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현 경영진 유지해야 코로나19 위기 극복 가능”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20-03-11 13:57 수정 2020-03-1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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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자본이 그룹 생존 위협… 조현아 주주연합 비판
“KCGI, 펀드 설정기간 3년… ‘먹튀’ 가능성 방증”
소모적인 싸움 벗어나 생존 방안 집중해야



한진그룹이 한진칼 경영권 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병(코로나19) 사태 등 악재가 겹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주력 기업인 대한항공과 그룹 생존을 위해서는 현행 전문경영인체제가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기 극복을 위해 물류분야에 대한 경험과 식견을 갖춘 현 CEO와 경영진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는 설명이다.

특히 중차대한 시점에 회사를 위기로 몰아넣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수익 극대화를 위해서 명분을 버리는 사모펀드, 업종과 상관없는 투자로 회사를 흔드는 투기세력들의 야욕이 그룹 생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진그룹은 11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항공업계가 코로나19 사태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고 대한항공도 예외 없이 시련을 겪고 있다”며 “대한항공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최악의 생존 위기 속에서 하루라도 빨리 소모적인 싸움에서 벗어나고 국가 경제 대동맥인 항공 산업을 살려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싶다”고 밝혔다.

최근 항공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하면서 대한항공을 비롯해 많은 항공사들이 항공기를 띄우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손실이 눈동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항공사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3월 11일을 기준으로 한국에서 출발하는 항공기 입국을 금지하거나 검역 등 입국절차를 강화한 국가는 110여개에 달한다. 대한항공의 경우 항공편 80%가 운항 중단에 들어갔다. 여객 노선 총 124개 중 89개 노선이 멈춰 섰다. 여객기 145대 중 100여대가 운항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국내 상황이 안정되더라도 해외에서 바이러스 확산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항공업계 위기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 한진그룹 “조현아 주주연합, 위기 극복 위한 전문성 결여”

이런 상황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 등 이른바 ‘조현아 3자 연합’이 한진칼 지분을 늘리며 경영권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KCGI 펀드 대부분은 설정기간이 3년 이내다. 단기간 주가차익을 주요 목적으로 경영권 확보를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3자 연합 측이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전문경영인체제 전환을 요구하며 주주제안으로 내세운 사내·사외이사 면면을 살펴보면 이들이 ‘전문경영인’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항공·물류산업에 대한 경험과 전문성을 검증 받지 못한 인물들로 구성됐다는 지적이다. 사내이사 후보인 김신배 후보는 통신업계로 경력이 국한됐고 배경태 후보는 인사 및 경영지원 등의 업무를 주로 맡은 인물로 두 명 모두 항공·물류업과는 거리가 있다고 전했다.

사외이사 후보의 경우 대한항공 출신 함철호씨와 부동산 투자 전문가 이형택 수원대 교수, 반도건설 법률 대리인이었던 구본주 변호사 등으로 구성돼 3자 연합 측으로부터 독립성이 보장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3자 연합 주요 주주로 참여한 반도건설에 대한 지적도 이어갔다. 가족중심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배구조 개선을 논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여기에 차등배당제를 악용한 후계자 배당 몰아주기 의혹과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한 택지분양 입찰 ‘꼼수’ 등 편법으로 부를 축적한 의혹이 있는 기업이라고 한진그룹 측은 보고 있다.


○ “위기 극복 위해 조원태 회장 중심 현행 전문경영인체제 유지해야”

반면 한진그룹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체제 하에 주주제안과 임·직원 및 소비자 의견 수렴 등 다양한 소통 과정을 거쳐 체질 개선을 꾀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3자 연합 측이 요구하는 전문경영체제는 이미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적임자로 구성해 운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진그룹은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하은용 대한항공 부사장, 최정호 진에어 대표이사 등 계열사에 유관경력 30년 이상의 전문가들이 긴밀한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 산업의 경우 얼라이언스 등 동맹, 항공기 및 엔진 등 제작사, 파이낸싱 관련 업체 등 다양한 전문가 그룹과 긴밀한 인적 네트워크가 필수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에 산업 경험과 노하우가 없는 인물이 맡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인수 시 경영진이 전면 교체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주요 이사진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며 “항공 산업이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한 현 경영진을 바꾸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한진칼은 오는 27일 개최되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준법 경영 등 기업 내실을 다질 수 있는 다양한 분야 전문가를 사외이사 후보로 내세웠다. 사내이사 후보는 항공업계 위기를 대처하고 경영정상화를 이끌 수 있는 수송 및 물류 분야 전문가로 진영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주요 후보로는 금융위원회위원장을 역임한 김석동 후보와 첫 여성 이사 후보이자 법률 분야 전문가 최윤희 후보 등이 이사회 독립위원회를 통해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됐다.

사내이사 후보는 대한항공 핵심 부서를 거쳐 수장에 오른 조원태 회장과 재무전략 전문가 하은용 대한항공 부사장을 추천했다. 조 회장의 경우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 영향으로 산업 전체가 부진을 겪은 가운데 국내 항공사 중 유일하게 2000억 원대 영업이익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로나19 관련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조 회장이 적임자로 추천받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한진그룹 측은 설명했다. 또한 직원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조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직원은 가장 큰 고객”이라고 밝히고 직원 근무여건 개선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다. 근무 복장 자율화와 사무용 의자 교체, 정시 퇴근 등 직원 친화적인 제도를 추진해 소통 경영을 확대해 가고 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한진그룹 주력 산업이 항공 산업의 경우 인력과 조직, 제도, 장비, 시스템 등 복잡다단한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결합·연계돼 있다”며 “특히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서는 현행 조원태 회장 중심 경영진의 폭 넓은 경험과 경영 노하우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리사욕을 위해 기업 이미지 훼손도 불사하면서 항공 산업에 무지한 외부 세력의 경영권 공세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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