어 리조트 앤 카지노의 로고를 모자, 티셔츠 등에 달고 대회에 나선다. 그의 매니지먼트 회사인 세마스포츠마케팅은 11일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2년이다. 계약금 등 구체적인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세계 1위 선수 명성에 부합하는 수준에서 계약이 이뤄졌다는 게 세마스포츠마케팅 측의 설명이다. 박성현이 지난해 이 회사와 2년간 70억 원 수준에서 도장을 찍은 것으로 추정된 만큼 고진영도 비슷한 선이라는 게 골프업계의 분석이다.

고진영은 “저를 믿고 후원을 결정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든든한 후원사가 생긴 만큼 더욱 책임감을 갖고 LPGA 대회에 임할 것”로 말했다. 그는 또 “세계 1위 타이틀을 의식하지 않고 항상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노력하며 새로운 목표를 위해 도전하는 선수가 되겠다. 응원해 주시는 팬들께 보답하는 마음으로 매 대회 집중해서 우승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연말 하이트진로와 후원 계약이 끝난 고진영은 그동안 여러 업체와 협상을 진행했다. 올해는 도쿄올림픽이 열리게 돼 메달 후보로 꼽히는 고진영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는 게 아닌가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현실은 달랐다. 한 골프 전문가는 “국내 굴지의 금융그룹과 접촉했으나 조건이 맞지 않아 결렬됐다. 가상통화 관련 업체, 항공사, 통신업체 등과도 논의가 있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최근 고진영은 LG전자, 브리지스톤 골프와 서브스폰서 계약을 마쳤지만 정작 메인스폰서가 없어 관련 행사에서 민무늬 모자를 써야 했다.

최근 불황 여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연간 수십억 원에 이르는 메인스폰서 대형 계약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고진영 측과 기업 측의 조건 차이가 워낙 컸다는 후문이다. 한 쪽에선 20억~30억 원을 바라보고 있는 반면 다른 쪽에선 10억 원 내외를 제시했다는 소문도 나왔다.

국내투어에서 뛸 때 넵스의 스폰서를 받던 고진영과 박성현.

하지만 박성현을 관리하고 있는 세마스포츠마케팅과 손을 잡으면서 후원 계약에 급물살을 탄 것으로 보인다. 고진영이 세마스포츠마케팅과 계약할 때부터 이미 고진영과 박성현이 메인스폰서도 같은 배를 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돌면서 솔레어 리조트 앤 카지노가 유력하게 떠올랐다. 박성현과 고진영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뛸 때 똑같이 주방가구업체인 넵스와 메인스폰서를 맺은 적이 있다.

세마스포츠마케팅은 그동안 박세리, 신지애, 박성현 등 대형 계약을 성사시키는 탁월한 수완을 발휘한 바 있다. 특히 세마는 소속 톱스타의 스폰서 대회 출전 보장 등 다양한 옵션을 제시해 대박 계약을 끌어내기도 했다.

2019년 필리핀 블룸베리 리조트앤호텔과 후원식을 가진 박성현.

솔레어 측에서도 현재 세계 랭킹 1위와 전 세계 랭킹 1위를 모두 후원하면서 홍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박성현은 지난해 이 회사가 주최한 필리핀 골프대회에서 우승하면서 현지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기도 했다. 당시 박성현은 주최 측이 제공한 헬기를 타고 대회장을 이동하는 등 귀빈 대접을 받았다.

TV 시청률이 높은 프라임 타임에 방송 광고료가 가장 비싸듯 외부 노출이 가장 잘 되는 프로골퍼 모자 정면에는 메인 스폰서 로고가 새겨진다. 골프선수의 자존심이 바로 거기서 드러난다는 얘기도 있다. 프로골퍼들은 대회 뿐 아니라 기자회견, 팬 행사 등 공식 이벤트에는 대부분 모자를 쓰고 나가야 하는 규정도 있다. 거액을 투자한 기업체 입장에서는 소속 선수가 홍보나 이미지 제고 등의 수단이 된다.

계약을 매듭지은 고진영은 홀가분하게 투어에 집중하게 됐다. 새 모자를 쓴 첫 대회는 19일부터 나흘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리는 LPGA 투어 볼빅 파운더스컵이다. 마침 이 대회에서 고진영은 2년 연속 우승을 노린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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